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이재명 운명

윤보다 먼저…피 말리는 데스위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여의도발 지라시만 난무하는 가운데 헌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제 정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3월’ 마지막 주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1일에 이어 선고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기일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심리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굳게 닫힌
헌재의 입

국민의 모든 시선이 헌재에 쏠리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 인용’과 ‘탄핵 각하’ 집회도 각각 힘을 받아 목소리를 키우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고가 늦춰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탄핵 인용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심판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15일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도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는 나경원·강명구·구자근·장동혁·윤상현 의원 등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각하를 외쳤다.

이날 나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이 자유의 방파제’라고 했다”며 “자유의 파도를 더 거세게 만들어보자. 그 시작은 윤 대통령이 탄핵 무효·각하로 직무 복귀하는 그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 의원은 “우리는 7∼8년 전 우리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리석게 탄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두 번 다시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각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탄핵 반대 측은 탄핵 ‘기각’에서 ‘각하’로 문구를 바꾸기도 했다. 당초 이들은 비상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닌 만큼 탄핵 심판 절차를 거쳐 청구인 측 패소로 판결해야 한다는 기각 여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하고 스피커를 키우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절차가 위법이었기 때문에 심판이 불성립한다는 ‘각하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여러 가지 절차적 위반과 합쳐진다고 하면 각하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초기 ‘탄핵 찬성파’로 분류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이상징후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힘을 실었다. ‘탄핵 찬성파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해”라며 “탄핵소추를 하되 당론으로 하는 말이었다. 이를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행진, 삭발, 단식 총동원했는데…
안갯속 헌재 점점 힘 빠지는 야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 맞불을 놨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다음날인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법재판소서의 탄핵 기각은 아니다”라며 여당의 들뜬 분위기를 누르면서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국회서 광화문까지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비롯해 단식농성, 삭발 등으로 헌재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기일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이번 주를 넘기면 국민의 원망이 헌재로 간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당 내에서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에 “헌재가 심리를 11번을 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각'을 넘어 각하를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공세”라며 “자기들 세력을 묶고 단결하려 하는 일종의 공작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각하도 있을 수 없고 기각도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12월3일 있었던 친위 쿠데타의 위헌·위법적 행위는 분명하고, 우리는 당연히 탄핵 인용을 확신한다”며 “지금 헌법재판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나오는 것은 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예상 날짜보다 심판 선고기일이 2주가량 늦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플랜 B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재조준하면서 흩어진 광장 민심을 다시 끌고 오는 데 집중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김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을 담고 있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은 경찰이 마약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려 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두 안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소위를 통과했고, 이튿날인 20일 역시나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코너 몰린 야
꺼낸 카드는?

한동안 접어뒀던 최상목 탄핵 카드도 다시 꺼내면서 민주당은 윤석열-최상목 투트랙 압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 광화문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여권에선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민주당은 “과격한 표현”이라면서도 국민의 분노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단숨에 높였다. 이날 오후 민주당은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고, 이튿날인 20일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데 이어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검사 3인 탄핵안이 줄줄이 기각된 만큼 민주당이 짊어질 부담이 적지만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금은 탄핵 심판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추가 탄핵안을 발의하면 한곳에 모여야 할 에너지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힘의 분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지도부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최 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을 모두 내려야 한다”며 “물론 역풍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최 대행의 거부권 남발은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몸조심하라” 발언을 화제 삼으며 연일 맹공에 나섰다. 민주당이 현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을 선두로 “탄핵 각하의 명백한 증거”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를 돕는 X맨(?)” 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저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명 가를
단 하루


이어 “이 대표가 정부의 수장을 얼마나 경시하고 억압하고 있는지 그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관들도 이 대표의 실체를 똑똑히 봤을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유로 이 대표의 협박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와 기각의 정당성을 더욱 높여 줬다고 할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고마운 부분”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마 후보자의 추가 임명을 재차 촉구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헌재가 윤 대통령 선고일을 좀처럼 잡지 못하는 것과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탄핵 각하·기각 의견인 재판관이 적어도 3명 이상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적어지니 진보 성향을 띠는 마 후보를 넣어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각하”를 외치면서도 이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이 늦춰지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일이 오는 26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됐다. 만일 2심과 대법원 판결서 동일한 형이 확정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를 앞세워 조기 대선을 준비했던 민주당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이후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우려됐던 것은 헌재서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린 후 법원이 이 대표와 민주당 권력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정상적 재판 운영이 전제된다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 대표의 선고와 같거나 늦어질 전망이니 법원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따라 외부 압력 없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24일 한, 26일 이, 28일 윤?
꼬인 선고 4월로 미뤄질까

조기 대선 출사표를 던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헌재가 통상 금요일에 탄핵 심판을 선고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21일 또는 28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28일이 더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 갈등이 심각한 상황서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다면 헌재가 26일 예정된 이 대표의 2심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이 대표의 2심서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다면 이를 기점으로 여권은 물론 비명(비 이재명)계 대권 잠룡까지 이 대표를 사정없이 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진행 중인 5개 재판 결과가 다 나온 다음 무죄를 다 받으면 그때 출마하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 대표가)오는 26일 공직선거법 2심 선고를 받는다. 만약 그때 선거법 위반이 나오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인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선거제도라는 게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여러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해 그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그 후보자 중 한 분이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올지 무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서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장기전에 대비해 완급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야당으로서 각종 탄핵 카드를 쥐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양쪽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전략을 택하겠단 것이다.

일각에서는 4월18일 문형배·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기 종료 직전 탄핵 심판 결과를 선고하고 헌재가 문을 닫아버린다는 ‘3말4초 판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헌재가 결정문 작성을 신중히 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선고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월까지
질질∼?

또 다른 일각에선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선고된 만큼 윤 대통령의 선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고 발표가 길어질수록 굉장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게 국가를 위한 도움”이라며 “24일 한 총리 선고에 이어 26일 이 대표 선고, 그리고 같은 주에 윤 대통령 선고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친기업 광폭 행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삼성이 잘 돼야 투자가 잘 된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친기업적 행보를 부각시키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이 대표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FY)’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긴 한데 결국 우리 역량으로 잘 이겨낼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될 수 있고, 경제 성장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역할을 잘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바쁜 와중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 의원님들 삼성을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SSFY는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 미래를 위해서 단순한 사회 공헌을 떠나서 미래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대한민국 AI(인공지능)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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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