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수색8구역 재개발 차질 이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6 10:49:13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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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뜨기 직전 재 뿌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이주를 마친 서울 은평구 수색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수색8구역 조합)이 일부 조합원의 ‘흠집 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한 교회 토지에 관한 보상금 60여억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조합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로를 개설해줘야 하므로 공간 손실을 감안하면 보상이 과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수색8구역은 지난달 19일 상가 세입자,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에 778세대가 완전히 이주한 상태다. 이주를 마치면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재개발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과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내부 총질

맹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주비 대출 지연으로 인한 긴급차입 목적으로 이자율 140.77%을 적용한 20억원을 총회 개최 없이 빌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회 토지 보상금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A씨는 조합 사업 과정서 자금차입과 방법·이율 및 상환 방법에 대해 총회를 개최해 사전 의견을 거쳐야 하나, 단기 차입 과정에 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지급한 점도 함께 문제삼았다. 

A씨가 지난 2월 초 수색8구역 조합을 고소하자, 조합은 맞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수색8구역 조합원 A씨가 조합장, 감사, 이사 등 4명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8일까지 8회에 걸쳐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차용하고, 26일 만에 2억원을 가산한 총 22억원을 지급해 조합원에게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고소를 제기했다. 기간상 이자율이 140.77%에 달해 정비업체에 이익을 준 점을 문제삼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9월14일, 자금차입 관련 임시총회 의결을 통해 50억원에 달하는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비용 추정금액을 책정했다.

총회 자료 비고란에는 ‘상기 이주비, 사업비, 조합원 부담금 중 계약금/중도금 등의 대출총액(한도액) 및 적용금리 및 대출한도 등은 추후 사업 금융정책 변경, 추진 여건, 금리변동, 선정 금융기관의 변동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별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변경하고 추후 총회서 추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 이주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조합 측은 앞서 지난해 9월15일~19일까지 수색8구역 이주 대상 조합원 전원에게 ‘조합원 이주 및 이주비 신청 안내 공고’를 냈다. 자진 이주 기간은 지난해 10월20일에서 올해 4월19일까지 총 6개월로 정했다.

다만,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은 지난해 10월31일로 뒤늦게 실행되면서, 임시총회 의결을 근거로 같은 해 10월20일 이주비가 없는 조합원을 위해 조합 측이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급하게 빌려 이주에 차질을 해소한 것이다.

90% 됐는데···교회 보상 두고 입씨름
보상금 65억 “과하다” “적정하다”


수색8구역 조합 측은 “당시 HUG와 이주비 및 사업 대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보증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승인이 지연돼 대출 실행이 불가능했다”며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 지연과 시공사로부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초과함에 따라 정비업체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원 일부가 이주비를 받지 못해 이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빌린 것”이라며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해 이자 명목이 아닌 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비 관련 자금차입이 총회 의결을 취한 것이냐’는 의견에 관해 조합의 법률대리인인 안광순, 김미현(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총회서)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A씨는 도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등으로도 조합장 등에 대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앞서 조합은 수색8구역 내 ‘혜성교회’ 대지·임야·주택을 총평가액 4억5256만5630원으로 평가 후 관리처분 총회에 인가받았다.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혜성교회는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한 바 있다 

조합은 혜성교회 바로 옆 임야 861㎡ 및 지상의 무허가 건물에 대해 손실보상금으로 6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교회 부지 감정평가액은 31억4642만4150원이다.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12만3700원으로 총가액은 1억590만3000원 수준인데, 총 4억5256만5630원을 제외하더라도 3.3㎡(평)당 약 2300만원, 공시지가의 57배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또, 고소인 A씨는 “‘기타 이주보상비’가 혜성교회 관련이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있지 않으며, 지난 2023년 9월14일 개최된 임시 주민총회서도 혜성교회 임야 관련 손실보상금이라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손실보상금 65억원과 기타 이주보상비 60억원의 차액인 추가 5억원에 대한 마련 방안도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 비교 사례 보니···
숭인동 교회는 134억원

이에 조합 측은 “일반적으로 종교시설 보상 협의 과정서 단순히 시세, 감정평가금액 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상회하는 사례 및 이주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교 부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조합에서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이주보상을 하고 조속히 이주시키는 것이 조합에 이득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차액 5억원에 대해서는 예비비를 사용해 충당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취재진이 수색8구역 관리처분계획을 확인한 결과, ‘기타 이주보상비’ 명목으로 이미 6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지난 2021년부터 혜성교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기타 이주보상비’는 당연히 교회를 염두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억원보다 높게 책정해뒀을 경우 이를 빌미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10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주보상 합의서를 작성해 절차상 문제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보상 규모를 최대한 깎아 혜성교회와 합의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혜성교회와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회는 수색8구역서 벗어난 은평구 은평터널로 50-15에 있지만, 아파트 101동과 10m 안팎으로 마주보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채광 방향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길이 약 200m, 폭 6m에 달하는 진입도로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

도로 개설을 통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용적률이 하향돼 기존 29층서 3층으로 축소되며, 약 78세대가 감소하게 된다.

타 재개발구역 종교시설 보상사례를 살펴보면, 종교시설과의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금융비융 추가 지출 등 막대한 손실이 곳곳서 발생한 바 있다. 혜성교회 면적(1005㎡)과 비슷한 숭인동 모 교회(1190㎡)의 경우 보상금으로 약 134억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다.

즉, 보상 협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이 손실 금액 보전 등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한편, 당초 수색8구역은 지하 2층~지상 22층, 총 7개동, 578세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었으나, 최고 29층, 7개동, 696세대로 변경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이주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19일 기준, 99.6%로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 778세대가 이주한 상태로,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억울한 조합장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지난달 25일 17시 기준, 수색8구역 재적 조합원 32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 조합원은 208명, 서면결의서 제출 후 참석 조합원 44명, 직접 참석 조합원 26명이다. 서면 출석을 포함한 직접 참석 조합원은 68명으로 20%를 넘었다. 이어 서면결의서 및 직참을 포함한 총 참석 조합원은 234명으로 과반 출석 요건 또한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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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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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