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이재명 안갯속 앞날

총선 끝나면 더 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의 결과는 당 수뇌부의 정치생명과 맞물려 있다. 이기면 자리를 보전하고 지면 내려와야 한다. 이는 그간의 선거서 공식처럼 적용된 정치판의 법칙이다. 4·10 총선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가 유독 주목받은 선거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를 치른 야당 대표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쪽이 이기면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 국회의원 선거는 300석의 자리를 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쟁하는 정치 이벤트다. 지역구서 254명, 비례대표로 46명을 뽑는다. 사전투표 이틀, 본투표 하루 등 사흘 동안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고 정당의 운명이 갈린다. 

한쪽은
죽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제3지대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공천 파동으로 인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결과다. 이 과정서 눈길을 끄는 지점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패배 후 3개월 만인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은 상임고문이었던 이 대표를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생긴 공석이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던 이 대표가 ‘방탄’을 목적으로 선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당선됐다. 이 대표는 4‧10 총선서도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 대표의 맞상대로 공천하면서 인천 계양을은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서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다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직행했다. 국민의힘이 친윤(친 윤석열)‧반윤(반 윤석열) 논란으로 어수선하던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치 경험이 없던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험지나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됐지만 선거에 나가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선거 구도가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로 재편됐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시기상 대통령의 임기 중간 무렵에 열리는 만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선거 구도가 야당 대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4‧10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비대위원장이 더욱 부각됐다. 각 당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과거에 비해 더 높다는 뜻이다. 

선거 기간 3일 재판 출석해
무단 불출석 강제구인 언급

그러다 보니 총선 이후 두 당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이 선거 후 정국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줄줄이 밀려 있는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도중에도 재판에 참석해야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 중요한 순간에 제1야당 대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저의 심정을 우리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선거 전날인 9일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가 현재 연루돼있는 재판은 총 3건이다. 서울중앙지법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등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배임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은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선고 시기가 늦어졌고, 위증교사 사건도 올 초 이 대표가 피습당하면서 재판이 늦어졌다.

결국 이 대표는 총선 기간 중에도 재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겨도
암울해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출석하며 “정말 귀한 13일의 선거 기간이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면서 “이것 자체가 검찰 독재국가의 정치 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강제구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대표를 압박하자 재판에 참석하면서도 볼멘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총선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아 2022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심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 열린 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법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불출석했다. (불출석이)지속된다면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여러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선거 때까지(재판에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판장은 이 대표가 불출석할 경우 강제소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인장 발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구인장은 법원이 심문을 목적으로 피고인 또는 증인을 강제소환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을 뜻한다. 

이 대표가 재판 일정으로 총선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 이후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총선 이후에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이후 정계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거취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판 3건
발목 잡아

특히 위증교사 사건이 변수다. 검찰은 2019년 2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넘겨진 재판 1심서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 KBS 피디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시장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이 같은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검사 사칭 사건은 2002년 이 대표가 분당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기 KBS 최모 피디와 함께 검사를 사칭하며 당시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답변을 받아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이 대표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계가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서 “피디가 검사를 사칭했고 옆에서 인터뷰 중이어서 도와주다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했고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증교사 사건이 터지면서 이 대표는 또다시 벼랑으로 몰리게 됐다. 이 대표가 연루돼있는 대장동 사건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사건은 수사 기록이 적어 올 하반기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서 위증교사에 대한 판단이 한 차례 나온 것이 결정적이다.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아내 김혜경 사건도 8월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봤지만 해당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앨 가능성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위증교사 사건의 1심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같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 멤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 관련 재판이 오는 8월경 선고가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씨는 2021년 8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서 민주당 인사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수원지법 형사13부는 지난 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모두 정했다.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 기일 등을 모두 미리 지정한 재판부는 “오는 8월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이 대표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자신의 수행비서인 배모 경기도 사무관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배씨가 김씨의 지시로 결제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씨 측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기소며 배씨가 결제한지 몰랐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선거마다
족쇄 될 듯

민주당 경선 과정서 대장동 사건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가는 길목마다 족쇄가 되는 모양새다. 모든 당이 총선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서 이겨도 져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대표의 ‘사면초가’ 상태는 언제쯤 끝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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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