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서민들의 집값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부동산 정책을 다양하게 시행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집값이 역대 최고로 뛰었다. <일요시사>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반년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달래주겠다며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 국민의 바람을 하나둘 이루며 임기 내내 높은 국정 지지를 받았다. 높은 지지율은 반짝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아킬레스건

문정부는 5년 차 2분기 여론조사에서 39%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레임덕 없는 최초 정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과거 정부들이 같은 분기에 평균 10% 안팎의 지지율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높은 문정부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는데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를 평가하는 정계 전문가들은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치열하게 다투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만큼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조차도 그간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KBS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출연해 국민들로부터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 하나하나를 차분히 대답하던 문 대통령은 15번째 패널에게 청년 실업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멋쩍게 웃으며 “드디어 어려운 문제로 들어갔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했다”며 “조금 더 부동산 주택 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앞서 2019년 <‘국민이 묻는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 있다. 꼭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직접 시인했다.

실제로 문재인정권 출범 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다만, 상승률 변동 폭은 조사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조사됐다.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6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서울의 아파트값은 약 16%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17년 6월 87.9%(21년 6월 100%기준)였던 아파트 가격이 21년 11월, 103.7%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서 완패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인가

김진광 한국부동산원 통계부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표본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고, 실거래가와 여러 가지 참고자료를 비교해 작성한다.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이하 경실련) 측의 자료를 보면, 변동 폭은 많이 달라진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30평형 아파트 평균값은 약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에 11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약 78%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올해 11월)과는 달리 올해 초까지만 반영한 수치인데도 약 62%의 차이가 난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격은 서울 주요 지역 표본 아파트들의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가격은 평균치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와 차이 나는 점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현실 물가와 동떨어진 수치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의 말대로 현실 물가는 경실련 자료에 더욱 가깝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0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3기 민주당정부가 100% 잘한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 민주당 정부에 실제로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어떻게 집값 폭등을 야기했을까? 정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실과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동안 문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24개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고, 그때마다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공약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매 욕구를 너무 쉽게 본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방향성과 이념이 섞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싶었겠지만, 문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아닌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 우선 규제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투기꾼들과 맞섰다”고 총평했다.

“가격 잡겠다”
2년 만에 만세

김 소장이 말하는 문정부의 첫 단추는 2017년 6·19 부동산 정책을 말한다.

이 대책은 문정부에서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었기에 대중은 큰 관심을 가졌지만, 후에 규제 자체도 강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 점을 알고 혹평을 쏟아냈다.

6·19는 쉽게 말해 ‘집을 사고 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대책이었다. 투기 규제지역을 확대(경기도 광명, 부산 기장군·진구 추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수요를 줄게 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특정지역에 대한 대책만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6·19 대책을 ‘핀셋 규제’라 조롱했고,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는 역으로 투기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규제 전보다 집값이 더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문정부는 두 달이 지난 8월2일, 더욱 강력한 규제를 담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6·18 대책’이 예고편이었다면, ‘8·2 대책’은 본편이었다.

이때 문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를 명확히 했다. ‘8·2 대책’은 6·18 대책과 결을 같이 했지만, 정도가 훨신 강했고 규제 종류도 더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규제 카테고리의 세분화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이라는 항목 하나만 도입해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했었지만, 문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구’란 항목을 추가 도입해 규제를 세분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에,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가 투기 과열지구에 들어갔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도 시행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된 항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살던 집이 재건축돼 시세가 올라 돈을 벌었을 경우, 그 시세차익만큼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8·2 대책 후
조금씩 호평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6억원짜리의 집이 재건축돼 10억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집 주인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세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것도 8·2 대책의 주요 특징이다. 8·2 대책을 기점으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9억원 이하까지는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2년 이상 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8·2 대책 시행 직후, 문정부는 호평을 받았다. 꼼꼼하고 광범위한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한동안 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뒤 잠깐의 안정이 일시적인 착시효과였다는 게 드러났다.

착시효과를 깬 사람들은 지방의 유지들이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은 지방의 집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등장한 용어가 바로 ‘갭투자’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집값이 올랐고, 지방은 집값이 내려갔다. 이때 서울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 평균값은 1년 새에만 평균 6%가 올랐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규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없어진 건설업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을 뒤로 미뤘고, 시행일인 18년1월 이후에 서울 시민들은 주택 공급 절벽을 마주했다. 

이후 1년간 서울의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정부는 7개의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집값 그래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24전 24패’ 모두 자책골
공급확대 방향 틀어 호평

그러던 집값이 소폭 하락한 시점은 2018년 9월21일과 12월19일 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큰 폭은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은 이때 처음 하락했다. 

정부가 그전과 달리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9·21 대책에서 정부는 5년간 수도권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12·19 대책에서는 15.5만호 추가 공급 계획과 광역 교통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이 반응했다. 장래에 공급될 주택에 안심하고 수요를 멈춘 것이다. 비록 발표 얼마 후 입맛에 정확히 맞는 지역과 시기, 규모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을 탔지만 문정부 ‘최초’의 공급 대책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해 8월4일, 더욱 정교한 주택 공급 방안이 나온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26.2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고, 공급 대상을 실수요자에 집중시켰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정부 부지(군부지, 이전 기관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도심 내 낙후된 지역에 재건축을 시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상암과 마곡, 천왕2가 개발될 정부부지 후보로 떠올랐다. 

그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일명 ‘2·4 대책’이라 불리는 이 대책은 압도적인 물량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전국에는 83만 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공급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의 공급 대책의 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의 집값 안정세가 2·4 대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한다. 2·4 대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정책이 어느정도 진행된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문정부는 처음 내놓은 6·19 대책과 8·2 대책의 방향대로 지난 4년간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 애썼다.

25전째
1승 기대

하지만 갭투자나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이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에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이제 6개월가량 남은 임기에서 나온 늦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다음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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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김용 카드 딜레마

‘왕의 남자’ 김용 카드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6·3 재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역시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전역에 김용 대세론이 퍼지면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김용 카드’는 신의 한 수일까? 자충수일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소개되곤 한다. 제6·7대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대변인, 경기도청 대변인, 선대위 총괄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당시 직접 X(구 트위터)에 “김용 시의원님 역시 달라요” 등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돌아온 찐찐명 김 전 부원장의 발목을 잡은 건 대장동 사건이다. 그는 2021년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이던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6억원을 전달받은 혐의와 2013년 성남시의원 시절 약 7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선고를 받으며 구속 수감됐다.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석방된 건 지난해 8월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김 전 부원장을 ‘보증금 5000만원’ ‘주거 제한’ 조건으로 풀어준 것이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1·2심에서도 보석 청구가 인용돼 풀려났었다. 보석 당일 김 전 부원장은 “2022년도 10월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들어간 게 벌써 3년 전이다. 들어가서 ‘아, 검찰이 창작 소설을 썼구나. 금방 나오겠구나’고 확신하고 재판 과정에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3년 동안 세 번의 구속, 세 번의 보석을 겪었다. 지금 나온 것도 무죄 판결 확정이 아니라 보석으로 나온 것이다. 여러 가지 억울한 것은 남아있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검찰의 민낯이 윤석열 검찰 정권으로 드러난 것처럼 주변에 함께 싸운 동지들의 억울함과 무고함도 조만간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이 정치 기소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매우 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특위는 “이 당연한 결정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것은 유감스럽다”며 “오랜 기간 구금 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했던 김용 전 부원장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모든 것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우리 특위는 정치검찰의 억지 수사와 조작 기소로 억울하게 구금되고 재판을 받아야 했던 우리 동지들의 결백함을 끝까지 증명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부원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정부를 적극 호위하기도 했다. 행동반경 넓히는 김, 여의도 곳곳 출몰 이대로 배지 달고 ‘친명’ 구심점 될까 저서 <대통령의 쓸모> 출판 기념 토크콘서트에 여당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날 현장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이언주 최고위원,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했다. 이 밖에도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박지원 의원 등 50여명의 현역 의원이 함께했다. 강단에 선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 고비의 순간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제발 버텨달라고 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 대통령이 탄생해서 저도 영광스럽게 이 자리에 섰다”며 “이 대통령의 쓸모는 제가 보니까 국민의 행복과 비례한다. 민의를 대신해 국회의원이 쓸모를 하듯이 우리 모두 대통령의 쓸모에 동참해서 우리의 뜻을 이어가는 쓸모의 주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을 옆에서 지키고 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감옥도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참 꿈 같은 세월”이라며 “김용이 옹이를 박아가면서 꿋꿋히 버텨왔는데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한 의원들 역시 입 모아 김 전 부원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날개를 단 듯했지만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은 아니다. 보석인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은 소환을 받으면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3일 이상 여행을 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출소 이후 인천 계양을 출마가 점쳐진 송영길 전 대표 등과 한데 묶어 ‘범죄 3종 세트’로 규정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들을 겨냥해 “범죄자 전성시대”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 역시 범죄자 프레임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김 전 부원장에게 여의도로 향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민주당 양문석 전 의원이 공석이 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 양 전 의원은 편법 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는데, 김 전 부원장을 향해 그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 와달라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첫 스텝 어디로? 양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두렵지만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께서 안산 갑의 지역위원장을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양 전 의원은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정치검찰의 조작 사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김용 대변인의 복귀를 원하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시 갑 지역구를 맡아주면, 어쩔 수 없이 떠나면서도 여전히 무거운, 안산시민께, 상록구민께 제가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문석에게 조금이라도 남은 애정이 있는 분들께 호소한다”며 “김용 대변인이 안산에서, 윤석열에 의해 수년간 정지됐던 정치활동을 재개하여, 시민들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설에 불을 붙였을뿐더러 안산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깔아줬다. 당초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의원, 경기도청 대변인 등을 지낸 만큼 경기 평택을 출마설이 돌았지만 양 전 의원의 공개 메시지로 안산을 지역구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안산의 한 교회를 찾아 예배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본격 출마론에 힘이 실렸다. 김 전 부원장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기회가 되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미확정 상태인 점에 대해선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비례로 당선이 됐다”며 “출마 자격에 제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당헌·당규상 2심에서 실형을 받으면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규정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확정 판결 조건이 있으나 이는 3심을 뜻하는 것으로 그전까지는 미결 상태인 만큼 출마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쩌면 꽃놀이패? 남은 건 정청래 지도부의 선택이다. 앞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물리적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아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전 부원장의 출마 여부는 당의 손에 달려있다. 정 대표는 김 부원장이 “이재명 죽이기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라면서도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당내 교통정리가 첫 번째 난관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산갑 후보로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주당 김남국 대변인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은 친문(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만큼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은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김 대변인과의 ‘친명 VS 친명’ 구도로, 집안싸움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적임자인가’가 아닌, 안산 시민들께서 우리 당에 보내주시는 기대와 막중한 책임을 겸허히 경청하는 일”이라며 “누군가의 ‘추천’이 아닌 안산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쌓아온 ‘실력과 책임감’으로만 (선거를)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안산 시민과 존경하는 당원 동지, 그리고 당이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을 전적으로 믿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진입에 성공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친명계가 다시 뭉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일찌감치 ‘친명 마케팅’에 나섰고, 이 대통령의 복심인 김 전 부원장이 선거판 한가운데로 뛰어들면서 빠르게 줄을 댔다. 각종 강연, 축사는 물론 지방선거 후원회장 요청이 쏟아졌다. 현재 김 전 부원장은 현근택 용인시장 예비후보, 이인화 성동구청장 예비후보, 정명근 화성시장 예비후보 등 11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을 후원회장으로 둔 후보들은 저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찐명 핵심’ ‘이재명 측근’ 등 명심을 강조했다. “안산갑 오셔라” 샤라웃에 ‘술렁’ “대법원 판결 아직” 불안한 시선도 친명계는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재촉했다. 한준호 의원은 양 전 의원의 게시글을 언급하며 “지역에서 쌓아온 시간과 애정,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더 깊이 존중한다”며 “양문석 선배님을 믿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제 김용 선배님의 몫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결단이 제대로 이어진다”며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독려했다. 강성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역시 김 전 부원장 출마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힘으로 원내 입성한다면 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견제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또다시 계파 갈등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이 친명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다면 민주당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 처럼 보일 것”이라며 “지금도 자칭 타칭 친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김 전 부원장 이름을 필승 카드로 쓰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원내에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줄 세우기가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것이지 무죄가 아니”라며 “만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오고, 이로 인해 지역구가 또다시 공석이 된다면 지도부도 김 전 부원장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안산갑 재보궐도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민주당 후보가 연달아 날아가면 민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부원장은 친명계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지만 당내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면서 출마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의) 평택 출마설이 돌 때부터 당에서도 반신반의했다”며 “보석으로 풀려난 후보가 공천을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마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면전에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어 당에서도 고심이 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아서 자중해야” 핵심 친명계로 통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이 정치검찰로 대장동 수사 등 많은 부분에서 억울한 조작 기소를 당해서 재판받았고, 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도 “그 상황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타당하냐 아니냐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작 기소(를 당했다는 점에서)의 억울함은 있지만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황이고 대법원 판결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가는 것이 타당하느냐”며 “(이제까지)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게끔 판단해서 재판 중인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한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가 당해봤다” 정치검찰 겨누는 김용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의 녹취록을 겨냥하며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검찰의 집단 범죄, 전혀 새롭지 않다”며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썼다. 이어 “정치검찰의 만행은 20대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 사냥을 위해 벌인 행각들에 대해 저는 4년 전 구속 직후부터 얘기했다”며 “법정에서 싸웠지만 검찰의 의견서만을 신봉한 법원에 의해 1, 2심 법정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은 박상용 검사를 “불법, 조작에 무감각한 괴물 같은 정치검찰의 상징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정적 사냥을 위해 윤석열-한동훈 사단이 벌였던 만행이 낱낱이 밝혀져 그에 합당한 처벌과 단죄가 검찰개혁, 검찰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