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20 15:40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판결 과정에서 지귀연 재판장은 “재직 중인 대통령이라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는 한 문장을 남겼다. 이는 판결보다 더 큰 질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은 내란죄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 아니냐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귀연의 발언을 단순히 내란죄와 연결하는 것은 절반만 본 해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소추’를 제한한다. 다만 내란과 외환은 예외로 둔다. 여기서 핵심은 ‘예외 조항’보다 ‘소추’라는 단어다. 재판부가 건드린 지점은 예외가 아니라 단어의 경계였다. 만약 논리가 “내란죄라서 수사가 가능하다”였다면, 오늘의 판결은 윤석열 사건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판단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헌법은 소추를 금지했을 뿐 수사를 금지한 적은 없다는 구조였다. 즉 내란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반론을 꺼낸 셈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정치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범죄에 한정된 판단이라면 헌정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끝난다. 그러나 대통령의 형사 절차를 ‘기소’와 ‘
19일 새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땄다. 27바퀴, 4분 남짓, 네 명이 이어 달린 집단의 질주였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스피드의 결과가 아니라, 마지막 두 바퀴를 위해 스물다섯 바퀴를 견딘 전술의 완성도였다. 그리고 그 전술의 뼈대를 가장 먼저 세운 사람이 있었다. JTBC 해설위원 김아랑이다. 그의 해설은 흥분이 아니라 설계에 가까웠다. 경기 초반, 한국이 3위에 머물러 있을 때 그는 “지금은 무리할 구간이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계주는 오래 1위를 지키는 종목이 아니라, 마지막에 1위가 되는 종목이라는 설명이었다. 선두를 당장 빼앗지 않는 선택을 소극성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과 리듬을 아끼는 전략으로 읽었다. 24바퀴를 남겨두고 캐나다와 접촉이 발생했다. 관중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고, 화면은 잠시 흔들렸다. 계주에서 충돌은 단순 사고가 아니다. 속도 균형이 깨지고, 교체 각도가 흐트러지며, 다음 주자의 진입 타이밍까지 영향을 준다. 김아랑은 이 장면을 드라마로 키우지 않았다. 그는 “흔들린 뒤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라인을 복원하고, 속도를 재정렬하고, 교체 리듬을 지켜내는 것이 본질이라는 설명이었
17일은 음력 1월1일로, 한국의 설이자 중국의 춘절이었다. 같은 명절이었지만 명절을 다루는 방식은 달랐다. 중국은 약 95억명이 이동하는 대행렬 속에서 가족을 만나는 잔치를 만들었고, 동시에 거대한 소비와 물류, 관광의 경제 특수까지 함께 계산했다. 쉬는 날이 곧 시장의 시간표가 되도록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15일(일)부터 23일(월)까지 9일을 공식 연휴로 하는 대신, 연휴 전후인 14일(토)과 28일(토)을 대체근무일로 지정했다. 길게 쉬되, 업무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전에 시간을 재배치한 것이다. 달력을 전략의 영역으로 끌어온 셈이다. 그래서 중국은 춘절이 끝난 24일(화)이 되면 곧바로 정상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미 앞뒤 주말 근무를 통해 비워질 시간을 당겨 채웠고, 복귀와 동시에 생산·유통·수출 등 산업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도록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연휴는 길지만, 재가동은 빠르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휴식과 생산을 하나의 계획표 안에 넣어 둔 배열 덕분이다. 우리의 설 연휴는 다르게 흘렀다. 공식 휴일은 14일(토)부터 18일(수)까지였다. 그러나 복귀하자마자 다시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 집중할 시간은 짧고, 본격적으로 달릴
계절은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건너며 바뀐다. 아직 공기는 차갑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정치도 그렇다. 이번 설 연휴는 휴식이 아니라 6·3 지방선거로 진입하는 경계선이며, 유권자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이 겹치는 경계 구간이었다. 설은 원래 가족의 자리지만 선거를 앞두면 평가의 자리로 변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 지역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그 말들이 다시 일상으로 흘러가 여론이 된다. 정당은 이 순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설 연휴 전에 판을 깔아야 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판의 중심 인물은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공관위원장은 후보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당의 미래 이미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당의 색깔이 달라지고, 그 선택은 몇 년간 지역 권력을 좌우한다. 결국 공천은 인사 절차를 넘어 정당이 유권자에게 내미는 집단적 약속이 된다. 공관위원장이 쥔 힘은 단순한 추천 권한이 아니다.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누구에게 문을 닫을 것인가를 정하는 권력이다. 본선은 언론의 조명을 받지만, 승패는 경선에서 갈린다. 그래서 6·3 지방선거 출마를
까치설은 어저께였고 우리설은 오늘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오래전부터 동요로 불러왔지만, 정작 그다음 가사는 만들지 않았다. 설 명절은 늘 오늘에서 멈췄고, 내일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겨졌다. 축제나 잔치 다음의 시간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회, 어쩌면 우리는 그 공백 속에서 살아왔다. 설 전날은 신호다. 좋은 소식이 온다는 느낌이고 곧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관계를 떠올린다. 기다림은 아직 책임을 요구하지 않기에 가장 달콤한 희망의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보다 설렘을 먼저 생각한다. 설 당일은 잔치다. 차례를 지내고 새배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냈느냐는 질문과 별일 없다는 대답이 오가며 공동체의 관계는 깊어진다. 우리는 그 반복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을 확인한다. 확인된 관계 속에서 사람은 다시 버틸 힘을 얻는다. 하지만 명절의 진짜 무게는 늘 내일로 넘어간다. 떡국을 먹고 한 살을 더했다는 말은 결국 다음 시간을 감당하라는 뜻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책임이 늘어나는 일이고, 기대받는 위치로 이동하는 일이다. 명절이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 현실은 우리를 부른다. 여기서 한 장면이 떠
2026-02-1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최근 20년 동안 개별용달을 해온 한 기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도로나 다리가 새로 개통되면 이익을 보는 날도 있었지만, 도로에 공사가 있거나 날씨가 나쁘면 손해가 많다고 했다. 운송료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행 상황은 매일 변하는데 정산은 멈춰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지금의 운임 체계는 계약 순간 멈춘다. 화주와 운송사는 거리, 통행료, 유류비, 소요 시간 등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계약을 한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변수는 운송사의 책임이 된다. 교통체증이 생겨도, 우회로를 돌아가도, 기름값이 조금 오르내려도 계약 금액은 그대로다. 반대로 도로 사정이 좋아져 시간이 단축되거나 비용이 줄어들면 그 이익이 오래 유지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음 재계약에서 화주는 개선된 조건을 곧바로 운임 인하의 근거로 삼는다. 좋아진 환경은 공유되고 나빠진 환경의 부담은 한쪽에 남는다. 위험의 방향이 언제나 일정하게 고정된다. 그래서 수도권이나 대도시 운송은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사고 한 번, 폭설 한 번이면 하루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 AI와 데이터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산 방식만큼은 과거에 묶
2026-02-1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1945년 8월15일의 태극기는 광복을 알렸지만 그 아래에 서 있어야 할 주권 정부는 없었다. 당시 한반도는 해방된 땅이 아니라 점령된 공간이었고 한국인은 독립된 국민이 아니라 전쟁 승전국의 관리 대상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북위 38도를 경계로 들어온 순간 분단은 이미 지도 위에 그어졌지만, 그 선이 국가의 경계로 굳어질지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진짜 비극은 그 선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한국 정치가 약 3년 동안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통일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 연합과 타협이 될지 배제와 경쟁이 될지는 한국 지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그 선택의 갈림길에 이승만 김구 여운형 김일성 네 사람이 서 있었다. 이승만의 선택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 그는 냉전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을 누구보다 빨리 읽었고, 그래서 통일 정부가 아니라 남한 단독 정부를 택했다. 미군정과 결합해 반공 국가를 먼저 세우고 그것을 지렛대로 북을 압박해 통일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그 순간 통일은 뒤로 밀려나고 분단은 현실이 아니라 제도로 굳어졌다. 김구의 선택은 정반대
2026-02-1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최근의 한·중·일 관계는 오래된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방위비 증액과 자위대의 군사화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 미·일 안보 체제에 편입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놓지 못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세 나라가 따로 흘러온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계 위에서 함께 움직여온 궤적이다. 우리는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분리해 배우지만 실제로 이 셋은 한 번도 따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중국이 중심을 잡고 일본이 주변에서 팽창하며 한반도가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구조는 수천년 동안 반복돼 왔다. 지금 우리가 보는 미·중 충돌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모호성도 이 오래된 시계가 다시 한 바퀴를 도는 장면일 뿐이다. 중국이 안정돼있을 때 동아시아는 비교적 조용했다. 한나라와 당나라, 명나라 시절에는 국제 질서가 단단했고 주변국들은 그 틀 안에서 자율성을 누렸다. 중심이 단단하면 주변은 흔들리지 않고, 패권이 분명하면 충돌도 줄어든다. 그래서 이 시기 동아시아는 교역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중국의 안정은 곧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이었다.
2026-02-1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IT 시대의 인재는 코드를 짜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못하는 일을 사람이 대신 계산하고, 그 계산을 기계가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IT 시대의 엘리트는 수학과 공학에 강한 젊은 두뇌들이었고, 빠르게 배우고 정확하게 적용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었다. 기술은 지식의 싸움이었고, 더 많이 배운 사람이 이겼다. 기업과 국가는 그 젊은 기술자들을 모아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전혀 다른 규칙으로 작동한다. 이제 기계는 코드를 대신 쓰고, 통계를 대신 계산하며,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낸다. 사람이 일일이 설계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최적화를 반복한다. 기술의 무게중심이 ‘설계’에서 ‘활용’으로 이동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에 어떻게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이 변화는 인재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AI는 지식을 모으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실패를 증폭시키는 기계다. 수십년 동안 영업에서 깨지고, 투자에서 속고, 조직에서 갈려본 사람이 AI를 쓰면 그 모든 실패가 즉시 유용한 데이터로 호출된다. AI는 그 실패를 새로운 패턴으로 바꾸고, 위험의 요소를 정밀하게
2026-02-1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뉴스타트 체제는 지난 5일부로 효력을 다했다. 2011년 발효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를 1550기로 묶고 상호 검증을 유지해 온 마지막 안전장치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장이나 대체 합의는 마련되지 못했다. 핵 억제의 운영 방식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전 세계 핵탄두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미·러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감축과 감시의 관성이 멈추면서 핵 경쟁이 중심 의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서 제기됐던 핵실험 재개론은 이런 전환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험은 능력 입증이자 의지의 표명이다. 동맹에게는 공약의 현실성을, 경쟁국에는 대응 필요성을 환기한다. 신호는 상호작용을 낳고, 상호작용은 다시 군비 계획을 밀어 올린다. 결국 실험 논의 자체가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대가 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다수의 신규 사일로, 해상 기반 전력 강화, 극초음속 체계 개발이 병행됐다. 최소 억제의 틀을 유지하던 과거와 달리 보다 확실한 보복 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양자 구도는 사실상 다자 경쟁 체제로 변환됐다. 전략 안정성을 설계하던 시대에서 전략 우위를 계산하는 시대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이
2026-02-1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9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짧은 발표였지만 그 파장은 길게 번졌다. 이미 굳어졌다고 여겨졌던 시장 질서가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노동은 동시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형 마트 새벽 배송은 규제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 마트가 멈춰 있는 동안 수요는 자연스럽게 다른 채널로 이동했고, 소비의 리듬은 제도가 아닌 생활에 맞춰 재편됐다. 우리의 하루는 이미 24시간으로 확장됐지만, 법은 과거의 박자를 유지했다. 그 결과 멈춘 곳과 열린 곳의 격차가 구조로 굳어졌다. 2012년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의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오프라인 유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전통시장 보호라는 목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급속한 확장은 조절의 대상이었으며, 유통 시장은 균형을 원했다.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그런 요구를 반영한 장치였다. 당시로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며 소비 환경은 완전히 변했다
2026-02-1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9일 일본 <교도통신>과 <NHK>는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유민주당(자민당)이 316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310석을 넘겼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까지 합하면 숫자는 352석까지 뛴다. 전후 일본 정치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승패가 아니다. 일본 정치의 단계가 타협에서 실행으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의회 구성은 곧 국가의 방향을 뜻한다. 그래서 국제 사회는 의석표를 외교 뉴스로 읽는다. 법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어디에 모였는지를 먼저 계산한다. 물론 당장 개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개헌은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참의원 전체 248석 가운데 자민당은 101석, 일본유신회는 19석이다. 아직 넘어야 할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다. 그 시점은 바로 참의원 전체 의석의 절반, 124석을 뽑는 2028년이다. 이제 일본의 정치는 더욱 또렷해졌다. 선거는 단순한 정권 평가가 아니라 헌법을 묻는 투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설득과 동원, 찬성과 반대가 국가의 형태를 두고 맞붙을
2026-02-1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치는 메시지의 경쟁이자 속도의 경쟁이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 어떤 문장이 더 널리 퍼지느냐, 어떤 장면이 오래 남느냐가 정치의 체급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연설문이 기록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타임라인이 역사를 만든다. 정치는 이제 화면에서 먼저 판단되고, 여론은 클릭의 속도로 굳어진다. 지난 7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의 ‘고액 자산가 탈한국’ 보도자료를 고의적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사익을 위한 왜곡이라며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경고도 뒤따랐다. 약 4시간 후 대한상의가 통계 검증이 부족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이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질타한 지 하루 만인 8일 정부는 대한상의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절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정치의 무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는 기자회견보다 휴대전화 화면에 먼저 등장하는 지도자다. 발표보다 게시가 빠르고 브리핑보다 문장이 앞선다. 정치가 플랫폼 위에서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시대, 그는 그 중심을 점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말의 타이밍 자체가 리더십이 된다. 과거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떠올리면 낯선 장면은 아니다. 정치 입문 초기에 그는
2026-02-0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며칠 전, 예원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딸을 둔 모 기업 회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이가 실기우수상과 개근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축하 인사를 전하며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음악이 대세지만, 앞으로는 르네상스 이후 서양처럼 미술의 인기가 음악을 앞지를 겁니다” 잠시 후 한 문장을 더 보냈다. “앞으로 따님이 BTS보다 더 날릴 겁니다.” 축하의 뜻으로 가볍게 보낸 메시지였으나, 문화의 방향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문화는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소리가 문을 열면 그림이 문명을 세운다. 음악은 시대의 감정을 폭발시키지만, 미술은 그 감정을 구조로 고정시킨다. K-pop 전성기를 통과하고 있는 한국은 이제 무엇을 불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바로 K-mark다. 한국 미술은 흔히 ‘K-painting’이나 ‘K-picture’로 불린다. 그러나 이는 장르를 지칭하는 이름일 뿐이다. 무엇을 그렸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왜 남는지까지 말해주지는 못한다. 반면 K-mark는 미술을 문명이 남기는 흔적으로 격상시킨다. 미술은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는 구조다. 한국 미술을 K-mark
2026-02-0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우리 역사에서 ‘중국성’은 단순한 혈통 표기가 아니라 문명 이동의 기록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수많은 중국계 성씨들은 이방인의 흔적이 아니라 동아시아가 요동칠 때마다 함께 이동해 온 사람과 지식, 제도와 기억의 집적물이다. 당나라 말기와 5대10국의 혼란, 송·원 교체기, 명·청의 대전환기마다 중국의 관료와 학자, 무장과 상인들이 바다를 건너 신라와 고려, 조선으로 들어왔고, 이들이 정착하며 만든 것이 오늘의 중국계 본관이다. 이들의 이동은 피난이 아니라 문명의 이전에 가까웠다.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은 이들을 단순한 이주민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어와 경전, 외교 문법과 국제 질서를 몸으로 익힌 이들은 한반도가 중원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였고, 이 통로 덕분에 한국은 변방이 아니라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었다.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가문이 바로 연안 이씨다. 이 연안 이씨의 역사는 문헌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기억으로, 필자는 이를 ‘연안(延安) 이씨인 이의시 이스턴R&E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그는 “연안 이씨는 중국에서도 오래된 문벌이었고, 당·송 교체기부터 한반도로 건너와 신라와 고
2026-02-0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미국 정치 지형이 이미 숫자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텍사스 18지구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승리하면서, 공화당이 유지하던 하원 다수는 이제 4석 차로 줄어들었다. 435석 중 단 4석 차라는 것은, 하원이 사실상 ‘과반 붕괴 직전 상태’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법 기반은 아직 중간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구조적으로 취약해졌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선거가 보여준 유권자의 방향이다. 메네피는 보편적 의료, 강경 이민 정책 반대,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이라는 노골적인 반트럼프 메시지로 승리했다. 같은 날 텍사스 주상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섰다. 이는 중간선거가 단순한 정권 평가가 아니라 트럼프 체제에 대한 구조적 반격으로 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오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는 단순한 의회 선거가 아니다.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한 인물의 정치적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자, 세계 질서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정치적 지진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 선거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하원과 상원, 즉 입법 권력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곧 대통령의 손발을 묶을 것인지, 풀어줄 것인지를 결
2026-02-0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는 동시에 여러 개의 시간이 움직이고 있다. 금융은 코스피 5000을 넘어선 뒤 새로운 자본 질서로 재편되고 있고, 부동산은 투기 억제라는 강한 규율 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외교와 산업 전략은 수출과 기술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이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국가적 판단이다. 이 흐름 속에서 노조의 시각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기술이 전환되는데, 노조만 과거의 좌표에 머물 수는 없다. 지금 벌어지는 노조와 정부 사이의 미묘한 긴장은 충돌이 아니라 ‘속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조정 과정에 가깝다. 정부는 이미 다음 단계의 경제를 보고 있고, 노조는 당장의 생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두 시계가 어긋나면 갈등이 생긴다. 이정부가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회피하지 않는 정치다. 주식시장, 부동산, 산업 정책, 외교까지 모두 기존 이해관계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이정부가 ‘불편한 개혁’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 이 신뢰는 노조 문제에서도 작동한다. 노조와 갈등이 있더라도, 결국 국가 전체를 기준
2026-02-0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치는 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은 숫자와의 전쟁이다. 표, 의석, 연합, 거부권, 개헌선까지 모든 것은 계산으로 움직인다. 지금 한국 정치가 극단적으로 격렬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싸움은 윤리도, 명분도, 이념도 아니라 사칙연산의 충돌이다. 더하느냐, 빼느냐, 곱하느냐, 나누느냐가 곧 권력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162석 여당과 107석 야당이 서로 다른 계산기를 들고 마주 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덧셈으로 세력을 모으고 있고, 국민의힘은 뺄셈으로 내부를 깎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수식은 6·3 지방선거를 거쳐 2028년 총선에서 곱셈과 나눗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한국 정치의 헌법 지형까지 뒤집힌다. 지금은 덧셈·뺄셈의 정치 지금 민주당의 정치 방식은 분명한 덧셈이다. 의석을 더하고, 세력을 더하고, 이슈를 더하고, 중도를 더 끌어안는다. 162석이라는 숫자는 이미 단순한 과반이 아니라 구조적 주도권을 의미한다. 여기에 무소속과 군소 정당, 일부 중도 세력까지 더하면 180선을 넘볼 수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반면 국민의힘의 정치는 뺄셈이다. 내부 인사를 제거하고, 계파를 정리하고
2026-02-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달 31일 입국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노르웨이와 1조3000억원 규모의 천무 수출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특사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가 수행한 임무의 본질은 국가 세일즈였다. 이는 단순한 방산 수출 소식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의전 중심에서 계약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필자는 해외 방문을 마치고 입국하지마자 기자들 앞에서 성과를 발표하는 강훈식 비서실장을 보면서 그는 더 이상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를 상대로 계약을 따오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생각했다. 윤석열정부 시절 대통령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부르며 해외 정상과 기업인을 만나 투자와 수출을 직접 챙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행정의 중심을 비우는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했고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묶여 정무를 관리하는 내부 관리자 역할에 머물렀다. 정작 해외에서 뛰어야 할 최고위 참모는 국내에 남아 있는 구조였다. 이재명정부는 이 구조를 반대로 뒤집어 대통령이 국내의 경제·부동산·관세·정치 현안을 직접 챙기고 비서실장을 해외로 내보내 국가 산업과 방산을 전면에 내세워 영업하게
2026-02-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