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제자리’ 북아현3구역,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7 17:49:32
  • 호수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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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못 뜨고…공사비 4배 뛰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재개발사업이 10년 이상 정체돼 사업비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합 집행부 구성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사업 진행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분담금은 결국 조합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북아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인 북아현3구역 재개발 지역의 사업비 추산액이 8207억원서 3조362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북아현3구역 조합은 ‘북아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및 공익사업인정 의제를 위한 공람’을 공고했다. 

몸살

해당 공고에 따르면 북아현3구역 재개발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1106가구 늘어나 총 정비사업비도 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아현3구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조합 지도부의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겪는 동안 15년이 흘러 이 지경이 됐다”고 토로했다.

2008년 2월 구역을 지정한 북아현3구역은 그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얻었다. 201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2012년 조합원 분양 신청까지 마치는 등 초기에는 빠른 사업 진행 속도를 보였다. 그러나 조합장 비리 이슈와 더불어 분양 신청 결과 현금 청산자가 쏟아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이후 2019년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했으나, 바뀐 조합 지도부도 비리 의혹을 겪으며 새 조합장을 선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상 15년 가까이 내홍에 시달려오면서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이 지체된 사이 공사비도 크게 올랐다. 2011년 최초 사업시행인가 당시 공사비는 3.3㎡당 300만원대였으나 최근 750만원으로 재산정됐다. 

공사비가 늘면서 조합원의 부담도 커졌다. 공사비가 3.3㎡당 750만원일 경우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 이상 늘어난다. 조합원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기존 5억4000만원서 9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층수는 낮추고, 가구 수는 늘었다. 북아현3구역은 지하 6층~지상 32층, 47개동, 473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당초 계획은 최고 35층, 3633가구 규모였다. 정비사업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조합 지도부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서 1·2대 집행부는 모두 비리 문제로 교체됐고, 3대 집행부도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용역업체 선정 과정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점도 드러났다. 조합은 공사비 증가에 대해 “8200억원은 2011년 9월 당시의 금액”이라며 “13년 기간을 거치고 가구 수도 1000가구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북아현3구역 조합은 지난 3월30일 정기총회를 열고 조합장 A씨를 비롯한 감사, 이사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조합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존 조합장과 임원을 교체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서대문구청도 서울서부지검에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장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비대위, 조합장 연임에 불만 드러내
8207억원서 3조3623억원으로 ‘껑충’

비대위의 고발에도 모두 무혐의 처리된 데 이어 기존 조합장과 임원진이 지난 3월30일 조합총회를 거쳐 연임이 결정됐다. 조합은 시에 사업 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은 뒤 조합원에게 분양 신청을 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부 비대위에 고소와 고발로 내부적으로 진통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무혐의를 받은 상태”라며 “연내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예정으로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 등은 공사비 증가의 원인이 조합 지도부에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조합원들은 고분양가와 추가 분담금 우려로 인해 북아현3구역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를 만들었다.

정상화추진위는 “34평(84㎡)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5억4000만원서 9억8000만원으로 늘어난다”며 “이대로라면 내 땅, 내 건물을 다 주고도 2억, 5억, 8억원을 더 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조합원에게 분담금을 폭탄 돌리기 할 것이 뻔하고, 2027년 입주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들과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각에선 북아현3구역 조합장 A씨가 재개발사업의 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A씨가 조합장이었던 북아현1-2 구역 과선교의 공사비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말했다. 

북아현 과선교는 북아현동 1011-10번지 일대 북아현1-1구역과 1-2구역을 연결하는 다리다. 1-1구역과 1-2구역 사이에는 경의중앙선 철로가 자리해 있다. 북아현 과선교 착공은 구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당초 과선교 공사는 A씨의 전 사업장인 1-2구역의 사업시행인가 조건이었다. 

지난 2014년 첫 사업계획이 세워졌지만, 과도한 공사비 책정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초 계약은 59억원 정도였으며, 1-2구역이 준공인가를 받을 때 건설비 보증조건으로 구청에 예치한 금액은 13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북아현1-2구역 조합장이었던 A씨가 북아현3구역에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2020년 공사비가 250억대로 불어났다.

해당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존 130억 예치금, 3구역 현금기부채납금액 83억원도 모자라 서울시 또는 서대문구청 세금을 써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1-1구역에 힐스테이트가 완공되고, 어린이들의 통학로 확보 등의 집단 민원이 발생했다.

분양가도 5억4000만원→9억8000만원
시간 끌기? 비용만 불린 ‘침대 조합’

2022년 이성헌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A씨가 과선교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구청장의 지시로 과선교 공사비를 재분석한 결과, 250억원서 139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2022년 9월 조달청에 의뢰해 당초 건설사가 요구한 공사비 250억원을 139억원대로 낮춰 계약했다.

이 구청장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돼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구청이 발주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과선교 공사는 올해 12월 완료할 계획이다.

북아현3구역 비대위 측은 “조합장이 공사비를 부풀려서 공사가 지연됐고, 이로 인해 발생한 민원과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북아현3구역은 83억원 이상을 부담하게 생겼다”며 “북아현3구역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비용부담을 넘겨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서대문구청 측은 북아현3구역의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사례를 모아 경찰에 조합 지도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다.

한편, 비대위 측은 A씨의 연임 과정도 문제삼았다. 지난해 12월 조합원 중 10% 이상이 서대문구청장에게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을 청원했다. 올해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A씨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에 서대문구청장은 북아현3구역 조합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은 지난 1월 대의원회를 개최해 선임총회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을 서대문구청장에게 의뢰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공문을 발송했다.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2월 선거관리위원을 구성해 북아현3구역 조합에 통보했고, 제1차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구성 공고까지 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 집행부는 위 선거관리위원회에 ‘연임 선거’를 관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임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양측이 대립하게 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임 선거를 위한 절차를 공고했으나, 조합 측은 긴급 대의원회를 개최해 선임총회 과정을 공고한 선거관리위원을 해임했다.

이후 별도의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연임 선거를 주관하도록 했으며 지난 3월30일 총회를 통해 A씨의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새는 돈

한편, 비대위 측은 현 조합 집행부로는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오는 6월 해임총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공고했다. 비대위 측은 “조합이 약속한 5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면 즉시 해임총회를 철회할 것이며 조합사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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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