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가는 이재명 갈림길

수술이냐 봉합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합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비명계 공천 학살’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당내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됐다. 동시에 공천 공식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 2기가 위태롭게 출범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발 물러선 채 상대 진영의 갈등을 주연으로 만들겠다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 때만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을까
내칠까

23일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 측은 이 대표의 복귀가 지연되는 것에 관해 “건강상태를 봐서 무리가 없다 싶으면 언제라도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게 대표의 의지인데, 그만큼 건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날짜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일부러 복귀 시기를 늦췄다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김 대표 체제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진행형인 사법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과거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알려 강성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재판에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만큼 이 대표가 조용히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당 대표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가결파’ 징계에 관한 논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원들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에 관한 징계 청원 글을 작성했다. 해당 청원이 답변 요건인 5만명을 넘긴 만큼 이 대표의 답변이 앞으로 당의 분위기를 판가름하게 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들을 내치지 않고 포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 참석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최근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통합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내에선 여전히 가결파 징계 요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결파 징계 청원 5만명 달성
화합 메시지에도 숨 가쁜 싸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가결파를 구별할 수 없고, 구별한들 이분들에게 어떤 조치와 처분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를 벌하는 것은 일상적인 당무인 만큼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에 응답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는 비명계를 겨냥한 물갈이 공천을 언급했다. 더민주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혁신안 수용을 요구하면서다. 이전부터 비명계 측에서는 대의원제를 축소하게 된다면 일반 권리당원, 즉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왔다.

여기에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한마디 얹으면서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비명계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이들은 그저 민주당원들에게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싸우고, 보수 언론에 편승해서 당원들을 악마화하는 것에 앞장서고,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그것이 애당심이라고 말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심지어 자신들의 수고에 감사하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진심으로 너무 감사해서 집으로 돌려 보내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너무 고생하셔서 집에서 푹 쉬시라”고 비꼬았다.

폭격의 대상이 된 비명계 역시 징계의 부당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 부결이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던 만큼 의원들의 소신을 징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 역시 뇌관 중 하나다.

꽝 없는
뽑기판?

지난 17일, 민주당은 원내대표 정무특보에 이병훈 의원을, 원내부대표에 이동주 의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유동수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주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원내대변인으로는 윤영덕·임오경·최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 짜여진 원내대표단 구성을 두고 비명계로 꼽히는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 1명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명계를 향한 압박은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절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표면적으로’ 품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에 반하는 이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자세를 취하는 이른바 ‘포용의 정치’를 과시하면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벗어날 탈출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천 시스템을 비틀어서 당원의 투표 행사력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개딸이 수두룩하게 몰려올 텐데 비명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을 이끌어갈 방법을 찾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략 공천에 관해서는 “국정감사 이후 인재 영입으로 데려온 인물에게 쥐여주면 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비명계 컷오프를 하면서도 명분을 챙길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공천 학살’이라는 반발이 생기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위한 당의 선택”이라는 말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내 영입될 인사들이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만일 비명계가 당에 남아 있을 경우 이 대표는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내서 30표에 달하는 가결표가 나오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벗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이 대표가 비명계와 함께한다면 방탄을 벗어던지고 ‘민심’ ‘화합’ 등의 프레임을 당에 덧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방탄 정당’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앞으로도 재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돼 큰 정당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합의 길로 접어든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건 이 대표의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다. 잦은 재판 출석으로 인한 리더십 타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과 검찰은 이 대표의 수사를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빈털터리 수사”라고 비판하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송금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앞뒤로
조여온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재정합의를 거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중이자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2018년 12월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재판은 대장동 개발 관련 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총 2건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짊어질 리스크가 불어난 것이다.

이 대표가 없는 국회에서는 그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씨가 비서 배모씨를 시켜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 샌드위치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고 관사나 자택으로 오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배씨는 김씨가 당 관련 인사들과 한 오찬 비용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씨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0일, 해당 의혹을 권익위에 공익 신고한 조명현씨를 권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사용 등 부패 행위와 관련해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하고 구조금을 신청했지만, 권익위의 미흡한 처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환은 지난 18일 민주당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해당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씨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법인카드 의혹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을 열면서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사를 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답했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법카에 위증교사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김씨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김 지사가 김씨의 사건으로 가정해 대답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감사 결과 최소 61건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식 감사가 이뤄졌던 만큼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와의 경쟁 관계나 정략적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확대시켜야 하는 만큼 해당 의혹을 장기간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승리의 약효가 벌써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비명 성향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차례 이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냈다가 법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이다.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 진행자인 백광현씨는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권리당원 2023명을 소송인으로 하는 ‘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대표가 잦은 재판으로 정상적인 당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80조 3항을 통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백씨는 “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권리당원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그건 제가 아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사이비 신도처럼 보이는,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극성 개딸의 목소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의 ‘팬덤 정치’를 꼬집고 나섰다.

거대 표를 몰고 다니는 개딸이 아닌 다른 당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도 전했다.

도돌이표
집안싸움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가 내홍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혼란이 밖으로 표출된다면 균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흐름이 상식의 선을 벗어나는 지금으로는 당의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당의 실제 상황과 밖에서 바라보는 현상이 다르게 비춰질 때도 있다”며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첫 번째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명계 저격 자객 공천?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의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지난 18일 민주당 이해식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은 수도권, 충청, 영호남지역 42명의 전직 기초단체장과 함께 정치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 창립을 선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가 총선에 뛰어드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지도부에 친명계가 다수 포진된 만큼 의도적으로 비명계를 눌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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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