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키우는 이준석 ‘개혁보수 카드’ 사용법

왼편 끝자락서 고군분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개혁신당은 야 6당 중 가장 보수 성향이 짙다. 진보 야당 사이서 움츠러드나 싶더니 중도우파인 ‘개혁보수’ 간판을 내걸고 3석을 확보했다. 거듭되는 당정 갈등 속 개혁보수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내부총질 당 대표’로 보수진영의 뭇매를 맞다시피 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탈당한 뒤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지난 총선서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공동대표와 빅텐트를 꾸렸지만 실패로 돌아서면서 양쪽 모두 타격을 입었다.

산전수전

당시 공동대표였던 이 의원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선거 막판에 접어들어서는 자전거를 타고 ‘무박 선거 캠페인’을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보수 험지로 불리는 경기 화성을서 승기를 거머쥐며 가까스로 회생했다. 여의도 입성 후에는 여타 다른 보수정당과 차별화를 보여줬다는 점이 대두되면서 개혁신당과 이 의원 모두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5·18 민주묘지 참배가 거론된다. 지난 5월15일 이 의원은 같은 당 천하람·이주영 의원과 경남 김해서 재배한 국화 1000송이를 들고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일일이 참배했다.


당시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날 참배는 이 의원의 아이디어”라며 “당시 이런 의견이 나왔을 때 당에서도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기대한 것보다 우호적인 여론이 나와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의원의)젊은 사고가 한몫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오래전부터 ‘개혁보수’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 왔다. 지난 2022년 그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로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져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과거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의 모습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공정과 젠더, 차별, 약자 등 미래 담론을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정치권이 어떻게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어 내겠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이 의원이 기존 보수진영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차별화를 꾀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성상납 의혹 무혐의…결국 억울함 풀어
“사실상 당무 개입” 용산 향하는 칼날

총선 전부터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던 이 의원은 점차 목소리를 키우는 추세다. 최근에는 여권서 가장 불편해하는 사안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들춰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 “벌금 300만원짜리 약식기소 정도로 끝냈으면 어땠을까”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의 사건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등 관련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하자 최소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약식기소를 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말을 얹었다. 이 의원은 “수험생들이 겪을 혼란은 오롯이 대통령 책임”이라며 “마음을 접고 생각을 바꿔야 하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지난 9일에는 본인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성매매 관련 수사가 종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무수히 많은 당 대표들 내쫓겠다고 난리 치고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며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 당무 개입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수위 비판을 높일수록 국민의힘서도 시선이 간다. 범야권이지만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만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의 합당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양쪽 모두 한 수 접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기싸움이 상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일단 중도층이라도 흡수하기 위해 개혁신당에게 손을 내밀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여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개혁신당이 보유한 3석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혼자서 당을 꾸린 뒤 3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정치판은 계속해서 변하는 곳이니(개혁신당에) 세력이 더 붙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여권 의원실 관계자는 “개혁신당이 어필하는 개혁보수가 얼마나 실용성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보수의 젊은이’ 대권주자 평가는?
“시간을 편으로” 한동훈 대체 수순?

해당 관계자는 “어떤 소수 정당이든 세를 늘리는 데 주력하겠지만 국민의힘 의원이 개혁신당으로 넘어간다는 건 반윤(반 윤석열)을 선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윤 대통령이 데드덕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다”라며 “물밑 접촉은 누구든지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지금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국민의힘이 싫어서가 아닌 개혁신당의 모토가 좋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서의 평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보수의 젊은 피’라는 데엔 동의하지만 다른 대권주자처럼 정치적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대권후보로서 비전을 제시하거나 확실한 차별화를 둬야 하는데 이 의원은 아직 세력이 부족하다 보니 강하게 밀고 나갈 힘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한동훈 루트’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총선 참패 그림자가 걷히기도 전 당 대표로서 이미지를 소모해 오히려 대권 가도에 흠이 갔다는 평이 나온다. 당이 필요로 할 때 돌아와도 늦지 않았을 텐데 지난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서둘러 전당대회에 출마한 게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오는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이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맹목적으로 당선을 위해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쌓고 또 자신의 메시지를 크게 키우려고 하는 과정일 것”이라며 “아마 3등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가진 무기는 나이다. 대선을 두 번 치러도 아직 40대”라며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의힘과의 관계다. 여당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선택지 앞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내용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조급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보다 차기 보수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이 의원과 개혁신당이 추구하는 정치가 현역 의원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중도우파에 가까운 개혁보수를 어느 스펙트럼까지 넓혀야 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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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