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이진숙·강선우 물러나야”

이재명정부 1기 내각 걸림돌

새 정부 첫 인사가 정권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이뤄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주요 인사 대상이다 보니 취임사에서 강조한 통합 정부의 면모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인사가 만사’인 만큼 공존과 화해 역시 인사에 투영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

앞으로 이어질 장관 인사에선 탕평과 협치의 노력이 뚜렷하게 나타나길 기대하지만, 장관 지명자 중 여성가족부 강선우, 교육부 이진숙 장관 지명자의 과거 품행과 논문 표절 등의 논란이 국민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나 보인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 이어 두 딸을 미국에 조기 유학시켰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사퇴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학자나 행정가로서 초·중등 교육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자녀를 국내 공교육에 맡기지 않았다니 교육 수장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눈높이
한참 벗어나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 팬 카페에도 “지명 철회”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겠는가.

이 후보자는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거나 자신의 논문을 부당하게 중복해서 게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이 후보자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만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성실히 해명할 의무가 있다. 무작정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여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믿고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자가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교육부 장관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장관 인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를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대학을 제외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 정책에 대해선 면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자가 두 딸을 중·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조기 유학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지만,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교육에 대한 고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재명 캠프 출신이 아니다. 현 집권여당의 인사도 아닌 인물을 중용한 셈이니, “정치적 보은”이라고 보기엔 맥락이 애매하고, “정무적 포용”이라 하기엔 내부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셈이다. 도리어 ‘인사 검증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먼저 앞선다.

이 제자 논문 표절·논문 중복 게재
두 딸 미국 조기 유학시키고 공교육?

실제로 지명 직후 여당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지명은 오히려 여권 내부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부라는 자리가 단순한 정책 집행 부처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교육부는 이념과 이해관계가 겹겹이 얽힌 다층적 구조 위에 서 있다. 교사 집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보수 교육단체, 전국 시도교육청,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입시 당사자인 학생·학부모 등 교육 정책의 수용 주체만 해도 수두룩하다. 이 모든 층위에서 신뢰와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진숙 후보자는 장점과 동시에 뚜렷한 위험을 지닌다. 강점이라면 국립대 총장으로서 국립대학 네트워크와 교육 재정 구조,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에 대한 현실 감각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거점 전략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국정 과제와 맞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는 이보다 더 명확하다. 여야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탓에 정치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언론·교육계·정당 모두로부터 미온적 반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 추진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교육부 장관 자리에서 ‘정무적 미숙함’이라는 낙인은 치명적이다.

인사는 만사다. 이 후보자 지명이 단지 한 명의 적당한 전문가를 골라낸 것이라면, 이 정부는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설득력을 빠르게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이 인사가 숙고한 ‘정무적 승부수’였다면 그 배경과 구상이 구체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장점 동시에
뚜렷한 위험

결국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평가의 분수령은 여론이 아니라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의문과 우려가 크지만, 인사에 말을 아껴왔던 필자 역시 이번만큼은 한 가지 말은 남겨둔다.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이 인사가 향후 어떤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차분히 지켜볼 이유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인사의 정무적 의미를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여지는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새롭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재선 강선우 의원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전문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본인의 보좌진에게는 상식 밖의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강 후보자의 전 보좌진 A씨는 “강선우 후보자가 시도 때도 없이 집 쓰레기를 버려 달라는 ‘특명’을 내렸다”라고 증언했다. 쓰레기 상자 안에는 치킨 먹고 남은 뼈부터 만두 찌꺼기까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고 하는데 A씨는 이 쓰레기들을 국회나 지역구 사무실에서 직접 분리해서 버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보통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런 일까지 시킬까? 군대에서도 시키지 않을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니 황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 후보자는 자택 화장실 변기가 말썽이라며 또 다른 보좌진 B씨에게 SOS를 쳤다고 한다. B씨가 가보니 비데 노즐이 고장 나 물줄기가 계속 새어 나와 집이 물바다가 될 지경이었다는데 직접 고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수리업체를 부르고 나서야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보좌진이 여러 명에 달했으며, 이를 지켜본 목격자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피해 보좌진은 “시간이 없어서 잠시 부탁하는 정도를 넘어, 마치 사적인 집사 노릇을 한 기분이라 모멸감마저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군대도
아니고…

더욱이 강 후보자는 21대 국회 당시 ‘태움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약자 보호와 갑질 근절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2020년에는 “(종사자들에 대한) 각종 갑질이나 위법 행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철저하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강 후보자 측도 해명에 나섰다. “평소 가사도우미가 있어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을 보좌진에게 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며, 변기 수리와 관련해서는 “집이 물바다가 돼 과거 한 보좌진에게 상황을 말한 적은 있지만, 직접 고쳐 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고 변명했지만 반박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 후보자는 또, 2020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5년간 보좌진을 46번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이 정도로 잦은 보좌진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후보자 곁에는 늘 고용불안이 존재한 것이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최근 5년간 51명의 보좌진을 임용했고, 같은 기간 46명이 면직됐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통상 4급 상당의 보좌관 2명과 5급 상당의 선임비서관 2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다.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첫해인 2020년 11명을 임용했고, 같은 해 보좌관(4급 상당) 2명과 선임비서관(5급 상당) 1명이 면직됐다. 2021년엔 5명을 임용하고 6명이 면직됐고, 2022년엔 8명을 임용하고 7명이 면직됐다. 2023년에도 7명이 임용됐고 7명이 면직됐다. 강 후보자가 두 번째 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엔 보좌진 14명을 임용했다.


강 보좌진에 상식 밖 갑질했단 폭로
5년간 보좌관 46차례 교체 이유는?

올해는 현재까지 6명이 임용됐고, 9명이 면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회사무처에선 “개인별 직급 변동 내용을 포함함에 따라 동일인이 중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잦은 보좌진 교체는 보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은 “보좌진의 잦은 교체를 볼 때 강 후보자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조직을 책임지고 잘 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청문회 때 답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강 후보자는 남편이 바이오 업체 감사로 스톡옵션 1만주를 받았지만, 강 후보자의 국회의원 재산 신고에는 빠져 있었다. 남편 회사 대표가 강 후보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인이란 직책은 공적인 영역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특히 여성을 위한 정책을 이끄는 여가부 장관 후보라면 ‘존중과 배려’는 기본 덕목이다.

국민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며 명확한 해명 없이 뭉개고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금전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가 임명된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라 하려는 것 아닌가.

“무책임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이 이해할 만한 해명을 당장 내놓든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도리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순기능을 발휘해 왔다. 청문회 개최 이전에 자료와 증언 등을 통해 도덕성 검증이 상당 부분 미리 이뤄지면서 스스로 사퇴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재명정부 1기 장관 청문회의 경우,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과 소명을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양상이 뚜렷하다.

버티면 된다
2명 버린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며 후보자들은 뭉개고, 여당은 감싸기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행태다. 꼼꼼한 검증,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정한 인사, 적재적소 배치라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인재 등용만이 국민 정서에 맞는 인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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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