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김종인 복잡미묘한 삼각함수

한배 타고 노 젓는다…드림팀 뭉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0선’의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수장으로 등극하면서 대선판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설이 힘을 받으면서,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들의 궁합에 눈길이 쏠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 복귀가 점쳐진다. 앞서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당 대표가 된다면 김 전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을 두고 “특유의 기술, 선거 능력으로 우리 당에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는 호평도 덧붙였다.

30대
새 바람

김 전 위원장 역시 “영국 토니 블레어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30대에 출현한 사람들”이라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에게도 이 대표가 잘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재영입 계획을 두고 “어느 직책을 맡고 가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새누리당은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내년 대선을 전두지휘하면서 정치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과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 전 총장에게 연이어 혹평을 냈다. 지난 3월 김 전 위원장이 그를 두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했던 평가와 대비된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 지향적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대선에 승리한 후 기존 공화당과 사민당을 포섭, 다수당을 구성한 ‘마크롱 모델’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국민의힘 수장 등극
김, 선대위원장으로 복귀?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의 러브콜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적으로 교류하면서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설’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이 ‘기호 2번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정계에서는 오는 7월 그의 입당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구애’를 접고 야박한 평가를 냈다.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거나 윤 전 총장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냉랭하게 돌아선 것.

윤 전 총장이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어느 사회에서나 적용되는 가치일 뿐이지 시대정신으로 꺼내 들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제1야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 데 따른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것.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당을 떠났다. 이후 그는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폄훼하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킹메이커
역할론↑

하지만 예상과 다른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김 전 위원장의 체면은 구겨졌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모양새를 면치 못하게 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든 셈.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 대표 ‘킹메이커’다. 정치력을 비견할 자가 없다. 양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위기에 처한 당을 소생하는 기술을 보였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과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승리는 국민들의 ‘정권심판’ 심리를 자극해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레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매개로 대선판에 상당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흘러 나왔다. 윤 전 총장의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만들어 대선무대로 끌어올리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국민들의 정권심판 심리만을 믿고 ‘꽃가마’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전 총장의 계속되는 ‘메시지 정치’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지켜 본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막판까지
거리두기?

다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굳건하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5.1%로 집계됐다.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율은 23.1%로 2위를 기록하면서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공개 장소에서 자신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틈을 타 김 전 위원장은 원외 대권후보들을 물색 중이다.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이들을 지렛대로 삼아 윤 전 총장을 움직여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이 실제 대권 도전,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윤 전 총장과 ‘밀당’을 통해 윤 전 총장을 움직여보려는 심산이라는 것.

다만 윤 전 총장에게도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부담될 수 있어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 철학이 확립돼있고, 소신이 확고할 뿐더러 리더십 스타일도 강경하다. ‘여의도 차르’라는 그의 별명만 봐도 알 수 있다. 잘나가는 ‘칼잡이’였던 윤 전 총장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김 케미에 거리 두는 윤
김-윤 손잡고 입장 큰 그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측근 역시 “정해진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설은 억측”이라며 입당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정계에서는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케미’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의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또 윤 전 총장을 특별히 대우해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비대위원장의 협업 관계 속에서 윤 전 총장이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꼭 모셔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냥해 평가절하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궁합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 윤 전 총장의 입당의 선결 조건은 국민의힘 쇄신이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새 얼굴이 되면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입당을 고민하던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국민의힘에 들어올 명분이 더 커진 셈이다.

자연스레 30대인 이 후보가 2030대 지지를 이끌어내고,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합쳐질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무슨 파렴치 범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만약 입당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입당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의 가능성 등을 보고 최종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지지율 추이와 대선 구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선 그의 판단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힘에 쇄신의 바람이 분다면 그의 제3지대론은 어렵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간보다
끝날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우리 쪽에 합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주변을 통해 듣고 있다”면서 “지금 매섭게 부는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면, 윤 전 총장이 지지층을 잃지 않고, 또 안심하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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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