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25) 공약해부-⑤ 정치쇄신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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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정치쇄신 "중이 제 머리 깎기 성공할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다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정치쇄신안'을 살펴봤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정치권의 비리스캔들과 도를 넘은 특권 남용. 비록 중도사퇴 하긴 했지만 이번 대선에 불어 닥친 안철수 바람은 이 같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으로부터 시작됐다. 때문에 정치쇄신은 다가오는 대선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게 됐다. 그렇다면 여야의 각 후보별 정치쇄신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박근혜 <4가지 핵심과제>
"국민이 원하면 개헌도 추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내세운 정치쇄신안의 핵심과제는 ▲정당 개혁 ▲국회 개혁 ▲민주적 국정 운영 ▲깨끗한 정부 등 네 가지다.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며 "잘못된 정치야말로 국민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만큼 잘못된 제도와 관행 모두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박 후보가 제시한 '정당 개혁'의 핵심은 공천 개혁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각 정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상향식 공천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 선출 시 여야 동시 국민 참여경선을 법제화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시 밀실공천을 근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밀실공천 근절


아울러 박 후보는 "각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늦어지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정당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 대통령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할 것을 법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각 정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는 2월까지, 대선후보는 8월까지 확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후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부정부패에 따른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제공자가 비용 부담 ▲공천 관련 금품 수수자에 대한 30배 과태료 부과 및 20년간 공무담임권 제한 ▲정치자금 관련자료 공개기간 4년으로 연장 등을 쇄신안에 포함시켰다.

두 번째 '국회 개혁'과 관련해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 및 불체포특권 폐지 등을 제안했다. 박 후보는 국회 윤리특위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의원 징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원들이 물의를 빚어 윤리특위에 회부되더라도 동료의원들이 징계수위를 최종 결정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제기돼온 사실을 염두에 둔 조치다. 또 박 후보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민주적 국정 운영'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대통령의 제왕적인 권력구조를 분산시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총리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탕평인사 원칙 ▲공직 임용 시 공평 대우 보장을 위한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등의 구체적 실천과제도 제시했다.

덧붙여 박 후보는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여당은 물론 야당들과도 소통해야 한다"면서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매년 정기국회에서의 대통령 연설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깨끗한 정부' 실현을 위해선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부패 근절을 위한 '특별 감찰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이 추진된다.

특별 감찰관은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의 추천을 받으며, 자체 조사권도 갖게 할 계획이다. 박 후보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는 철저히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비리 척결

한편 박 후보는 이 같은 네 가지 정치쇄신안 외에도 이번 대선정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개헌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박 후보는 "제시한 과제들은 대통령의 의지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법률은 물론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집권 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 공동선언>
"새정치로 새로운 대한민국 연다"

지난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야권의 단일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결정됐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이미 지난 18일 정치쇄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정책연대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기초하고 있다. 양 후보는 당시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현재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적 국정운영

이번 선언문은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소통과 협치의 시대 ▲철저한 정치혁신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생산적 정치, 깨끗한 정부 ▲과감한 정당 혁신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 등 네 가지 합의로 요약된다.

우선 첫 번째로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강조한 두 후보는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정치적 협의가 중요한 경제민주화, 일자리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 복지의 확대, 남북 평화와 협력, 정치개혁 등 5대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정 국정협의회 상설화라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필요할 때마다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나가서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청와대로 국회와 정당의 지도자들을 정례적으로 초청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새로운 대통령상을 실천하겠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았다.

총리 인사권 보장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인사제청권과 해임건의권도 확고하게 보장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나 부당한 권력형 인사개입을 용인하지 않으며 선거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득권과 연고가 아닌 도덕성과 능력, 업무적합성을 기준으로 지역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두 번째 생산적 정치,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부정부패와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는 고위직 임용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공직자의 유관 기업 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도 근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권력 사유화와 남용, 그리고 정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영리목적의 겸직은 모두 금지하며 헌정회의 국회의원 연금제도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산하에는 시민제소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특위의 징계안 결정은 일정한 시한 내에 반드시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전원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며 본회의는 위원회의 결정을 수정 없이 수용하도록 하며, 국회의원 세비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국회의원세비심의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는데 합의했다. 이 밖에도 양 후보는 상시 국정감사제도와 각종 기금의 회계를 철저하게 점검하기 위한 (가칭)회계감사처 설치 등을 약속했다.

권력남용 방지

세 번째는 정당 혁신을 위한 방안이다. 문 후보는 "기성 정당은 중앙당 중심의 권한 집중, 인물과 계파 중심의 줄세우기, 국민과의 소통 부족, 그리고 현장과 유리된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정당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비대한 중앙당의 권한과 기구를 축소하고 당의 분권화, 정책정당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강제적 당론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도 합리적으로 정비하며 현행 정당국고보조금은 축소하되 정당의 정책연구소를 독립기구화하여 지원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제도는 폐지하되, 여성의 기초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세부사항은 충돌

한편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을 통해 정치쇄신안에 대한 정책연대에 합의하긴 했지만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 일부 사항은 이견을 나타냈었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해서 문 후보 측은 '현상유지'를 주장한 반면, 안 전 후보 측은 '축소'를 주장했었다. 결국 양 후보는 협상문에 "의원정수를 조정하겠다"는 표현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은 문 후보의 공약에 따라 현상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정수는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지역구의 축소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득권 타파의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당해 전문정치인이 아닌, 정당이 추천하는 연령별·직능별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석분포는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현행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두 배 정도 늘린 것이다.

이 밖에도 안 전 후보는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50%정도로 축소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이 역시 문 후보의 공약대로 정당의 국고보조금 30%를 정책분야에 쓰도록 원칙을 정하고 정책연구원을 공약기구화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 후보의 새 정치 구상은 '정치개혁'과 '반부패'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문 후보가 내놓은 정치쇄신안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쇄신안들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문 후보의 '추진력'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끝내 이루지 못했던 정치쇄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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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