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준석-안철수 피 튈 개싸움 막전막후

질기고 질긴 악연 “결판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마친 안철수 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놓고 안 전 위원장 견제를 시작했다. 안 전 위원장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모양새다. 지는 쪽은 정계에서 은퇴하는 수순까지 밟을 수 있는 탓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전 위원장은 앙숙 중의 앙숙으로 불린다. 두 인물의 관계는 만화 <톰과 제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에 소속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처음부터
정반대 길

두 인물이 정계에 입문한 시점은 비슷하다. 10년 전, 이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안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된 때는 2016년 총선부터다.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경쟁했다. 2016년 총선 때는 여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가 제3당으로 나왔던 안 전 위원장에게 패배했다.

2년이 지나고 두 인물은 다시 조우한다.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의 갈등이 폭발한 시점이다. 안 전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로서 바른미래당을 이끌던 당내 주류 인사였다. 당시 이 대표보다 안 전 위원장이 둘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셈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안 전 위원장이 자리했던 노원병 지역구가 공석이 되면서 이 대표는 빈자리를 노렸다. 

당내에서도 노원병 지역위원장이었던 이 대표의 공천을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안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공천하는 대신 안철수계 인사인 김근식 교수를 후보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가 사퇴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내 반발이 거셌다. 

이후 1차 공모에서도 이 대표의 공천이 확정되지 않자, 공관위원들의 혼란까지 초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으나 결국 민주당 후보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3위를 기록했고, 급기야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안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고 당은 존폐 기로에 섰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노선을 달리하고 악연을 이어가게 된 계기다. 이 대표는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해 미래통합당과 합당했고, 안 후보는 본인이 주축이 돼 재차 국민의당을 창당하게 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물과 기름
주도권 싸움 벌이다 지선 직후 승부


갈라선 두 인물은 줄곧 서로를 향해 높은 수위의 공격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과거 사석에서 안 전 위원장을 향해 ‘비읍 시옷’이라는 발언으로 불편한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기까지 했다.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던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이 역전된 시점은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몸집을 키운 이 대표는 안 전 위원장을 수차례 조롱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일화 직전까지 안 전 위원장을 향해 선 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일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지분을 요구했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이뤄졌고, 선관위에 합당 신고 절차까지 마무리됐지만 양당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인 모양새다. 

여전히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한 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림이 그려져서다. 두 인물 간 기싸움은 여전하다. 

그동안 이 대표는 인수위의 활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의 마스크 해제 우려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는 마스크 착용 해제를 미뤄야 한다는 안 전 위원장의 발언에 현 정부의 기조를 따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부터 기싸움이 활발하다. 

신구 권력으로 비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며 안 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 위한 시도를 하기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초반만 해도 안 전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아 공동정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총리 하마평까지 오르며 존재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줄어들었다.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안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은 초대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권 두고
경쟁 양상

안 전 위원장은 하루 동안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최근에는 그에게 국정과제를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진 상태다. 

지속적인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당내에서 세를 다져야 하는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란 불리해 보인다. 인수위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냐는 의문까지 함께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전 위원장이 당으로 돌아온 뒤 과연 당권을 잡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인수위 활동이 종료된 뒤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내각에 합류하지 않게 된 이상,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려면 정치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정치인의 공백은 금세 존재감의 소멸로 나타나곤 한다. 존재감을 잃게 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경기도 분당 차출설이 흘러나왔다. 당내에서는 그의 분당갑 출마설에 대해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판교시에 안랩이 위치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에 대한 연결고리는 충분한 편이다. 단수공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안 전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역시 안 전 위원장을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초기부터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윤핵관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이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장 비서실장은 대표적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로 이 대표와 극심한 대립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다만 안 전 위원장이 분당갑에 당선돼도 당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 어필과 더불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내 진출은 필수요소다.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이 흡수된 이상 돌아갈 당도 없다. 

당내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출마를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만 펼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그쳐 단일화를 통해 본인 살길만 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 공천에 제동을 걸어서다. 이 대표의 말과 반대로 안 전 위원장에 대한 단수공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내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꽃가마
못 태워

이 대표는 전적으로 안 전 위원장의 단수공천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단수공천을 하게 된다면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는 당내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 텃밭 지역들의 공천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위원장의 입장을 받아들여 단수공천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공정한 당내 경선을 추진해왔던 취지도 함께 무색해진다. 

분당갑 출마설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그의 출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 위원장이 지역적 연고가 충분하고 당 일원이 출마 용기를 내는 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을 한 주 만에 뒤집었다. 이 대표는 공천을 받기 전까지 확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안 전 위원장의 출마에 우려스럽다는 반응까지 내놨다.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탓에 본격적으로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 간 대립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취임 이래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검수완박 통과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접대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의결해 징계 절차까지 개시한다고 밝혔다. 

징계가 당장 내려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윤리위 회부 자체가 이 대표에게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접대 사건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없었던 녹취록과, 증거 인멸을 약속한 증서 등이 발견됐다고 알려진다. 

이미 앞선 상황에서 이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흔들렸다. 쉽게 승리할 수 있던 대선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 탓에 어렵게 끌고 갔다는 책임론 때문이다. 

윤핵관 업고 당 접수 시도
“손 잡아야 둘 다 산다고?”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 남짓 남았다. 보통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대선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찬물을 끼얹는다면 더 큰 책임론에 발목잡힐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가 내려진다면 이 대표의 공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또 지방선거에서 애매한 성적을 거둘 경우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치고, 안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을 취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향후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두 인물 간 대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속된 갈등은 당내 파열음까지 들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의 내홍이 깊어지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시 두 인물에게 함께 책임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기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비교적 세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껏 꾸준히 등을 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대립은 당내에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 입지만 줄게 되는 꼴이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세를 다지기 위해 당내 입지가 큰 윤핵관의 손을 맞잡은 모양새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가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 대표 역시 대선 기간 중 탄핵 의결이 공식화돼 탄핵 위기까지 겪었다. 여론이 악화된다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안 전 위원장에게 재차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도 또 
이용당한다?

일각에선 당내 주류 세력이 이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안 전 위원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제는 같은 편이다. 서로 공격을 하는 것은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두 인물 모두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원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20대에게도 찬밥 신세?

 

경상국립대학교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강연을 취소했다.

재학생과 진주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이 예정돼있었으나 반발에 부딪쳐 결국 무산됐다. 

재학생들은 재학생연합을 조직해 지난달 29일부터 반대 서명운동, 집회 등을 벌이며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재학생연합 측이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과 혐오 발언 등 때문이다.

결국 대학 측은 사과 담화문을 올리며 이 대표의 강연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학교 측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 대표 특강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강의를 취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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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