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개혁신당

허은아 VS 이준석계 동상이몽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3일, 개혁신당 홈페이지엔 ‘개혁신당 채용공고 관련 안내’라는 팝업창이 걸렸다. 내용은즉슨, 개혁신당 사무처의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원회에 있으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현재 개혁신당은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개혁신당 채용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님을 안내드린다”며 “비공식 채용공고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채용으로 당의 혼란을 가중한 자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준석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앞서 개혁신당은 당 차원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신입 및 경력직 사무처 직원 채용공고를 냈던 바 있다.

최근 개혁신당 내에서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의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허 대표는 이 의원계 지도부가 실시한 당원소환 투표서 찬성 91.93%, 반대 8.07%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표직을 상실했다.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표가 나오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허 대표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며 당원소환 투표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정면 부정하는 등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천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원소환 투표엔 으뜸당원 2만4672명 중 2만1751명이 참여해 1만994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751표에 그쳤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소환 투표는 전체 으뜸당원 1/3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며 “으뜸당원 1/3 이상의 투표가 있었고 유효투표 과반수를 넘는 1만9943표의 찬성이 있었으므로, 허은아는 당 대표직을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찬반투표도 찬성 2만140표(92.48%), 반대 1554표(7.16%)로 최고위원직의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1일, 허 대표의 부재 속 천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실시의 건을 의결 처리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제 우린 과거의 갈등과 혼란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오늘의 당원소환 투표 결과는 당내 갈등이 더 이상 논쟁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특히 지난 몇 주간의 혼란은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었다”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정당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당사자인 허 대표는 천 원내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 자체가 위법하며 의결사항 모두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당원소환 투표 및 허 대표 직무 정지의 건에 대한 효력정치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 호소인 천하람 국회의원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 당은 ‘이준석당’이 맞다. 그러나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왜냐하면 개혁신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기 때문”이라며 “정당 보조금을 받는 이상, 사당이 돼선 안 되는 것이고, 당을 사유화하려면 사비를 들여 개인 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위반하며 개인적으로 추진한 당원소환제 투표도 모든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셨으리라 믿는다. 공당이라면 기본 원칙과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공당을 특정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답게 법과 절차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허 대표는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행보를 보이며 구습과 구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번(20대) 대선서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대선주자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우리 당에서 구태 정치를 답습해선 안 된다. 과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수 당원이 이준석 (국민의힘)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으셨느냐”며 “그때의 개혁가는, 과거의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느냐”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소환한 것이다.

허 대표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통상 국내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권 획득으로 통한다. 즉, 자당의 대선후보를 배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뒤 당의 정책이나 기조를 국정 철학에 녹이는 게 정당이다. 실제로 이 의원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39)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다수의 채널을 통해 천명해 왔다.

허 대표 주장처럼 그의 대선 출마가 단순히 개인으로의 욕심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당 후보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들을 일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논란이 일자 허 대표는 지난달 2일 “조기 대선에 대표직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천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개최 문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혁신당 당헌 제23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 2항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내 소통 확대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정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요 당직자 및 확대당직자회의,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다. 의장은 당 대표로 한다.

제27조(권한대행)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선출 전까지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선출 시 득표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단 허 대표의 직무가 상실(궐위)된 시점이 지난달 26일이었고,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던 게 닷새 전이었던 만큼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다룬 제59조(지위)엔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고, 제61조엔 ‘의원총회 주재,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의 추천·임명, 기타 국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 처리’가 명시돼있을 뿐, 최고위원회 개최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당헌 당규에 따라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것 역시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대표도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원내대표는 의총을 주재한다. 최고위원회 소집 권한은 제게 있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도 “당헌 제57조 제4항 ‘의결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서 당연 제척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재 권한대행으로써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개혁신당은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의 ‘한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 대표 및 조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서 이준석계 지도부가 실시했던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 ‘정치적 쇼’로 치부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허 대표는 “당 대표 호소인이 가짜 최고위를 구성해 대표 직무를 정지시키더니 이젠 명분도 절차도 무시한 당원소환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빌미로 지도부를 강제로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수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다수의 목소리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국민의힘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한 것도 다수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정당한 일이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기인·천성균 최고위원, 이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허 대표의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에 따라 당 대표직이 상실된 자다. 여기에 대해 불복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직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이런 절차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정치적 도의에도 심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의 가처분신청 인용 시 대응법’에 대해선 “압도적 다수의 당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처 당직자 거의 전원 및 주요 정치인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 전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혁신당 내홍의 발단은 지난 12월17일, 허 대표가 김 사무총장,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김 사무총장과 이 부총장은 이 의원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개국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1월28일, 김 사무총장이 당헌·당규 개정 의견을 허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자, 이 내용이 비공개 회의서 질타되면서 급속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허은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7개월간 광주광역시를 4번이나 방문하는 등 쓸모없는 지역 순회 및 보여주기식 간담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하라.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것이 문제고,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죽 열받았겠느냐”며 공개 저격했다.

구혁모 화성시 병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월18일에 “2~3주 전부터 허은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한다는 이유로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당직자들 사이서도 ‘이준석 측근인데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우가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허은아 대표의 리더십과 역할로 이준석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은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며 “최고위원회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최고위 소속도 아닌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점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사정으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허 대표는 문병호 전 개혁신당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가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현재 개혁신당 홈페이지 상 대표는 ‘허은아’로 명시돼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서 탈당한 이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월15일 정식으로 창당됐다. 제3지대 보수세력을 표방하며, 양향자 전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했던 한국의희망과 합당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허 대표와 이 의원계 지도부의 불편한 동침이 결국은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법원에 낸 당원소환 투표 가처분 신청도 별 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허 대표가 이 의원에게 ‘상왕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은데 공당 대표가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자당 의원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된 형국이다.

현재 ‘내란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40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의원은 1985년 3월31일생이다. 통상 대선 일자는 대통령직의 상실이 확정된 날로부터 60일 이후에 치러지는 만큼 걸림돌로 여겨졌던 나이 제한 문제는 해소됐다.

<par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