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오광수 발목 잡은 ‘청담동 사기꾼’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6.17 18:29:15
  • 호수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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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수억 변호비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 시절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등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새 정부의 검증 실패가 드러났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범 이희진의 변호를 맡은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그의 변호사 이력은 이른바, ‘범털’들과 함께했다.

지난 12일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 전 수석은 지난 8일 임명된 직후 차명 부동산 보유, 차명 대출 의혹이 불거져 여권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오 전 수석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

계속 나오는
의혹과 논란

앞서 오 전 수석의 부인은 대학 동문 A씨에게 부동산을 팔았는데, 실제로는 소유권을 돌려받기로 약정한 명의신탁이었다고 한다. 오 전 수석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재산공개 대상이 된 뒤 이 부동산을 신고에서 누락시켜 논란을 키웠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할 민정수석의 흠결이 드러난 것이다.

오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11월 A씨 명의로 저축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담보는 오 전 수석 부인의 부동산이었고, 이를 A씨에게 명의 신탁했다. 오 전 수석은 대출금 전액을 자신이 사용하고 직접 반환할 것이라는 확인서도 A씨에게 따로 써줬다.

하지만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저축은행 사주인 B씨가 자신이 실제 차용자라면서 2013년, 15억원 가운데 8억원을 갚았다. 2019년 A씨는 오 전 수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오 전 수석이 A씨에게 2억7000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부인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던 오 전 수석은 차명 대출 의혹에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은 있었지만, 오 전 수석 본인이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재산 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하자는) 지금 젊은 세대하고 다르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지명한 인사이기 때문에 다른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한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 바지 세워 15억 대출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인사 검증을 맡는 민정수석이 오히려 인사 논란 핵심에 놓이자 오 전 수석의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 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오 전 수석이 국민 눈높이에 적절했는지 얘기했고, 그에 따라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수석의 변호사 이력도 부정적 여론을 조성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변호를 맡았으며, 도이치모터스 공범과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일단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은 인사 검증에서부터 줄어든 분위기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실의 인사와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어서 임명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오 전 수석은 2013년 대구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있었다. 변호사 개업 후 문제적 행적은 2018년 법무법인 인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월의 공동대표였던 송창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이종호를 변호했다.


이종호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여기서 ‘삼부’는 삼부토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설계자 역할을 했던 핵심 인물이다. 송창진이 이종호를 변호한 사실은 그가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후 문제가 됐다.

자신이 과거 변호했던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송창진은 채상병 사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공수처를 떠났다.

구하는
과정이…

오 전 수석은 송창진과 함께 법무법인 인월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불편한 행적은 2016년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이희진은 2015~2016년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하며 비상장 주식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로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2016년 7월24일 이희진 피해자 모임이 발족했고, 검찰은 그해 8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9월5일 이희진을 긴급체포했다.

이희진이 변호사를 구하는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한 인물은 이준수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이후 계좌를 이어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계좌를 관리했던 핵심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핵심 공범이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임된 변호사가 바로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이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두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의 변호를 담당했다. 기소 이전부터 이미 변호인으로 선임돼있었다.

<더탐사>가 법무법인 대륙아주 직원과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오 전 수석 측에서도 이희진 사건을 맡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준수의 소개가 아니라 “이희진이 직접 검색을 통해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건 검색에서도 이희진과 이희문이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온다.

이준수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준수 뒤에 김건희와 오 전 수석이 있기에 검찰이 수사를 회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등장한
김건희 라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준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희진의 진술과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증인은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희문도 “변호사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이 “누구를 상대로 로비한다거나 술값 등을 쓴다고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식 사기꾼 이희진은 전관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이희진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모두 10명이다. 법조계에선 단일 사건에 10명의 변호사를 투입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앞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희진을 변호했던 변호사 4명은 검찰 출신이었다. 대구지검과 청주지검에서 지검장을 지낸 오 전 수석과 송창진 등이다. 변호인 대부분이 전관 출신이다.

지영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고, 손병준 변호사는 대전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주헌 변호사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이 사건을 처음 배당받았던 서울남부지법 형사12합의부 최의호 부장판사와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2명 있고 고등학교 후배가 1명 있다. 최 부장판사는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를 신청했다. 지금은 형사11부로 사건이 재배당됐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 이희진
도이치모터스 이종수가 소개?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데 드는 막대한 선임료의 출처도 의문이다. 검찰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이희진의 재산을 추징 보전한 상태였다. 이희진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처분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처지다.


과거 이희진은 자신의 재산을 1000억원대라고 과시해 왔다. 상당한 재산을 미리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희진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16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판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240억원을 모은 유사수신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신이 미리 사둔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회원들에게 비싸게 되팔아 150억원 이상을 챙겼다.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방송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네고 경제 방송에 주식투자 전문가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2013년 오 전 수석이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구고검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검찰 수뇌부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진법사가 포스코 관련 민원을 위해 오 전 수석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 전 수석은 “포스코 관련 수사를 한 기억이 없다”며 “건진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지검에서 포스코 계열사 관련 수사가 있었던 것은 보도자료로 확인된 사실이다. 지검장이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의 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회피한 것이다.

수임료
얼마나?

이종호를 변호한 송창진과의 협업, 이준수를 통한 변호사 소개 의혹,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오 전 수석이 적절했을지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민의 힘으로 내란에 저항하고 희망의 세상을 연 국민이 역사적 대장정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을 약속한 정부가 법조 카르텔과 연결된 인물을 핵심 보직에 앉힌 꼴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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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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