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숟가락 든 민주당 복잡한 속내

뜸 들이다 죽도 밥도 안 될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라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권한대행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정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고지가 눈앞이지만 딜레마의 연속인 민주당이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정치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곳곳서 잠룡들이 꿈틀대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 야당을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4·10 총선 압승 이후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들어오나 싶었지만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질질 늘어나는
두 사람의 시간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표를 늘 따라다니는 사법 리스크다.

지난달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무죄 더하기 유죄는 유죄”라는 국민의힘 측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 무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서 시간을 끄는 이유도 이 대표의 최종 판결을 변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내년 상반기 중 이 대표의 실형이 확정되면 그대로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내란 동조범’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따가워도 참고 견디면 호시절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모양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침대 축구에 끌려갈 생각이 없다”며 “개의치 않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인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위해 신속하게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완성형인 9인 체제로 심판을 치르겠단 복안이다.

현재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연일 부딪치고 있다. 대통령 궐위 상태가 아닌 만큼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주장이 탄핵 심판 절차를 지연하는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침대 재판’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맞불을 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임명을 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진짜 재판 지연 전략을 쓴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언론서 왜 안 다루르냐”고 반발했다.

앞서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이 대표가 1심 선고 후 즉각 항소심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변호인 선임을 핑계로 재판을 연기하려는 것은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이재명, 같이 달리는 법의 시간
침대 탄핵 VS 침대 심판 “서두르면 끝”

결국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지난 24일 이 대표 측에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고 통지했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더라도 이 대표가 사선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면 취소되는 만큼 법원서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3일부터 대부분의 법원이 겨울 휴가철을 맞아 2주간 휴정기에 돌입해 이 대표의 법원 시계는 다음 달 7일부터 다시 돌아가게 된다.

민주당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이 대표의 실형 판결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다. 지금까지 이 대표를 선두로 재집권 계획을 짜왔던 만큼 노력의 결실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최대의 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21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재인용해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땅의 보수세력은 아직도 건재하고 상대가 범죄자, 난동범 이재명 대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진다. 윤정부와 차별화 시점은 4년 차 때부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일찍 와 버렸다”면서도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정치 원로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이 대표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다음 대선서 국민의힘이 대선을 이기나?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오판과 패착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아무리 이 대표가 온갖 범죄의 중심이고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재판은 법원에, 수사는 검찰에 맡겨두고 대통령은 올곧이 국정을 국민들과 함께 잘 펴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날려버리는 데 마치 국정운영의 모든 게 다 걸린 것처럼 한 그 판단”이 패착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이 대표가 여당의 핵심 타깃이 된 점이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모든 리스크를 당이 막아내면서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 대표의 지지율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 한 사람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명의 주자
하나의 타깃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37%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각 5%,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3%로 집계됐다. 뒤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2%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등도 각각 1%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5.5%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가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굳히기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만큼 여당에서는 이 대표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현수막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란 공범’이라고 적힌 야당 측 현수막은 허용한 반면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불허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온 동네 현수막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죄의 공범이 돼있다”며 “내란죄는 수사 중인 사건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표결과 관련해 공범으로 처벌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그런데도 이 현수막 문구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허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무죄 추정에 반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 확정 판결을 받은 형국이 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범이 됐다”며 “이는 야당이 틈만 나면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는 내란죄 공범이라는 부당한 정치 공세를 정당화해주는 것 아닌가.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결국 선관위는 전체위원회의를 열고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사용을 허용했다. 해당 문구가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다시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한 명만을 흔들고 있어 언뜻 보면 ‘이재명 1극 체제’처럼 보이지만 비토 여론과 중도층 확장도 민주당의 오랜 고민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도 싫지만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도 싫다”는 논리가 보수·중도층 곳곳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나온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오늘은 아군
내일은 적?

결국 대선은 중도층을 얼마나 포섭하는지를 겨루는 싸움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중도층 확보를 위해 민생에 집중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민주당은 ‘월급방위대’를 띄우고 월급 생활자들에게 적용되는 불리한 조세 제도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3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부양가족 기본공제에 적용되는 ‘자녀’의 기준 연령을 현행 20세서 25세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을 새롭게 들고 나왔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도 한때 ‘개미 투자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법개정 정책 토론회에 직접 사회자로 나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발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 대표는 계엄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는 건 상식이 있는 국민이면 동의할 것”이라며 “‘이재명정부’를 떠올리면 캄보디아의 흑역사 ‘킬링필드(캄보디아서 일어난 대학살)’가 겹쳐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력 대선주자를 흔드는 행위는 매번 선거철마다 볼수 있지만 실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곧바로 위기로 이어진다. 선고 결과를 떠나 만에 하나 다음 대선서 이 대표의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민주당, 더 나아가 진보 진영은 플랜 B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졌지만 군소 정당과의 관계도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윤정부라는 공통의 적을 눈앞에 둔 지금 야당은 모두 우군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적군으로 돌아설 수 있다.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은 상태다.

지난 총선서부터 교섭단체 조건 완화에 가장 날카로운 목소리를 낸 건 혁신당이었다. 혁신당은 현재 20석인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민심 그대로 정치혁신 4법’을 발의했지만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이후 12·3 내란 사태가 터지면서 교섭단체 논의는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충족돼야 한다. 혁신당은 8석이 모자란 12명으로 의사 일정 조정을 비롯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와 본회의·각종 위원회 발언 시간 조정 등에서 배제됐다.

“이는 안 돼” 사정없이 흔드는 여
계엄 전 군소정당과 앙금도 그대로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다른 군소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혁신당의 주장이다.

비교섭단체인 혁신당을 비롯해 ▲개혁신당 ▲새로운미래(현 새미래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12·3 내란 사태 전 두어 차례 만남을 가져 논의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지난 8월 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섭단체들이 (협의해)해결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결국 10·16 재보궐선거서 호남 텃밭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날 선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갈등이 터졌다. 교섭단체 논의에 착수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두 당을 끈끈하게 연결해주었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도 이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했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서 승리하고 정권이 바뀐다는 가정 하에 진보 세력이 주축인 군소 정당과 마찰이 생긴다면 계파 문제는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초 공천 심사가 한창이던 때 당을 찢을 듯 뒤흔들었던 친명(친 이재명)-친문(친 문재인) 구도가 재연된다면 어부지리로 국민의힘이 득을 보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모양새다.

12·3 내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차기 대권주자에게 쏠리게 돼있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비상계엄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언론인 소통 단체방을 개설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대권 잠룡도 물망에 올랐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김두관 전 의원은 돌연 부정선거 의혹과 개헌 이야기를 띄우면서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다.

비록 비명계, 초일회 등은 찻잔 속 미풍처럼 보이는 반명(반 이재명) 연합이지만 2026년 치러질 지방선거가 목전에 닥친다면 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게 야당 쪽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선, 총선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얽히고설킨
야권 실타래

그러면서 “그때는 당에 있는 친문이 굳이 나서서 이 대표를 호위할 필요가 없다. 2028년 총선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너무 먼 얘기”라며 “만일 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차기 선거 때 (반명 세력이)독자적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친문이 강하게 결집한 혁신당이 몸집을 키운다면 민주당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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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