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대권 매치 계산서

새 대표와 잠룡들 궁합 보니…

[일요시사 정치부] 설상미 기자 = ‘이준석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이준석 후보가 야당의 얼굴이 된다면, 대권 전략은 물론 그동안 논의돼온 야권 단일화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국민의힘 당권 후보로 오른 이들의 민심잡기가 한창이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 구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권후보들의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현재 후보로 오른 이는 조경태·주호영·홍문표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다. 

태풍의 눈
가시권 진입 

단연 태풍의 눈은 이 후보다. 30대 ‘0선’인 이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1위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선거전이 신구 세력의 대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준석 돌풍’은 “당심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선을 긋던 유력 당권주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계에서도 “갑작스러운 돌풍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후보의 기세는 여전히 거침없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수치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주관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6%를 기록했다. 나 후보는 12%, 주 후보는 4%대가 나왔다. 나·주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1위의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피에지 참조).

정치권에서도 막판 변수는 ‘이준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의 치명적인 실수만 없다면 당 대표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의미다. 이 후보를 밀어주는 민심 역시 상당하다. 2030세대의 가려운 부분을 이 후보가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신구 세력의 대결로 볼거리가 생기자, 전당대회는 연일 흥행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중진 후보들의 단일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신구 세력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아 대선 관리 능력 역시 의문이 남는다. 어찌 됐든 큰 판은 중진 후보가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중진 후보들은 단일화 여부에 선을 긋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일화를 위한 마땅한 명분이 없다. 굵직한 정치 인생을 걸어온 선배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을 막는 그림이 그려지면, 이후 민심의 역풍이 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중진 후보 중 한 명이 사퇴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자연스레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후보직을 던지는 형태다. 이와 관련해 주 후보가 총대를 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 후보는 바로 직전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곧장 당권 도전에 나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준석 돌풍’ 바른정당계 대약진 
고민 많아지는 안철수 행보 주목

대권후보들의 손익 계산도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행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대표적인 ‘유승민계’ 인물이다. 이 후보의 아버지 이씨와 유 전 의원은 학연으로 이어진다. 둘은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창이다. 이 인연으로 이 후보는 대학생 시절 유 전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국회 경험을 쌓았다. 

유 전 의원은 당 대표 후보들 간 불거진 계파 논란으로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었다. 이대로 당의 쇄신 경쟁이 붙으면 유 전 의원이 반사효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후보는 오히려 스스로 당 대표가 되면 “유승민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입장을 냈다.

경선 방식이 조금이라도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하면 대권 주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친(친 박근혜)박·친이(친 이명박) 계파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에서 유 전 의원이 최대 세력의 수장으로 인식되면 당 안팎의 각종 견제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이 후보의 편파 지원이 드러난다면, 대권 유력 후보들의 주요 공세로 활용될 공산도 크다.

중진 후보들은 이 틈을 공략해 이 후보의 계파를 공격하고 있다. 특정 후보와 가까운 점을 들어 경선의 불공정을 문제삼는 것이다. 나 후보는 “특정 후보를 대통령 만들겠다고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은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나·주 후보가 이 후보의 계파를 강조하는 이유는 영남 민심을 자극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준석=유승민계’를 강조해 유 전 의원을 향한 ‘배신자 프레임’을 이 후보에게 씌우겠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 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TK(대구·경북)에서는 여전히 유 전 의원 세력에 대한 반감이 남아있다. 당심이 70%를 차지하는 본선에서 강경보수 성향이 짙은 영남 민심을 자극해 이 후보를 견제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배신자 프레임이 이 후보에게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계의 분석이다.

유 뜨고
안 지고

이외에도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복당 문제도 있다. 내년 대선은 중도·보수 야권 대통합 여부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당 대표 후보들이 통합론을 두고 설전을 주고 받는 배경이다. 

이 후보는 당의 우클릭을 막고 중도확장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내대표 시절부터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했던 주 후보는 대통합위원회 출범을 계획 중이다.

나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 후보는 충청 대망론을 내세우며 중도세력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조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공화당까지 섭렵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은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다. 따라서 ‘누가 윤 전 총장을 입당시키고 공정하게 대선 관리를 할 수 있느냐’가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이다.

이 후보는 야권 통합과 관련해 ‘정시출발론’과 당의 자강론을 주장한다. 일관된 원칙으로 경선을 추진해야 당 안팎의 대선 주자를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선다”며 “절대 버스는 특정인을 위해 기다리거나 원하는 노선으로 다녀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윤 전 총장에게 특별대우를 해줄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나·주 후보는 이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의 계획이 윤 전 총장의 입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히려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 전 의원과 같은 당내 후보만 이득을 본다는 주장이다. 

나·주 후보는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당 밖에 있는 대선주자들의 입당 시기를 고려하자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주 후보는 “버스가 제 시간에 출발한다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시너지?
역효과?

나·주 후보는 윤 전 총장 영입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윤 전 총장과 같은 법조인 출신으로 연을 이어왔다. 주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즉각 윤 총장을 입당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이 후보와 윤 전 총장은 별 다른 인연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이준석’ 궁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실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쇄신이 선결 조건이라는 데 당 안팎의 이견은 없다. 

이대로 이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 개혁의 상징이 된다. 입당을 고민하던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국민의힘에 들어올 명분이 더 커지는 셈. 외연 확장도 자연스레 그려진다. 30대인 이 후보가 2030대 지지를 이끌어내고,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합쳐질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정계에서는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는 상태다. 이 후보는 “소 값은 잘 쳐 드리겠다”며 합당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대표와 이 후보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건 정계 유명한 사실이다. 둘의 인연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시작된다. 이 후보는 서울 노원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안 대표와 맞붙으면서 패배했다. 

유력 후보 윤석열 복심은?
홍준표 복당도 어려워지나

이후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으로 출범한 바른미래당에서 한 식구가 됐다. 하지만 같은 해 노원병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를 공천하려는 유승민계와 이를 막으려는 안철수계 사이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후보는 지난 2019년 사석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비읍 시옷’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최고위원직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그는 당 대표 토론회에서 직접 막말을 재연하며 “사석에서 했던 발언이었고,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도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다 부정적”이라고 말하며 안 대표에게 야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해 공과 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당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이 후보의 기득권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기득권 정신으로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야권통합을 이뤄내는 걸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나 후보는 당 대표 토론회에서 권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안 대표와 이 후보 사이에 사적인 감정을 넘어선 여러 공방이 있으면서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다”고 야권 통합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당권 후보 전원은 홍 의원의 복당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세대교체론과 쇄신을 강조하며 당의 ‘낡은 보수’ 이미지와는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다시 당에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사이 역시 좋지 않다. 

이외에도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체제에서는 기존 친박계의 몰락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며 파격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꺼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사실상 ‘탄핵의 강’을 건너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반면 나 후보는 같은 대구에서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가 전직 대통령들을 잘 모시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겠나”라면서 당대표 이후 즉각 석방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11일 예정된 전당대회 본경선은 당원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결정된다. 이는 사실상 중진 후보들에게 유리한 룰이다. 다만 이대로면 이 후보의 돌풍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 합동 토론회와 방송사 TV 토론회 등을 하면 할수록 상대 후보와의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야권통합
어디로?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합리적 보수 세력으로 꼽히는 대선 주자군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 후보는 오 시장을 도운 바 있다. 원조 개혁보수 세력으로 꼽히는 원 지사 역시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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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