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1호' 떠오른 이준석 내부의 적

성골 잔류파 ‘반이’ 연대 꿈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준석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잠시 스쳐가는 ‘이벤트’라는 평도 나온다. 이 대표에게 대놓고 반감을 가진 이들은 당내 ‘성골’로 불리는 세력이다. 혁신을 외치는 이 대표가 이들에겐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청년이 제1야당의 수장에 오르면서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젠더 이슈로 2030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후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거물’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후 당선됐다.

세대교체
파격 인사

이 대표는 바른정당계 출신으로 중도보수 세력에 속한다.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고, 중도층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 동시에 자신에게 투영된 세대교체의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그간 국민의힘을 괴롭혔던 ‘영남당’ 논쟁이 ‘세대교체론’으로 치환된 점은 당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출직 당선 경험이 전무한 이 대표가 잔뼈 굵은 중진들을 꺾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수구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당선 이후 이 대표의 자잘한 행보들마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파격적인 모습부터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걸맞게 이 대표의 공약 역시 파격적였다. 이 대표는 토론 배틀을 통한 대변인 공개경쟁선발제도를 제안했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엔 자료 해석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검증하는 ‘선출직 공직자 자격시험제’ 도입도 예고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준석 백신이 등장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신선한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 대표는 통합 리더십을 ‘비빔밥’에 비유했다. 모든 재료를 녹여버리는 용광로가 아닌 다양한 사람이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 비빔밥처럼 공존을 기초로 한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문제는 통합의 걸림돌이 당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당의 ‘성골’로 꼽히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잔류파와 개혁보수인 바른미래당 탈당파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보수의 분열로 이어졌던 굵직한 사건으로 내홍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유승민계 분류…최고위와 묘한 기류
진흙탕 전당대회 쌓인 앙금 계속 가나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과 보수 야권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겪으면서 계파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 시절 잠시 ‘친황(친 황교안)계’가 주목받았지만, 21대 총선에서 당이 참패하면서 계파 자체가 사라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이 외연 확장을 위해 힘써왔고, 그렇게 계파 갈등은 잠시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탈당파 출신인 이 대표가 부상하면서 유승민계가 당의 최대 계파로 떠오르게 됐다.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혁신 구상을 가속화할수록 한국당 잔류파의 저항이 수면에 올라올 가능성이 생긴 셈.

특히 친박(친 박근혜)계 인물들 사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형해화하면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더해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공약 중 하나였던 선출직 공직자 자격시험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의 공약이 민주주의 원리와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적어도 민주주의가 확립된 문명국가에서 선출직에 시험을 치게 하는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깊이 생각을 다시 해야 될 일”이라며 “지역에 가면 컴퓨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분도 선출직으로서 정말 훌륭한 분들을 여러 분 뵈었는데, 이걸 일방적인 시험제도로 걸러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견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직 인선이나 일정 조율에서 최고위를 패싱하고 ‘일방통행’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부담
어색한 안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도 존재한다. 박근혜 비대위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대표를 두고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려는 극우 세력들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쓴소리를 내며 ‘박근혜 키즈’ 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경선 과정 중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의 부상에 극우 세력은 크게 반발 중이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어찌 청년이라는 가면을 쓰고 박근혜 대통령 탓을 더욱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는 이 대표는 보수우파를 대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아직도 젖비린내 나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돼서 뭐라고 하고 있느냐”며 “전혀 대한민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디서 저 외국에서 주워들은 거 배운 걸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겨뤘던 중진들 역시 변수로 남았다. 지난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막을 내리면서 중진들과 이 대표 사이에는 앙금이 남은 상태다. 역대급 흥행으로 국민적 관심을 얻었지만,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당권 후보들은 서로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공격했다. 이 대표는 중진 후보들에게 ‘영남당’ ‘음모론’ 등 수위 높은 비방을 이어갔고,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인신 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진들은 끝내 패했지만, 이들의 경륜을 따랐던 당심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진들의 선수만 합쳐도 18선. 본격적인 대선 경선 국면에서 비슷한 갈등 구도가 재현되면 치명적인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에도 전당대회 후유증이 이어진 일례가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안상수·홍준표 후보, 2014년 김무성·서청원 후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와 나 전 의원이 제대로 화해하지 못하면 대선 전 갈등의 우려가 있다. 이 대표가 제대로 당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중진들이 이 대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만약 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감정골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감 품은
TK 세력

실제 국민의힘 의원 중 30대인 이 대표보다 나이가 적은 이는 없다. 젊은 대표를 맞이한 국민의힘 의원들로서도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이 대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인선 과정에서 중진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직을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에게 부탁했으나, 권 의원은 끝내 이를 거절했다. 사무총장직이 아닌 대선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에 각각 사무총장을 맡았었다. 오랜 의정활동 경험에 더해 중도 이미지를 갖췄고 특별한 계파도 없다. 과거에는 친박과 친이(친 이명박)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도맡았던 경험도 있다.

이 대표는 권 의원만큼 사무총장직에 적합한 인물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에게 유승민계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특정 계파색을 탈피시켜줄 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권 의원의 거절로 3선의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이 사무총장직으로 인선됐다.


이 대표 역시 중진들의 큰 산을 예상했어서일까.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의 좌장급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조언을 얻었다. 지난 1일 김 전 대표는 야권 통합의 공정 경선을 강조했고, 이 대표가 흔쾌히 수긍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김 전 대표와의 회동은 이 대표의 쇄신과 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비밀에 부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이 대표와 어색한 사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공천 갈등 이후 이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한 악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을 도왔던 이 대표는 경쟁자였던 안 대표를 앞장서 비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비읍시옷”이라고 표현했던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혁 목소리 부담스러운 중진들
30대 보수정당 수장 남은 과제는?

당내에서 둘 사이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안 대표를 찾았다. 당 대표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는 안 대표와 합당 문제에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대표일 것”이라며 합당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합당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현재 두 사람은 원칙적으로 합당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당 합당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당명 변경을 둘러싼 이견으로 삐걱대고 있다.

안 대표 측은 ‘원칙 있는 통합’을 주장하며 당명 변경을 동반하는 신설 합당을 원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안 대표의 지난 3월 ‘조건 없는 합당’ 선언 이행을 요구하며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명을 바꾸는 건 당의 위상을 일신할 필요가 있을 때다. 지금 당원 가입이 폭증하고 있고 이미지가 좋은 상태에서 (당명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외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는 일이다.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우뚝 선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평가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 흥행 속 제3지대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대표에게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복귀시키는 과제도 남았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의 복당에 긍정적인 뜻을 밝혀왔다. 지난 TV토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홍 전 의원의 복귀는 야권통합과 동시에 당내 중도보수 세력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끝난 후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일부 초선 의원들의 반대 속에 복당 논의는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이준석 돌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대표에 거는 민심이 상당하다. 할당제 폐지 등 ‘능력주의’를 강조하며 2030 남성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평가다.

이는 여러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았다. 지난 한 달 간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당원 수가 무려 2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입당 규모의 약 10배다. 최근 가입한 신규 당원 가운데 특히 2030세대의 비중이 과거보다 확연히 늘어난 것이 괄목할만한 성과다.

돌풍,
이상무?

이 대표의 핵심지지 기반인 2030세대가 한동안 든든한 뒷배가 되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드물게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팬덤 정치’가 만들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과감한 개혁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민심에 기존 기득권 세력들이 잠시 눈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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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