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개혁신당

허은아 VS 이준석계 동상이몽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3일, 개혁신당 홈페이지엔 ‘개혁신당 채용공고 관련 안내’라는 팝업창이 걸렸다. 내용은즉슨, 개혁신당 사무처의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원회에 있으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현재 개혁신당은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개혁신당 채용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님을 안내드린다”며 “비공식 채용공고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채용으로 당의 혼란을 가중한 자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준석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앞서 개혁신당은 당 차원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신입 및 경력직 사무처 직원 채용공고를 냈던 바 있다.

최근 개혁신당 내에서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의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허 대표는 이 의원계 지도부가 실시한 당원소환 투표서 찬성 91.93%, 반대 8.07%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표직을 상실했다.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표가 나오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허 대표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며 당원소환 투표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정면 부정하는 등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천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원소환 투표엔 으뜸당원 2만4672명 중 2만1751명이 참여해 1만994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751표에 그쳤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소환 투표는 전체 으뜸당원 1/3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며 “으뜸당원 1/3 이상의 투표가 있었고 유효투표 과반수를 넘는 1만9943표의 찬성이 있었으므로, 허은아는 당 대표직을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찬반투표도 찬성 2만140표(92.48%), 반대 1554표(7.16%)로 최고위원직의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1일, 허 대표의 부재 속 천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실시의 건을 의결 처리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제 우린 과거의 갈등과 혼란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오늘의 당원소환 투표 결과는 당내 갈등이 더 이상 논쟁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특히 지난 몇 주간의 혼란은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었다”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정당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당사자인 허 대표는 천 원내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 자체가 위법하며 의결사항 모두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당원소환 투표 및 허 대표 직무 정지의 건에 대한 효력정치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 호소인 천하람 국회의원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 당은 ‘이준석당’이 맞다. 그러나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왜냐하면 개혁신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기 때문”이라며 “정당 보조금을 받는 이상, 사당이 돼선 안 되는 것이고, 당을 사유화하려면 사비를 들여 개인 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위반하며 개인적으로 추진한 당원소환제 투표도 모든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셨으리라 믿는다. 공당이라면 기본 원칙과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공당을 특정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답게 법과 절차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허 대표는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행보를 보이며 구습과 구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번(20대) 대선서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대선주자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우리 당에서 구태 정치를 답습해선 안 된다. 과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수 당원이 이준석 (국민의힘)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으셨느냐”며 “그때의 개혁가는, 과거의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느냐”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소환한 것이다.

허 대표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통상 국내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권 획득으로 통한다. 즉, 자당의 대선후보를 배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뒤 당의 정책이나 기조를 국정 철학에 녹이는 게 정당이다. 실제로 이 의원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39)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다수의 채널을 통해 천명해 왔다.

허 대표 주장처럼 그의 대선 출마가 단순히 개인으로의 욕심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당 후보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들을 일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논란이 일자 허 대표는 지난달 2일 “조기 대선에 대표직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천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개최 문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혁신당 당헌 제23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 2항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내 소통 확대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정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요 당직자 및 확대당직자회의,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다. 의장은 당 대표로 한다.

제27조(권한대행)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선출 전까지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선출 시 득표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단 허 대표의 직무가 상실(궐위)된 시점이 지난달 26일이었고,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던 게 닷새 전이었던 만큼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다룬 제59조(지위)엔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고, 제61조엔 ‘의원총회 주재,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의 추천·임명, 기타 국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 처리’가 명시돼있을 뿐, 최고위원회 개최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당헌 당규에 따라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것 역시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대표도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원내대표는 의총을 주재한다. 최고위원회 소집 권한은 제게 있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도 “당헌 제57조 제4항 ‘의결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서 당연 제척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재 권한대행으로써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개혁신당은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의 ‘한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 대표 및 조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서 이준석계 지도부가 실시했던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 ‘정치적 쇼’로 치부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허 대표는 “당 대표 호소인이 가짜 최고위를 구성해 대표 직무를 정지시키더니 이젠 명분도 절차도 무시한 당원소환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빌미로 지도부를 강제로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수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다수의 목소리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국민의힘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한 것도 다수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정당한 일이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기인·천성균 최고위원, 이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허 대표의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에 따라 당 대표직이 상실된 자다. 여기에 대해 불복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직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이런 절차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정치적 도의에도 심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의 가처분신청 인용 시 대응법’에 대해선 “압도적 다수의 당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처 당직자 거의 전원 및 주요 정치인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 전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혁신당 내홍의 발단은 지난 12월17일, 허 대표가 김 사무총장,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김 사무총장과 이 부총장은 이 의원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개국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1월28일, 김 사무총장이 당헌·당규 개정 의견을 허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자, 이 내용이 비공개 회의서 질타되면서 급속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허은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7개월간 광주광역시를 4번이나 방문하는 등 쓸모없는 지역 순회 및 보여주기식 간담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하라.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것이 문제고,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죽 열받았겠느냐”며 공개 저격했다.

구혁모 화성시 병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월18일에 “2~3주 전부터 허은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한다는 이유로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당직자들 사이서도 ‘이준석 측근인데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우가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허은아 대표의 리더십과 역할로 이준석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은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며 “최고위원회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최고위 소속도 아닌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점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사정으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허 대표는 문병호 전 개혁신당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가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현재 개혁신당 홈페이지 상 대표는 ‘허은아’로 명시돼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서 탈당한 이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월15일 정식으로 창당됐다. 제3지대 보수세력을 표방하며, 양향자 전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했던 한국의희망과 합당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허 대표와 이 의원계 지도부의 불편한 동침이 결국은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법원에 낸 당원소환 투표 가처분 신청도 별 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허 대표가 이 의원에게 ‘상왕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은데 공당 대표가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자당 의원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된 형국이다.

현재 ‘내란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40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의원은 1985년 3월31일생이다. 통상 대선 일자는 대통령직의 상실이 확정된 날로부터 60일 이후에 치러지는 만큼 걸림돌로 여겨졌던 나이 제한 문제는 해소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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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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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