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무소속 허은아 제3지대 승부수

“윤석열 닮은 이준석은 잡는다”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원내 4당 개혁신당의 내홍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적 동지로 통했던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마침내 결별했고, 이제는 각자 대통령선거에 나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운명이 됐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31명의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소속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24일에는 “사라지는 나라에서 살아나는 나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회복’ 등을 키워드로 하는 출마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18일, 이 의원이 당내 찬반투표를 거쳐 개혁신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 있기에, 당 내홍은 대선 여론의 장으로 무대를 옮겨 ‘시즌2’를 맞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개혁신당 내홍 와중에 <일요시사>와 만난 허 전 대표는 이 의원 등의 정당보조금 불법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비하·혐오·갈라치기 방식의 이준석 정치를 강도 높게 비난했던 바 있다. 이번 인터뷰서 그는 이준석 정치를 ‘가짜 개혁’으로 규정하고, 기득권과 부조리를 깨는 ‘진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허 후보를 두고 많은 이들은 개혁신당 탈당까지는 예상했지만, 대선 출마는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어떤 동기에서 출마하게 됐는가?


▲지난해 1월 여러 달콤한 제안을 뿌리친 채 의원직을 던져 가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것은 이 나라를 제대로 개혁해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난 1년 넘게 이준석 의원을 겪어 보니 개혁에 적합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탈당에 이은 대선 출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치를 시작했을 때나, 국민의힘을 탈당했을 때나 내 마음가짐은 변한 게 없다. 하나뿐인 딸은 물론, 딸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한다.

-구체적으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왜 개혁에 적합하지 않은가?

▲낡은 정치에 맞서 기득권을 깨겠다는 그의 말에 나도 속았고, 동탄 시민들도 속았다 생각한다. 처음엔 그 구호를 대견하게 여기면서 비호감도 82%(1월9일 발표 NBS)에 달하는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 알고 봤더니 당내서 기득권을 놓지 않음은 물론,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젊은 꼰대'였다.

스스로가 '반(反) 개혁'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개혁하겠나? 이제는 대선후보가 돼 전 국민을 속이려 들고, 당은 그에 대한 양두구육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간 이준석을 지원해 왔던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가짜 개혁과 다른 진짜 개혁이 무엇인지 선보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개혁신당 내홍의 본질이자 근본 원인이 이준석 의원인가?

▲그렇다. 이 의원은 최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통해 당 재정을 비롯해 인사·기획 전략·조직 등을 좌지우지하는 사당(私黨)으로 개혁신당을 전락시켰다. 자칫 당이 몇몇 정치 낭인들과 특정인의 탐욕을 위한 사금고가 될 판이었다. 이에 맞서 사무총장을 교체하려 하자 온갖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퍼뜨려 가면서 끝끝내 나를 끌어내린 것이다.


-당의 운영자금이 특정인 사금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면 국민 세금으로 공당에서 정책연구를 위해 쥐여준 돈이 9000만원이 넘는데, 당이 원하는 연구를 내팽개치고 세 명의 의원이 나눠 가졌다. 그중에는 한 정치학 박사가 전공과는 하등 상관없는 ‘지하공간 데이터센터 분석’을 연구한 것도 있다. 알고 보니 그는 친이준석 평론가로 통하는 A씨였다.

연구 결과물조차 당 대표인 내게 보고되지 않았다. 또 다른 친이준석 평론가로 알려진 B씨의 회사는 규정된 공개경쟁 입찰을 생략한 채 5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준석 특수관계인 C씨의 회사는 당 홈페이지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100만원을 받아, 지금껏 1억5000만원을 넘겼다.

이 의원의 최측근 김철근 사무총장의 지인 D씨 업체는 판매 품목이 전혀 무관한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데 당의 현수막 제작을 최대 2배 높은 가격으로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는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의원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내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 순번을 달라고 동탄에 찾아와 세 시간이나 울었다고 하더라. 악의적으로 지어낸 이 거짓말로 인해 당내 여론이 악화해 당 대표직에서 끌어내려진 것이다. 만약 이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될 테지만,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으니까.

더 황당한 것은 ‘천아용인’의 천하람 의원과 이기인 최고위원이 이 거짓말을 고스란히 받아 내가 비례 순번을 받지 못한 것이 내홍의 본질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내가 바로 옆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천연덕스레 그러더라. 오히려 나는 비례 의원직을 던지고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나? 

그런 사정을 잘 아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다니 모욕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어 썩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것마저 공격의 대상이 됐지만…

-이 의원을 다룬 다큐 영화 <준스톤 이어원>이 대선 시즌을 앞두고 얼마 전 개봉했다. 국민의힘 비례 의원직을 던지던 날 당시 천하람·이기인을 앞에 두고, 이 의원까지 염두에 두고 “평생 갈 동지”라며 “가족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었는데…

▲그때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같은 장면을 회상하면서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크게 비웃는 것을 내보내기도 했다. 정치가 비정하다지만, 당 내홍의 발단인 김철근 사무총장의 해임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찬성했던 그가, 이 의원이 저를 몰아내면서까지 그를 복귀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공개 석상에서 “김철근을 다시 앉혀라”라고 180도 말을 바꿔서야 되겠나?

-그래도 당 대표로서 내홍을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내가 대표였다지만 자타공인 개혁신당은 이 의원이 압도적 최대주주다. 거의 한 달여 동안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외부에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비공개 상태로 지속해서 당내에서 다양하게 소통했다. 그런데 그의 의중을 잘 안다는 중재자들이 하나같이 한 말은 “그냥 (그에게) 밟혀라” “김철근을 다시 받으면 없던 일로 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의 무도함을 보고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 조대원 최고위원은 그쪽에 김 사무총장을 받되 실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이 당을 전횡하게 둔다면 내가 대표로서 진짜 개혁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래 허 후보는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라는 구호로 당 대표로 당선됐다. 누가 봐도 이준석을 도와 정권을 창출하는 조력자가 되려 했던 것 아닌가?

▲당 밖에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훨씬 더 경쟁력 높은 대선후보를 당당히 내거는 당 대표가 되고 싶었다. 일부 인사들과 접촉해 긍정적인 반응도 끌어냈다. 그분들이 높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 이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면 정권 창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이대로였다면 이 의원에게도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이런 구상을 밝혔더니 이 의원이 아주 싫어하는 게 느껴졌다. 이 의원이 나를 내쫓은 뒤 결국은 토론 없는 대선 경선 규정을 만든 채 공산당식 찬반투표한 것을 보고, 그가 말해온 ‘낡은 정치 혁파’라는 구호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래도 의원직을 내던지며 합류한 당, 창당준비위원장이자 대표까지 지낸 당을 나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당연히 고통스럽고 아프다. 하지만 이 의원의 위선과 당내 부패한 구조를 뻔히 확인해 놓고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원래 4·2 재보궐선거서 젊은 정치인들의 사다리이자 희망이 되어주려 후보 배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서라도 재보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내가 직을 내려놓자, 공관위를 없애고 출마하려던 예비후보를 주저앉혀 결국 어디에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러고선 이걸 내홍 탓으로 돌렸는데, 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이 아니라, 국민과 미래 정치를 위해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대통령을 만들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

▲국민은 거대 양당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제3지대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오죽하면 비호감 높고 다수 다자 대결 구도에서 1~2%대 지지에 불과한 이 의원이 3자 대결 구도에서는 일정한 지지를 얻을 정도다. 양당에 실망한 국민께 제3지대 후보마저 가짜 개혁 후보라면 절망뿐일 것이다. 나는 제3지대 대표 주자가 돼 이 의원을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께 이 진심이 잘 전달된다면 그 이상의 성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제3지대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과 부조리가 누적돼있다. 구태 양당은 기득권 자체이기도 하면서 기득권과 부조리를 제도적으로 인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성장이 벽에 가로막힌 지 오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해야 할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전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가득하다. 기득권과 부조리를 진짜 개혁으로 깨뜨리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 제3지대의 본질이다.

-이번 대선에서 다루고픈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해외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자살하는 국가라고까지 평한다. 인구 소멸로 인한 대한민국 소멸이 실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사라지는 나라’ 대한민국을, ‘살아나는 나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성별·정치 성향 등으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고, 기대고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주며, 나뉜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과점 ‘대왕상회’ 딸이 감정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거쳐 정치인이 됐다. 여성이지만 여성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스스로 가진 역량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생소한 분야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지만 데이터 기본법 등을 제정하며 착실하게 정치적 소임을 다했다. 제3지대 정치인으로서 이런 삶과 이런 정치가 가능하다는 꿈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 이번 대선에서 허은아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 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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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