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게’에 물린 한동훈, 이준석·장예찬 오월동주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02 15:05:56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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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꾹닫’더니 ‘런동훈’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들의 작성자 명의가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로 확인되면서 진짜로 한 대표의 가족이 쓴 글인지, 동명이인들이 우연히 겹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해명을 피하다가 “익명 게시판인데 뭐가 문제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발단은 지난달 5일이었다. 게시글 작성자의 성씨만 보이고, 이름은 가려지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이하 당게)서 무엇 때문인지 작성자의 이름이 모두 노출됐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개 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된다”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글들의 작성자 이름이 ‘한동훈’으로 확인됐다. 

진은정?

게시글 작성자 항목을 선택해 ‘진은정’ ‘한지윤’ ‘허수옥’ ‘진형구’ ‘최영옥’으로 검색한 결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들이 확인됐다.

진은정 변호사는 한 대표의 아내, 한지윤씨는 한 대표의 딸, 허수옥씨는 한 대표의 모친, 진형구 전 대전고검장은 한 대표의 장인, 최영옥씨는 한 대표의 장모다. ‘한지윤’이라는 이름으로는 두 달 동안 글 152개가 작성되는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작성된 비방글은 900여개가 넘는다.

한 대표의 가족이 정말로 당게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했는지, 아니면 동명이인들의 이름이 우연히 겹친 것인지, 논쟁이 불거졌다.

한 대표는 공격적인 말투와 쉽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유명하다. 법무부 장관 재직 중이던 지난 2022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 장관이 윤 대통령 등과 청담동서 술자리를 했다”는 취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자 “저는 다 걸 건데, 의원님을 뭘 거시겠느냐”면서 강하게 맞받아쳤다.

당내 계파 갈등서도 이 태도는 꾸준히 유지됐다.

하지만 “가족이 당게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해명을 피하고 입을 꾹 닫았다. 지난달 19일엔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한 대표에게 기자들이 접근하자, 한 대표가 갑자기 뛰는 소동도 있었다. 이를 두고 “당게 관련 질문을 피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 대표에게는 ‘런동훈’이라는 새 별명도 생겼다.

첫 입장 표명은 ‘런동훈’ 사태로부터 이틀이 지난달 21일 이뤄졌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며, “(비방글들을)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라는 중요한 시기에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이슈를 덮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당 대표로서의 판단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명의도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당원 보호를 위한)당의 의무가 있다”며 “위법 등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부인과 이야기를 나눠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이후로 한 대표에게는 ‘한갈음’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해당 논란은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보수단체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당무 감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 시스템서 판단하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한 대표가 이 태도를 유지하는 한, 논란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 비방글 파문
작성자 명의는 ‘한동훈’…수사로?

당게 논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이다. 장 전 최고위원은 당게 논란을 ‘온가족 드루킹 의혹’ ‘한가족 드루킹 의혹’ 등으로 명명하면서, 한 대표의 가족에게 드루킹 이미지를 투영했다.

장 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19일 유튜브 채널 ‘CBS 2시 라이브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해 밝힌 바에 따르면, 앙숙이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2년 만에 전화 통화도 했다. 그에 따르면, 전화는 이 의원이 걸어 ‘약간 업이 된 상태’로 관련 질문을 하면서, 친한계의 움직임을 설명해줬다. 한 대표와 가족 관련 논란이 발생하면서 대표적인 앙숙이 오월동주 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선 “배우자 진 변호사가 가족 이름을 이용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엔 “진 변호사가 지난 2017년 신분을 숨기고 ‘강남맘 카푸치노’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 최순실 특검팀에 꽃바구니를 보내는 운동을 주도했다”며 “신분을 들킨 후 카페서 퇴출됐다”고 주장했다.

‘강남맘 카푸치노’는 서초·강남 주부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로서, 각종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비밀 카페를 말한다. 회원 가입도 추천을 거쳐야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은 지난 2021년 3월 <월간조선> 보도서도 일부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한 이후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은 카페 내 흑역사로 전락했다. “당시 특검팀 모 검사 와이프의 선동 때문에 진행됐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장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 가족과 똑같은 글을 작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고정 아이디가 적발된 적이 있고, 그 아이디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캠프에도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도 지난달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대체 토론서 “음주 운전을 한 강기훈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면직되지 않는 이유가 대통령실 내 ‘당게’ 문제 실무 담당자라서 그런 것이라는 제보까지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천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동훈계가 천 의원에게 흘린 것 같다”며 “너무 티 나는 정보를 흘린 것을 보니, 한동훈계가 당황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질문 회피 도주극까지
평소와 다른 태도, 왜?

국민의힘 내 친한계 인사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하거나 “한 대표를 축출하려는 공작 ‘김옥균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아무도 관심이 없는 버려진 게시판을 두고 서로 죽이자고 달려드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같은 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한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기 위해 마음먹고 해명을 요구하면서 달려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총선백서 논란과 ‘영부인 문자 읽씹’ 논란에 이어 김옥균 프로젝트가 다시 실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대통령 비판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서는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익명 당원 게시판서는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우리 가족이 연루됐더라도 뭐가 어쨌단 것이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 의미심장하다.

이 의혹은 “다수의 계정이 동원됐고, 내부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측면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연상시킨다. 장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강남맘 카푸치노’ 의혹까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 같은 이미지는 더욱 강하게 굳어진다. 또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가 대통령 부부를 비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측면에선 혜경궁 김씨 의혹을 연상시킨다. 

결말은?

‘드루킹’ 김동원씨는 대법원서 업무방해죄가 유죄로 확정됐다. 반면 혜경궁 김씨 의혹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함으로써 진상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민주당에선 드루킹 사건을 들춰냈다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라는 유력 대권후보를 스스로 제거하는 결말을 낳았다. 국민의힘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례일 것이다. 한 대표가 “뭐 어쨌단 것이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공개 발언을 한 것이 의미심장한 이유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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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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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