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80억 먹튀 노량진 조합장, 그 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0 10:43:07
  • 호수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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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55명 떼거리 등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강을 바라보는 노른자 입지인 노량진본동 주택건설사업이 20년째 얼어붙은 상태다. 앞서 2013년 수백억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면서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암초를 만났다. 남은 지주택 조합원 일부는 구역 내에 자리한 빌라 한 채에 최대 55명씩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꿈의 한강뷰
악몽 현실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조합원 40여명에게 프리미엄 명목으로 웃돈 20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앞서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재산보호연대 일부 허위 가등기 의혹
부동산실권리자명의법 위반·업무방해

특히  최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서 일부가 동작구 공무원과 시공사인 대우건설 임원, 경찰 간부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최씨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잠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3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최씨를 공개수배한 끝에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노량진 재개발 조합비 1500여억원 중 18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파헤치다가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직 비서관에게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최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모 전 비서관도 구속 기소했다.

전 조합장 최씨가 2012년 3월10일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2012년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로쿠스 시행사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한마음 55명
누군가 보니…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B 빌라와 C 빌라 각각 한 채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며, 이 중 B와 C 빌라는 1% 미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B 빌라 502호는 55명, C 빌라 202호는 11명의 가등기권자 등으로 설정돼있다. 

로쿠스 측은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사전 협의기간만 3개월 이상이 걸리고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이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지인들에게 정비사업 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작게 나누어 소유권을 넘겨주는 ‘지분 쪼개기’는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분 쪼개기
알박기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대법원 2부는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일대(장위3구역) 토지 등 소유자 D씨 등이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분 쪼개기는 도시정비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지분 쪼개기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조합설립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2003년 말부터 장위3구역 일대 부동산을 매입해 온 대명종합건설은 이곳에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대명종합건설은 2008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장위3구역서 보유한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임직원과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증여했다.

이 중 194명이 취득한 토지의 지분은 모두 1㎡ 이하였다. 대명종합건설로부터 넘겨받은 건축물 지분이 0.4㎡ 이하인 사람도 40여명에 달했다. 대명종합건설은 2019년 5월 장위3구역 토지등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동의율 76.37%)를 받아 성북구청의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냈다.

이에 원고들은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고, 그들에게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고 봤다.


속 타는 시공사 진땀
1400억 날린 조합원들

항소심 재판부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산정하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각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로도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 양도체가 법적으로 막혀 있진 않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서 지분 쪼개기는 탈법행위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보연은 2017년 집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량진 본동 재보연 측은 2020년 6월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작구청의 잘못으로 대우건설에 재산 1400억원을 빼앗기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1년 조합이 채무를 갚지 못할 시 사업부지 처분권을 대우건설에 넘겨주기로 결정한 총회를 열었을 때 조합장 최씨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지주택 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 입주일까지 소유한 주택이 없거나 전유면적 기준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경우에만 그 자격이 있다. 그러나 최씨는 2008년 6월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한 뒤 10개월 뒤인 2009년 4월 전유면적 67.75㎡인 빌라를 구매해 조합원 자격을 잃었다.

하지만 2011년 9월 동작구청이 법령과 국토부 회신을 이용해 최씨가 구입한 빌라의 전유면적을 67.75㎡서 57.03㎡로 건축물대장에 축소 표시해주면서 최씨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당 빌라의 전유면적이 축소된 다음 날 열린 총회서 최씨와 조합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시 대우건설에 사업부지 처분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2012년 조합은 채무를 갚지 못했고 대우건설은 조합으로부터 넘겨받은 처분권을 바탕으로 사업부지를 대우건설 전 직원이 세운 시행사 로쿠스에 매매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진흙탕 싸움

일부 조합원은 빌라 건축물 변경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대우건설 북부사업소장의 부인 김씨라는 것과 동작구청이 편법으로 최씨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도와준 사실을 바탕으로 최씨와 대우건설, 동작구청이 서로 유리하게 입장을 맞춘 게 아닌가 의심했다.

결과적으로 동작구청이 최씨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지 않게 했다면 조합원들이 1400억원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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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