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반 이준석 연대 막전막후

이긴 당 맞아?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은 선거를 이긴 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소문, 익명 인터뷰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매일 싸우는 탓이다. 이를 중재하려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싸움의 연속이다. 입에서 시작된 싸움은 조직 간 싸움으로 깊어져 내홍만 더 커져 가는 양상이다.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 안철수 의원과 연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두 달려들어 반기를 드는 수준이다.  초기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윤핵관, 안철수 의원과 1일 1로 으르렁대고 있다. 

동시 출범
세 다지기

서로에게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는 모두 친윤(친 윤석열) 세력임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당내 주도권 잡기가 목적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도권을 서로 잡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2년 뒤 있을 22대 총선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는 차기 대권 잠룡들이 여럿 있다.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울타리에 들어 야 입지를 다지기 유리한 만큼 여러 인물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야 대권 준비까지 가능한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이 대표, 장제원 의원 등 총 4개의 구도가 형성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는 계파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파다하다. 김 전 원내대표 중심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이하 새미래)와 장 의원이 주도로 만든 미래혁신포럼이 닻을 올렸다. 새미래는 총선서 승리하려면 24시간 24절기 혁신을 잊지 말고 준비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 모임에서 비회원 8명과 46명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모임의 조직력은 견고한 편이다. 야당 시절이었던 21대 국회 초반 김 전 원내대표가 초·재선 의원 30명 정도와 함께 활동한 공부 모임의 여당 버전이다.

장 의원을 주축으로 열린 미래혁신포럼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교롭게 이 대표가 띄웠던 당 혁신위원회와 같은 날 열렸다. 당초 장 의원은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띄웠으나, 윤핵관으로 분류된 인사가 조직의 중심이 되면서 세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빠졌다.

미래혁신포럼에는 현역 의원만 60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표와 비교적 친밀도가 높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김 전 위원장을 초대한 것을 두고 이 대표와 친한 인사들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핵관 세력은 대선 기간 동안 갈등이 깊었던 만큼 그의 참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 계파정치 정국 돌입 
주도권 잡아야 나중 유리

대선 기간 선대위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모임이 깨어 있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친윤계가)느낀 게 많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당시 후보)만 보고 사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 세력과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안 의원 역시 강연자로 나서면서 세 다지기에 몰두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안 의원이 세력을 잡기란 쉽지 않다는 점은 늘 거론돼왔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안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 후 인수위에 대한 평가나 검찰 인사가 편중됐다는 비판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윤 대통령과 스텝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통해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혁신위는 대부분 비윤(비 윤석열)계로 꾸려졌다.

안 의원의 원내 진입은 김 전 원내대표와 이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변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 지각변동이 활발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자연스럽게 당권 도전이 가능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연일 새로운 갈등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안 의원과 손 잡은 윤핵관은 연일 이 대표를 공격 중이다. 이전에 윤핵관이라는 익명의 언론 인터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안, 여유 
이, 위태 

그간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격성 발언을 잘 받아쳤으나 조직이 움직이면서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들레 등 계파 모임에 이 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이유는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인사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민들레 등 모임 조직을 공식기구가 아닌 사조직으로 조율하고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당의 기구 역할을 해버려 기존 지도부의 역할이 무력화되고, 결국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가릴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당내 입지도 많이 좁아진 상태다. 

이 대표의 스텝이 자꾸 꼬이자 즉시 윤 대통령 측이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의원은 사퇴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괴로워서 못하겠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을 맡으면서 대통령실과 가교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윤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다.

윤 대통령이 대구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울산중구청장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할 때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물없는 사이로 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두 인물의 관계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권에서는 숨겨진 윤핵관 중 한 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의 사퇴로 정치권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흔들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상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도 박 의원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윤심이 떠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갈등을 언급하는 자체가 개입으로 보일 수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 표명과 발언을 자제해왔다. 

윤심 따라
결론 날까

박 의원이 사퇴한 뒤,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에게 선을 긋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아니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NATO 회담 출국 자리도 가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조용히 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당 대표로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심임을 강조해왔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나왔을 때도,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에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의 탈출구는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당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파열음도 하나 둘 들리기 시작한다. 이 대표로서는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오는 7일에 결정된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가 열리는데 당 내홍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협의서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거론한다면 새로운 해법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윤리위 역시 협의에서 표출된 대통령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전과 달리 비판 수위나 돌발행동을 자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공격이 득 될 게 없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받아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 공격이 오는 대로 받아치면 정치적 의도가 없더라도 저절로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이 대표와 거리두기
안철수-윤핵관 손잡고 당 접수

이 대표도 자신이 고립된 상황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지방을 돌며 윤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 등을 챙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공격에 대해 무력행동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기간에도 메시지 노출을 멈추고, 장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친윤계 및 윤핵관 세력은 안 의원을 앞세워 반 이준석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 의원은 이미 이 대표를 향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안 의원도 윤심을 부쩍 강조한다. 이 대표의 공격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치된다. 이 대표가 띄운 간장(간+안철수, 장 의원) 공격에 아직 상처가 많이 남은 듯하다며 이 대표 공격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양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을 두고서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사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정점식 의원은 안 의원과 가까운 인물이 아니다. 과거 대검 공안부장 시절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지휘해 당시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였던 안 의원의 사퇴를 이끌어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이 불편한 관계임에도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는 윤심이 깔린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안 의원이 윤핵관 세력과 손 잡는 행동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사다. 다만 윤핵관이 이 대표를 밀어낸 뒤 곧바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밀어낸 뒤 안 의원을 앞세워 세를 다지면 안 의원 입장에서도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인데 국민의힘 역시 본격 계파 정치를 시작하면 혼란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가 나가떨어지더라도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와, 안 의원 반대 세력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조직 행동 
본격 시작

이 고문은 “이 대표가 현재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려고 한다”며 “움직이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 대표실 관계자는 “윤핵관 세력 등이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윤핵관, 안 의원의 일정을 보면 이 대표의 어느 부분에서 견제하는지 알 수 있다. 당내 혼란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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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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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