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준석-안철수 피 튈 개싸움 막전막후

질기고 질긴 악연 “결판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마친 안철수 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놓고 안 전 위원장 견제를 시작했다. 안 전 위원장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모양새다. 지는 쪽은 정계에서 은퇴하는 수순까지 밟을 수 있는 탓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전 위원장은 앙숙 중의 앙숙으로 불린다. 두 인물의 관계는 만화 <톰과 제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에 소속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처음부터
정반대 길

두 인물이 정계에 입문한 시점은 비슷하다. 10년 전, 이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안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된 때는 2016년 총선부터다.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경쟁했다. 2016년 총선 때는 여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가 제3당으로 나왔던 안 전 위원장에게 패배했다.

2년이 지나고 두 인물은 다시 조우한다.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의 갈등이 폭발한 시점이다. 안 전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로서 바른미래당을 이끌던 당내 주류 인사였다. 당시 이 대표보다 안 전 위원장이 둘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셈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안 전 위원장이 자리했던 노원병 지역구가 공석이 되면서 이 대표는 빈자리를 노렸다. 

당내에서도 노원병 지역위원장이었던 이 대표의 공천을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안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공천하는 대신 안철수계 인사인 김근식 교수를 후보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가 사퇴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내 반발이 거셌다. 

이후 1차 공모에서도 이 대표의 공천이 확정되지 않자, 공관위원들의 혼란까지 초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으나 결국 민주당 후보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3위를 기록했고, 급기야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안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고 당은 존폐 기로에 섰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노선을 달리하고 악연을 이어가게 된 계기다. 이 대표는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해 미래통합당과 합당했고, 안 후보는 본인이 주축이 돼 재차 국민의당을 창당하게 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물과 기름
주도권 싸움 벌이다 지선 직후 승부


갈라선 두 인물은 줄곧 서로를 향해 높은 수위의 공격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과거 사석에서 안 전 위원장을 향해 ‘비읍 시옷’이라는 발언으로 불편한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기까지 했다.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던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이 역전된 시점은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몸집을 키운 이 대표는 안 전 위원장을 수차례 조롱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일화 직전까지 안 전 위원장을 향해 선 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일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지분을 요구했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이뤄졌고, 선관위에 합당 신고 절차까지 마무리됐지만 양당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인 모양새다. 

여전히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한 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림이 그려져서다. 두 인물 간 기싸움은 여전하다. 

그동안 이 대표는 인수위의 활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의 마스크 해제 우려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는 마스크 착용 해제를 미뤄야 한다는 안 전 위원장의 발언에 현 정부의 기조를 따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부터 기싸움이 활발하다. 

신구 권력으로 비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며 안 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 위한 시도를 하기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초반만 해도 안 전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아 공동정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총리 하마평까지 오르며 존재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줄어들었다.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안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은 초대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권 두고
경쟁 양상

안 전 위원장은 하루 동안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최근에는 그에게 국정과제를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진 상태다. 

지속적인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당내에서 세를 다져야 하는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란 불리해 보인다. 인수위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냐는 의문까지 함께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전 위원장이 당으로 돌아온 뒤 과연 당권을 잡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인수위 활동이 종료된 뒤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내각에 합류하지 않게 된 이상,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려면 정치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정치인의 공백은 금세 존재감의 소멸로 나타나곤 한다. 존재감을 잃게 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경기도 분당 차출설이 흘러나왔다. 당내에서는 그의 분당갑 출마설에 대해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판교시에 안랩이 위치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에 대한 연결고리는 충분한 편이다. 단수공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안 전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역시 안 전 위원장을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초기부터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윤핵관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이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장 비서실장은 대표적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로 이 대표와 극심한 대립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다만 안 전 위원장이 분당갑에 당선돼도 당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 어필과 더불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내 진출은 필수요소다.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이 흡수된 이상 돌아갈 당도 없다. 

당내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출마를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만 펼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그쳐 단일화를 통해 본인 살길만 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 공천에 제동을 걸어서다. 이 대표의 말과 반대로 안 전 위원장에 대한 단수공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내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꽃가마
못 태워

이 대표는 전적으로 안 전 위원장의 단수공천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단수공천을 하게 된다면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는 당내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 텃밭 지역들의 공천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위원장의 입장을 받아들여 단수공천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공정한 당내 경선을 추진해왔던 취지도 함께 무색해진다. 

분당갑 출마설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그의 출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 위원장이 지역적 연고가 충분하고 당 일원이 출마 용기를 내는 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을 한 주 만에 뒤집었다. 이 대표는 공천을 받기 전까지 확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안 전 위원장의 출마에 우려스럽다는 반응까지 내놨다.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탓에 본격적으로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 간 대립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취임 이래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검수완박 통과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접대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의결해 징계 절차까지 개시한다고 밝혔다. 

징계가 당장 내려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윤리위 회부 자체가 이 대표에게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접대 사건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없었던 녹취록과, 증거 인멸을 약속한 증서 등이 발견됐다고 알려진다. 

이미 앞선 상황에서 이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흔들렸다. 쉽게 승리할 수 있던 대선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 탓에 어렵게 끌고 갔다는 책임론 때문이다. 

윤핵관 업고 당 접수 시도
“손 잡아야 둘 다 산다고?”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 남짓 남았다. 보통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대선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찬물을 끼얹는다면 더 큰 책임론에 발목잡힐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가 내려진다면 이 대표의 공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또 지방선거에서 애매한 성적을 거둘 경우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치고, 안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을 취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향후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두 인물 간 대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속된 갈등은 당내 파열음까지 들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의 내홍이 깊어지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시 두 인물에게 함께 책임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기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비교적 세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껏 꾸준히 등을 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대립은 당내에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 입지만 줄게 되는 꼴이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세를 다지기 위해 당내 입지가 큰 윤핵관의 손을 맞잡은 모양새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가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 대표 역시 대선 기간 중 탄핵 의결이 공식화돼 탄핵 위기까지 겪었다. 여론이 악화된다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안 전 위원장에게 재차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도 또 
이용당한다?

일각에선 당내 주류 세력이 이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안 전 위원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제는 같은 편이다. 서로 공격을 하는 것은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두 인물 모두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원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20대에게도 찬밥 신세?

 

경상국립대학교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강연을 취소했다.

재학생과 진주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이 예정돼있었으나 반발에 부딪쳐 결국 무산됐다. 

재학생들은 재학생연합을 조직해 지난달 29일부터 반대 서명운동, 집회 등을 벌이며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재학생연합 측이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과 혐오 발언 등 때문이다.

결국 대학 측은 사과 담화문을 올리며 이 대표의 강연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학교 측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 대표 특강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강의를 취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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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