‘다 된 밥’ 수색8구역 재개발 차질 이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6 10:49:13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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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뜨기 직전 재 뿌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이주를 마친 서울 은평구 수색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수색8구역 조합)이 일부 조합원의 ‘흠집 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한 교회 토지에 관한 보상금 60여억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조합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로를 개설해줘야 하므로 공간 손실을 감안하면 보상이 과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수색8구역은 지난달 19일 상가 세입자,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에 778세대가 완전히 이주한 상태다. 이주를 마치면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재개발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과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내부 총질

맹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주비 대출 지연으로 인한 긴급차입 목적으로 이자율 140.77%을 적용한 20억원을 총회 개최 없이 빌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회 토지 보상금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A씨는 조합 사업 과정서 자금차입과 방법·이율 및 상환 방법에 대해 총회를 개최해 사전 의견을 거쳐야 하나, 단기 차입 과정에 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지급한 점도 함께 문제삼았다. 

A씨가 지난 2월 초 수색8구역 조합을 고소하자, 조합은 맞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수색8구역 조합원 A씨가 조합장, 감사, 이사 등 4명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8일까지 8회에 걸쳐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차용하고, 26일 만에 2억원을 가산한 총 22억원을 지급해 조합원에게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고소를 제기했다. 기간상 이자율이 140.77%에 달해 정비업체에 이익을 준 점을 문제삼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9월14일, 자금차입 관련 임시총회 의결을 통해 50억원에 달하는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비용 추정금액을 책정했다.

총회 자료 비고란에는 ‘상기 이주비, 사업비, 조합원 부담금 중 계약금/중도금 등의 대출총액(한도액) 및 적용금리 및 대출한도 등은 추후 사업 금융정책 변경, 추진 여건, 금리변동, 선정 금융기관의 변동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별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변경하고 추후 총회서 추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 이주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조합 측은 앞서 지난해 9월15일~19일까지 수색8구역 이주 대상 조합원 전원에게 ‘조합원 이주 및 이주비 신청 안내 공고’를 냈다. 자진 이주 기간은 지난해 10월20일에서 올해 4월19일까지 총 6개월로 정했다.

다만,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은 지난해 10월31일로 뒤늦게 실행되면서, 임시총회 의결을 근거로 같은 해 10월20일 이주비가 없는 조합원을 위해 조합 측이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급하게 빌려 이주에 차질을 해소한 것이다.

90% 됐는데···교회 보상 두고 입씨름
보상금 65억 “과하다” “적정하다”


수색8구역 조합 측은 “당시 HUG와 이주비 및 사업 대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보증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승인이 지연돼 대출 실행이 불가능했다”며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 지연과 시공사로부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초과함에 따라 정비업체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원 일부가 이주비를 받지 못해 이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빌린 것”이라며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해 이자 명목이 아닌 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비 관련 자금차입이 총회 의결을 취한 것이냐’는 의견에 관해 조합의 법률대리인인 안광순, 김미현(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총회서)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A씨는 도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등으로도 조합장 등에 대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앞서 조합은 수색8구역 내 ‘혜성교회’ 대지·임야·주택을 총평가액 4억5256만5630원으로 평가 후 관리처분 총회에 인가받았다.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혜성교회는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한 바 있다 

조합은 혜성교회 바로 옆 임야 861㎡ 및 지상의 무허가 건물에 대해 손실보상금으로 6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교회 부지 감정평가액은 31억4642만4150원이다.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12만3700원으로 총가액은 1억590만3000원 수준인데, 총 4억5256만5630원을 제외하더라도 3.3㎡(평)당 약 2300만원, 공시지가의 57배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또, 고소인 A씨는 “‘기타 이주보상비’가 혜성교회 관련이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있지 않으며, 지난 2023년 9월14일 개최된 임시 주민총회서도 혜성교회 임야 관련 손실보상금이라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손실보상금 65억원과 기타 이주보상비 60억원의 차액인 추가 5억원에 대한 마련 방안도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 비교 사례 보니···
숭인동 교회는 134억원

이에 조합 측은 “일반적으로 종교시설 보상 협의 과정서 단순히 시세, 감정평가금액 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상회하는 사례 및 이주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교 부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조합에서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이주보상을 하고 조속히 이주시키는 것이 조합에 이득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차액 5억원에 대해서는 예비비를 사용해 충당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취재진이 수색8구역 관리처분계획을 확인한 결과, ‘기타 이주보상비’ 명목으로 이미 6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지난 2021년부터 혜성교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기타 이주보상비’는 당연히 교회를 염두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억원보다 높게 책정해뒀을 경우 이를 빌미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10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주보상 합의서를 작성해 절차상 문제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보상 규모를 최대한 깎아 혜성교회와 합의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혜성교회와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회는 수색8구역서 벗어난 은평구 은평터널로 50-15에 있지만, 아파트 101동과 10m 안팎으로 마주보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채광 방향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길이 약 200m, 폭 6m에 달하는 진입도로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

도로 개설을 통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용적률이 하향돼 기존 29층서 3층으로 축소되며, 약 78세대가 감소하게 된다.

타 재개발구역 종교시설 보상사례를 살펴보면, 종교시설과의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금융비융 추가 지출 등 막대한 손실이 곳곳서 발생한 바 있다. 혜성교회 면적(1005㎡)과 비슷한 숭인동 모 교회(1190㎡)의 경우 보상금으로 약 134억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다.

즉, 보상 협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이 손실 금액 보전 등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한편, 당초 수색8구역은 지하 2층~지상 22층, 총 7개동, 578세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었으나, 최고 29층, 7개동, 696세대로 변경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이주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19일 기준, 99.6%로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 778세대가 이주한 상태로,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억울한 조합장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지난달 25일 17시 기준, 수색8구역 재적 조합원 32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 조합원은 208명, 서면결의서 제출 후 참석 조합원 44명, 직접 참석 조합원 26명이다. 서면 출석을 포함한 직접 참석 조합원은 68명으로 20%를 넘었다. 이어 서면결의서 및 직참을 포함한 총 참석 조합원은 234명으로 과반 출석 요건 또한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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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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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