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이후 여야가 바뀐 상황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체제정비에 들어갔다. 대선 이후 으레 해왔던 정비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대선 이후 딱 1년 만에 치러지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이끌 지도부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로 3선의 김병기 의원을 선출했다. 국민의힘도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현재 3선의 김성원 의원과 송언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현승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도 곧 열린다. 민주당은 8월에, 국민의힘은 8월이나 9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은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당 내분으로 아직 출마자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서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당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내년 6·3 지선은 올해 6·3 대선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허니문 선거로 이재명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민주당은 6·3 지선서 승리하면 중앙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장악해 2028년 치러지는 23대 총선까지 걸림돌 없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패하면 입법권력에 이어 행정권력까지 손에 넣은 민주당이지만,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내년 6·3 지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다.
국민의힘 역시 내년 6·3 지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총선과 올해 대선에 이어 내년 6·3지선까지 패하면 당의 존속이 위태롭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지선서 승리해 이재명정부가 올바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견제해야 2028 총선과 2030 대선서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재명정부 5년의 성패는 임기 초 1년에 달려 있다고 본다. 1년만 잘 하면 내년 6·3지선서 집권 1년의 성적표를 잘 받게 되고, 그러면 향후 4년의 국정운영이 순탄하게 유지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지선이 치러져 국정안정 심리가 작용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정부는 1년이라는 충분한 평가 기간이 있어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을 정부와 민주당이 명심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해 임기 초 약 6개월 동안 불안했던 문재인정부는 탄핵 반대 세력의 저항이 크지 않아 불안한 국정 상황을 극복하고 이듬해 지선서 여당의 압승을 이끌었지만, 이재명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이 커 장기간 불안한 국정 상황이 불가피하고, 그래서 내년 지선서 평가받을 때 불리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선 패배 이후 재편된 당권 구도에 따라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중도층 외연 확장 등 특단의 조치 없인 내년 지선서 필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내년 지선서 패하면 23대 총선까지 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할 마땅할 수단과 방법이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민주당이 지선을 허니문 선거로 치룬 사례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이며, 항상 두 자릿수 이상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고 내년 지선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장담만 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외쳤던 통합의 가치를 정책에 반영하기보단 임기 첫날부터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강한 드라이브 정책을 폈다. 신속한 3대 특검법의 국회 통과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공포가 그렇다.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의 인사만 봐도 능력자 위주 인사를 내세운다고 했지만, 실제는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 대다수였다. 탕평책 인사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물론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정부이기에 이해는 된다. 그러나 내년 지선의 시계가 빨리 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국정에 반영해 내년 지선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시간이 없다. 내년 지선서 패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계속 공격하면서 2028 총선까지 정부와 민주당을 괴롭힐 것이다.
필자는 민주당이 과거에 ‘2016년 총선 승리 → 2017년 대선승리(문재인 대통령) → 2018년 지선 승리’ 싸이클 후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준 것처럼, ‘2024년 총선 승리 → 2025년 대선 승리(이재명 대통령) → 2026년 지선 승리(?)‘ 싸이클이 재현돼 2030 대선서 다시 국민의힘에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으니 내년 지선서 승리하더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 정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는 9월이면 지방선거 시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정당별 당헌당규를 고쳐야 하고, 선대위를 구성해야 하고, 예비 후보군을 파악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연말 안에 마쳐야 한다. 그리고 내년 2월3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해야 한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제22대 국회 임기 내 헌법 개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제도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내년 지선 때 제10차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같이 시행될 수도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민주당은 입법독주 정당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의힘은 탄핵 정당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내년 지선서 승산이 있다. 내년 지선을 이끌어야 할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째깍째깍, 내년 6·3 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