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80억 먹튀 노량진 조합장, 그 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0 10:43:07
  • 호수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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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55명 떼거리 등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강을 바라보는 노른자 입지인 노량진본동 주택건설사업이 20년째 얼어붙은 상태다. 앞서 2013년 수백억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면서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암초를 만났다. 남은 지주택 조합원 일부는 구역 내에 자리한 빌라 한 채에 최대 55명씩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꿈의 한강뷰
악몽 현실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조합원 40여명에게 프리미엄 명목으로 웃돈 20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앞서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재산보호연대 일부 허위 가등기 의혹
부동산실권리자명의법 위반·업무방해

특히  최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서 일부가 동작구 공무원과 시공사인 대우건설 임원, 경찰 간부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최씨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잠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3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최씨를 공개수배한 끝에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노량진 재개발 조합비 1500여억원 중 18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파헤치다가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직 비서관에게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최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모 전 비서관도 구속 기소했다.

전 조합장 최씨가 2012년 3월10일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2012년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로쿠스 시행사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한마음 55명
누군가 보니…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B 빌라와 C 빌라 각각 한 채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며, 이 중 B와 C 빌라는 1% 미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B 빌라 502호는 55명, C 빌라 202호는 11명의 가등기권자 등으로 설정돼있다. 

로쿠스 측은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사전 협의기간만 3개월 이상이 걸리고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이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지인들에게 정비사업 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작게 나누어 소유권을 넘겨주는 ‘지분 쪼개기’는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분 쪼개기
알박기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대법원 2부는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일대(장위3구역) 토지 등 소유자 D씨 등이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분 쪼개기는 도시정비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지분 쪼개기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조합설립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2003년 말부터 장위3구역 일대 부동산을 매입해 온 대명종합건설은 이곳에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대명종합건설은 2008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장위3구역서 보유한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임직원과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증여했다.

이 중 194명이 취득한 토지의 지분은 모두 1㎡ 이하였다. 대명종합건설로부터 넘겨받은 건축물 지분이 0.4㎡ 이하인 사람도 40여명에 달했다. 대명종합건설은 2019년 5월 장위3구역 토지등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동의율 76.37%)를 받아 성북구청의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냈다.

이에 원고들은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고, 그들에게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고 봤다.

속 타는 시공사 진땀
1400억 날린 조합원들

항소심 재판부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산정하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각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로도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 양도체가 법적으로 막혀 있진 않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서 지분 쪼개기는 탈법행위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보연은 2017년 집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량진 본동 재보연 측은 2020년 6월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작구청의 잘못으로 대우건설에 재산 1400억원을 빼앗기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1년 조합이 채무를 갚지 못할 시 사업부지 처분권을 대우건설에 넘겨주기로 결정한 총회를 열었을 때 조합장 최씨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지주택 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 입주일까지 소유한 주택이 없거나 전유면적 기준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경우에만 그 자격이 있다. 그러나 최씨는 2008년 6월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한 뒤 10개월 뒤인 2009년 4월 전유면적 67.75㎡인 빌라를 구매해 조합원 자격을 잃었다.

하지만 2011년 9월 동작구청이 법령과 국토부 회신을 이용해 최씨가 구입한 빌라의 전유면적을 67.75㎡서 57.03㎡로 건축물대장에 축소 표시해주면서 최씨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당 빌라의 전유면적이 축소된 다음 날 열린 총회서 최씨와 조합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시 대우건설에 사업부지 처분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2012년 조합은 채무를 갚지 못했고 대우건설은 조합으로부터 넘겨받은 처분권을 바탕으로 사업부지를 대우건설 전 직원이 세운 시행사 로쿠스에 매매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진흙탕 싸움

일부 조합원은 빌라 건축물 변경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대우건설 북부사업소장의 부인 김씨라는 것과 동작구청이 편법으로 최씨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도와준 사실을 바탕으로 최씨와 대우건설, 동작구청이 서로 유리하게 입장을 맞춘 게 아닌가 의심했다.

결과적으로 동작구청이 최씨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지 않게 했다면 조합원들이 1400억원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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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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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