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전 수석최고위원을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했다. 국민주권정부의 첫 인사청문회인 만큼 김민석 후보를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즉시 업무 시작이 가능한 능력, 전문성과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치력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사를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내정과 관련해서는 “김민석 의원은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과 민생 정책 역량,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
김 후보는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20대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했다. 15·16·21·22대의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을 맡아 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왔다. 지난 4·10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조타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서 1위를 차지해 수석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김 후보는 중위권에 머무르며 고군분투하다가, 이재명 당시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왜 이렇게 (김 후보의) 표가 안 나오느냐”고 언급한 뒤부터 경선 투표마다 1위를 차지해 ‘이재명 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 후보는 지난해 가을부터 비상계엄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김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주변 인물 몇 명이 피의자 상태인 만큼 자리를 보전하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국무총리 자리는 김 후보에게 낙점된 상황이었다. 오랜 정치 경험과 더불어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인물로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는 지난 10일 제출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친 뒤 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오는 23~24일 사이에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되던 날 김 후보는 “IMF보다 더한 제2의 IMF 위기”라며 “국민에게 충직한 참모장이 되겠다. 필요한 모든 질문은 한 점 의혹 없게 체계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란 이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맨바닥에서, 맨손으로 시작한 정부다. 철저한 검증을 받는 건 나의 몫”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청문 진행을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에 국가의 방향과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며 “책임 추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냉철한 위기 진단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DJ키즈서 ‘찐명’ 민주당 수석최고로
송곳 검증 벼르는 국힘…난타전 예고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인 현재 구도에서 김 후보자의 인준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럼에도 청문회 날짜가 잡히기 전부터 국민의힘의 공세가 거친 만큼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가 86운동권 세대였던 점을 겨냥해 그의 사상을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뉴라이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민주당의 비난을 샀다.
공수가 교대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정치관을 둘러싸고 집중 포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80년대 학생운동 시절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5년6개월 실형을 받았다”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하며 한미동맹을 공고히 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를 비판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의 외교가 “친중·반미·반일 스탠스”라고 주장하며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 그리고 미국 내 우려를 자아낸 1기 내각 인사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김 후보가 전국학생총연합 1기 의장이었던 점을 바탕으로 ‘반미 세력’으로 연결 지었다. 김 후보를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역시 북한의 천안함 폭침 부정, 후쿠시마 괴담 유포 등에 앞장선 바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의 친형인 김 상임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부터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매일같이 거리에 나와 탄핵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최근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리박스쿨’의 대표 손모씨 변호인이 “<뉴스타파>,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민석 총리가 짜고 선거공작한 것”이라고 주장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반미 세력’ 주장에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에서 비교적 다양한 공부를 했고, 공교롭게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같은 학교(하버드대)도 다녔고, 미국 헌법에 관심이 있어서 미국 변호사 자격도 받았다. 미국의 가장 훌륭한 수출품이 헌법이라고 보는 사람”이라며 “미국 헌법의 정신이 담긴 형사소송 절차 같은 것들에 대해 굉장히 깊은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86운동권=반미? 친형 리스크 터질까
아들 억대 학비 등 돈 문제 도마에
청문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금·자산 문제도 쟁점이다. 김 후보는 2억1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사인 간 채무(-1억4000만원)’가 포함됐다.
이는 지난 2018년 11명에게 빌린 것으로 이 중 약 4000만 원은 2008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당시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강씨에게 빌린 것이다. 강씨는 2008년 불거진 김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당시 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3명 중 1명이다.
또 김 후보는 강씨에게 돈을 빌린 날 서로 다른 9명으로부터 각각 100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9명 중 단 1명도 채권에 대한 변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당장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좀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채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김 후보의 아들이 연간 학비가 억대로 알려진 미국 명문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금의 출처를 놓고 난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김 후보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작성했는데, 이듬해 이와 유사한 법안이 국회서 발의됐고 김 후보의 이름은 발의자 명단에 올라갔다.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않고 자동 폐기되었지만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활동이 아들의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어 가족 리스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아들의 동아리에서 만든 습작에 가까운 법안을 내주기 위해서 민주당 의원 10명 이상이 발의에 서명을 했고, 거기에 김민석 의원 본인 이름도 올렸다”며 “대학 진학에 사용됐다면 신종 수법의 입시 비리다. 조국보다 한 수 위”라고 꼬집었다.
또 가족이…
이에 김 후보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벌금, 세금, 추징금은 장기에 걸쳐 모두 완납했다. 해당 사건들의 배경과 내용에 대해서는 곧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아들의 대학 입시 의혹에 대해서는 “입법활동을 대학원서에 쓴 적이 없다. 제가 그렇게 하도록 했다”며 “(아들은) 자기 노력으로 인턴십을 확보했다. 부모도 형제도 돕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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