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노사가 지난 10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2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 협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반발하며 퇴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290원 인상에 합의했다. 특히 17년 만의 노사 간 무표결로 통과된 데 대해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왔다.
11일, 대통령실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노사공)의 합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한 데 대해 “17년 만에 표결 없이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물가 인상률 등 객관적인 통계와 취약 노동자, 소상공인들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정부 첫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간 이해와 양보를 통해 결정된 만큼 정부는 이를 최대한 존중한다”면서 “현장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와 함께 지도·감독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노사공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8시간가량 마라톤 논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2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기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2.9%(290원) 오른 것으로, 지난 윤석열정부 첫해(2023년 적용)의 5.0%보다 낮다.
또 지난 2000년 이후 출범한 역대 정부의 첫해 인상률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앞선 회의를 통해 사용자 측은 동결 입장에서 1만180원으로, 근로자 측은 기존 요구안인 1만1500원에서 1만900원으로 각각 수정안을 내놨던 바 있다. 그러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1만210원~1만440원)을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공이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지난 1988년 제도 최초 도입 이후 이번이 8번째며, 직전 합의는 지난 2009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당시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합의가 근로자 위원 9명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이 빠진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 위원들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최종 합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심의 촉진 구간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퇴장했다.
민주노총 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며 “이는 심의가 아니라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24년 생계비는 7.5% 상승했지만, 공익위원들은 고작 2~3%대 인상안을 ‘합리적 절충안’이라 포장했다”며 “새 정부에서 시작하는 최저임금은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실질 임금 하락분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후 한국경영자총협회(자총)는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는 그동안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감안해 최저임금 동결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내수 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고심 끝에 이번 결정에 합의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선 “합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의 강력히 반대 입장으로 진통을 겪기도 하는 등, 경영계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 심화나 일자리 축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보완과 지원을 병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의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달 5일까지 이를 확정·고시해야 한다. 노사가 고시 전 이의 제기를 신청할 수도 있으나 지금까지 재심의된 전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심의는 제도적 장치로는 이의 제기 절차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실해된 적은 없었고 모든 결정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노동부 고시→효력 발생 형태로 진행돼왔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