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흔드는 이재명 대항마 합종연횡 막후

다시 드리운 수박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일제히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갑지만, 앞당겨진 대선 시계에 저마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각자도생하던 이들이 목소리를 합치면서 이 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대선은 더 많은 중도를 확보하는 쪽의 승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자 국민의힘이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맞불을 놓은 것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여론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통합과 화합도 빼놓을 수 없다. 총선 전 이미 계파 갈등 최고조를 찍은 민주당이 조기 대선이라는 또 다른 상황에 놓였다.

명분 내세워
앞으로 전진

지난달 30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인사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과 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당내에 비판적인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내에 (정치적 의견과 관련해)여러 스펙트럼이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고 통합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당부는 비명(비 이재명)계가 이 대표 일극 체제를 비판하고 이를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시 받아치며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염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루 전날인 29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이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한 글을 작성했는데, 이를 도화선으로 날 선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는 최근 정치 보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임과 의무는 통합과 포용”이라며 당에서 멀어진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폄훼한 당사자의 반성, 그리고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당내서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마녀사냥하듯 특정인 탓만 하고 있어서는 후퇴할지언정 결코 전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문화가 우리가 저들과 다름을 증명하는 길”이라며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직언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남을 가진 당일에도 이 대표 체제를 겨냥한 쓴소리는 이어졌다. 지난 총선서 원외로 밀려난 비명계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민주당의 도덕적 내로남불을 그대로 두면서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되면 청년 세대들은 우리를 지지해 줄까”라고 가감 없이 말했다.

이 두고 비호감+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
“수박 들이면 아사리판” 개딸 맹공격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생명력은 결국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이라며 “민주당이 김 전 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비판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당 지지가 올라간다”고 조언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성찰해야 답이 보인다”며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정부 탓을 하고 있다”고 아픈 부분을 찔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를 에둘러 비판하며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비판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서 ‘이재명 체제로 대선서 승리할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제기됐고, 이를 명분으로 삼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목소리는 비판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분석과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굳어지면서 이재명 대안론이 고개를 들었다.

비판 목소리가 하루걸러 하나꼴로 나오면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며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당내 통합을 언급했다.

이어 “저 극단과 이단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며 “내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보다 민생, 경제, 안보, 민주주의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집안싸움은 뒤로하고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특수한 상황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말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역시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강성 팬덤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던 만큼 지지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지가 통합의 의지로 여겨질 전망이다.

까마득한
화합의 길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살벌한 비판이 오가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단어는 ‘수박’이다. 이는 겉(파란색)과 속(빨간색)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다. 지난해 8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이름을 올리거나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의원을 색출해 ‘수박 리스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아무리 이 대표가 통합을 주장해도 강성 지지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또 다른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수박이 들어오면 아사리판(깽판)이 난다” “제철도 아닌데 수박이 보인다” 등의 게시글을 작성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내서도 비명계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계파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친명 인사인 양문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당신들의 사유물인가?”라며 이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양 의원은 “웬만하면 참으며,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까지 입 다물고 인내하려 했다”면서도 “당신들이 천방지축 나대는 지금,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박탈감을 생각하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신들만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사석에서는 이리저리 흉보며 씹고, 공석에서는 찬양하는 특권을 부여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대통령’이지 당신들이 사적으로 소유해 당신들의 출세를 위해 언제든지 호주머니서 꺼내 들고 장사할 수 있는 구슬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 했나?’ 묻고 또 묻는다. 임종석님은 스스로 성찰이란 것을 해봤나?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기록된다. 임 실장의 ‘통일 반대’ 주장은 어떤 성찰의 결과였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준비하는 만큼 민주당이 날을 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상계엄’ ‘내란’의 잔재를 겪고 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싸울 대상은 이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정부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사공 많으니
배가 산으로?

유시민 작가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비명계 인사를 겨냥하며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비명계가 ‘윤리적으로 틀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 특수하다는 것”이라며 “12·3 내란 세력의 준동을 철저히, 끝까지 제압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다. 게임의 구조가 지난 총선 때보다도 극화된 상황서 훈장질하듯 ‘이재명 네가 못나서 대선서 진 거야’ 등 소리를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와 이 대표가 힘을 합쳐야 내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 못 나가게 된다면 이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누굴 지지하겠느냐”며 “‘이재명이 사법 리스크가 있어서 안 돼’라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제일 열심히 싸웠던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상계엄과 12·3 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서 민주당이 패배한 후 남은 건 경선 과정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뿐이었다. 계파 갈등이 폭발하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지면 이번 조기 대선 역시 지난 대선과 같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경선은 그야말로 피바람이었다. 후보 토론회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도덕성 논란을 띄웠고 이 대표는 이에 맞서 “네거티브 공격을 자제해달라”며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선 과정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0.7%p 차이로 정권을 뺏기자 서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대표 체제로 조기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남은 20대 대선 패배 트라우마
K먹사니즘 VS 개헌 흑백선전 최소화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성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빅테크 육성과 더불어 ▲방산 ▲에너지 ▲식량산업 등 안보산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를 제외한 이들은 개헌 논의를 띄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탄핵의 종착지는 이 땅에 그런 내란과 계엄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전 의원도 “지금이 개헌의 가장 적기”라며 “다시는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1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미온적이라는 태도를 지적하며 “이 대표가 결단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개헌 국민투표까지 부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개헌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표면적으로 계엄을 차단하기 위함이지만 저마다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재명 체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보다 낫지만, 정말 개헌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안팎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이 담긴 비판과 남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난은 다르다.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데, 만일 당내 경선이 치러진다면 네거티브 공세가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깎아내리면 오히려 상대방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굴면 안 된다. 보수 대권주자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칼을 휘둘러야지, 안 그러면 함께 탄 배에 구멍을 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공통의 적
선택과 집중

‘이재명 흔들기’가 강해져도 민주당은 이 대표 외에 다른 노선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에 속한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외에 플랜B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 대표 체제로)승리할 것이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명이니 친명이니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윤정부의 내란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 내란범과 내란 동조 세력을 심판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혁신당은 지금…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에서 대선후보를 낼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서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진보 연합 세력 구축을 강조하며 “거기에 조국혁신당이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권교체를 담당해야 할 쪽의 후보는 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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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