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못 벗는 이재명 노림수

이대로 잡혀갈 줄 알았지?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무색하게 ‘방탄’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를 주시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있어 8월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얽힌 대북 송금 관여 정황을 진술한 게 뇌관이 됐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표면화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구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실마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게 핵심이다. 같은 해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관련 사업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청탁 관계에 대해 이 대표도 묵시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이미 7월 중순 재판서 이 대표를 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 송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납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을 북한이 요구하자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바통을 받은 걸까? 지난 20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도중 “쌍방울에게 (도지사)방북 추진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해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해왔다. 연일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던 그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인 듯했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측은 그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변호사 해임 신고서도 제출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옥중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 지사(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이 적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재판서 변호인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두 개의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다음 달 9일 열릴 재판서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
발등에 불 떨어진 친명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들썩이자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였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영치금 계좌번호가 게시됐다.

‘검찰 독재 정치 탄압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민형배, 김승원, 주철현 의원은 지난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관한 특별면회를 신청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를 불허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에 이 대표를 끼워 맞추는 진술을 회유받고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 장관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에 가까운 행위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탄력받은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자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영장 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격에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 장관의 태도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게이트키퍼인 만큼 그가 법정서 무너질 경우, 곧바로 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계획을 본인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작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고 견제했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민 시선을 민주당으로 돌렸다는 셈이다.

불리한
진술들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기는 다음 달이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이 다음 달 9일인 만큼 그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 차례 부결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2월27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이 진행됐지만 방탄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완벽한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당에 균열이 생겼다.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 나오면서다.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가결에 가까운 부결”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칼을 갈고 나올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영장의 또 다른 활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자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고 뜻을 같이했다.


‘정당한’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당시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이 단서가 향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출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심사는 사법부인 법원이 결정할 문제인 만큼 특정 당이 스스로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8월 대위기설 초긴장

민주당 내에서도 영장 발부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지난 7월28일을 끝으로 다음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까지 휴회기를 갖는다. 이후 국회가 시작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비회기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본회의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이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석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더 이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갈라진 당심도 봉합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회기 중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회기 중 체포영장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아마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당내 갈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가 시작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 의원을 시험 잣대에 올리려는 윤정부의 명분이라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두고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혁신위가 돌연 ‘기명 표결’ 방식을 제안했다. 의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누가 어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기명 표결 제안 및 8월이 시작되면서 민주당 방탄 논란의 제2막도 함께 열렸다.

총선 전
수박 색출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대에 맞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제1차 혁신안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 공직자와 당직자의 비위 의혹 책임조사 및 대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찰 시스템 구축 ▲‘돈봉투 의혹’ ‘코인 보유 의혹’ 관련 탈당자에 관한 책임 대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방식으로 변경 ▲‘현역의원 평가’ 시 도덕성 항목의 비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명 표결의 필요성을 두고 혁신위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서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주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입법 사안인 만큼 조기에 기명 표결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은경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투표 결과에 관해 국회의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와 궤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을 걸러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조차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서 방탄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셈이다.

투명한 기명 표결?
‘속’까지 다 보일라

혁신을 위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오히려 꼼수로 비치는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우려도 커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으로 변경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낙인이 찍힐 경우 다음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기명 표결 혁신안에 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영장설’이 도는 지금 기명 표결을 운운하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명 표결 혁신안이 공개된 시점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착된 민주당에 과연 혁신의 바람이 불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해당 혁신안을 두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방탄을 쥐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진행됐던 2월처럼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의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 방식이 정쟁으로 번지자 혁신위는 “입법자가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기명 표결은 이미 양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인 만큼 정쟁의 요소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서 규정한 취지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안
후폭풍

혁신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명 표결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법안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해야 하는 혁신안인 만큼 하루아침에 법안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기명 표결에 찬성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을 거치기 위한 또 다른 기명 표결인 셈이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은 결국 수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끝내 방탄 국회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권 포기는 싫고 생색은 내고 싶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기명 표결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선언’ 제안을 두고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과 ‘부결’뿐인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굳이 새로운 표결 방식을 운운하는 행동을 저격한 셈이다.

한 장관은 표결 방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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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