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민주당, 이재명 책임론 속 대선 선수교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오는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사건 선고서도 중형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이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중 일부는 2027년 대선 전에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여름 전당대회를 치르며 ‘이재명 지도부 2기’를 완성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했던 이 대표로선 당내 입지가 흔들릴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강성 친명(친 이재명)계를 제외한 범 친명계, 그리고 몸을 사리고 있던 비명(비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원심력’이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자금 434억원까지 토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9일 검찰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도 예산을 개인적인 식사 비용이나 세탁비를 법인카드로 쓰거나 관용차를 개인 승용차처럼 이용하며 1억여원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현 정부 들어 6번째 기소다.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의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으로 명백한 억지 기소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이번 기소가 정치적 기소”라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그런 일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이 다 안다”며 상식적 기소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검찰 기소로 이 대표는 이제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판은 일부 병합된 건이 있어 총 4건에서 5건(서울중앙지법 3건·수원지법 2건)으로 한 건이 늘었다. 정가에선 재판 하나하나가 이 대표를 옥죄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정치적 앞날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를 위한 방어 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민주당은 11월 들어 주말마다 진행해 온 장외집회서 윤석열정권 규탄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대표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선 만큼, 김건희 여사를 향한 수사 및 처벌 요구도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대표 선고를 과하게 본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효과는 일부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도층 등 다수 민심의 참여까지 이끌 순 없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집회 현장서 이 대표가 사법부의 판결을 정치 탄압, 정치 판결로 불복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중도 민심의 반감만 더욱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상급심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면 지지층 분열은 물론, 민주당의 대선 가도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막히게 된다면 민주당의 대선 전략 재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 이재명 단일대오 체제를 강조해 온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이 대표가 실제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면 현재로선 대체제 역시 마땅치 않다.

이렇듯 이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은 민주당 내부에 크고 작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고 무죄를 고대했던 당원들에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나아가 차기 대선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향후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의견과 함께 향후 정치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실형 선고로 정가에서는 이 대표 일극 체제의 민주당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안팎서 ‘이재명 체제’를 대신할 ‘플랜 B’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가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일 것”이라고 압박했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재명 대체재’에 쏠리는 모습이다. 이른바 ‘3K’(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동연 경기도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재명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이재명 체제지만 수면 아래에선 이미 당권 재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친명계가)비명계를 향해 고개 들면 죽는다’는 식의 협박이나 사법부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도 해 보고, 이 대표 일극 체제의 견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큰소리 내고 있는데 정작 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밑에선 벌써 민주당의 권력 재편을 준비하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의 1심 선고 후 민주당 정당지지도는 큰 변동이 없다. 민주·진보 세력의 분열보다는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사법 리스크로 법원을 드나들고 있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흔들림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극단적 친정 체제를 구축한 ‘이재명호 민주당’으로서는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수록 비명계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에 체류 중인 김경수 전 도지사와 김동연 도지사가 지난 2일 현지서 회동했던 사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서 드루킹과 야합해 댓글을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특검이 파악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규모는 8840만회가 넘었는데, 이는 대선 선거권자의 3배를 상회할 만한 수치였다.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복역 중이던 그는 윤석열정부 들어 신년 특사로 잔형 집행을 면제받은 후 지난 광복절 특사 때 복권됐다.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친노(친 노무현) 및 친문(친 문재인)계의 부상도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댓글 조작 같은 국민 선동의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은 정치인이 다시 정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일부 진보 세력에서는 플랜 B를 떠나서 향후 이 대표를 대신할 다양한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경선을 벌이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고 정권교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포스트 이재명 찾기, 대안까지는 필요 없지만 폭넓은 대선주자가 클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중 압도적 1위고, 국민 지지를 받고 있더라도 또 다른 당내의 다양한 후보들이 있어야 국민의힘과 경쟁하는 데 있어 훨씬 더 정권교체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 대표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여전히 양분돼있다. 일부 국민은 그의 정책이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라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과거 논란과 현재의 사법 리스크로 국민 피로감만 유발하고 있다며 눈을 흘기는 중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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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