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불체포특권 없애겠다”던 이재명, 공약 잊었나?

“찬성표 던질 것”…비명계 이탈?
체포동의안 가부에 정치권 촉각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검찰이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장동 사업 4000억원대 배임 ’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장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야당 당수인 이 대표가 구속수사를 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물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바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의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국회의원들의 찬반을 물은 후 본회의 표결 관문을 거친 후 ‘가결’돼야 비로소 법원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회는 ‘여대야소’ 정국으로 민주당이 과반 의석(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당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가결이라는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

이날 비명계 인사인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직접 영장심사를 받으면 깔끔하겠지만 본인의 결단사항이고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에 대한 게 국회의원 특권이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우리 당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고 지난 대선 때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찬성은)거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고 강제 당론은 헌법과 국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부결 당론에 대해 우려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열 배 백 배 더 들을 각오로 이 대표께 호소한다.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권력 앞에 도망가는 이재명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해서 국민을 지키는 이재명을 원한다”며 “희생하는 정치인, 결단하는 이재명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혼란(구속수사)을 극복하는 열쇠는 희생이”라며 “그것이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사는 길이다. 먼 훗날 오늘을 회고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게다가 최근 야3당 중 정의당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찬성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정의당 의석수는 6석으로, 체포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115석의 국민의힘, 1석의 시대전환까지 합할 경우 총 122석이다. 자칫 민주당에서 28석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본회의를 통과할 수도 있는 셈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다투는 과정이기 때문에 범죄 유무를 국회가 판단해서 체포동의안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론으로 영장실질심사 자리서 이를 다투는 과정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건 하나의 특권이라고 판단해왔다”고 찬성 입장임을 시사했다.

이어 “불체포특권에 대한 의원 특권을 내려놓자는 게 정의당의 당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일관되게 지는 것”이라며 “검찰 소환 조사에 성실히 임했던 것처럼 체포동의안 문제도 당당하게 임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불체포특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국회의원들의 죄를 막아주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회의원들이 사법부로부터 구속 여부를 판단 받아도 좋은지 고민하는 국회 차원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회의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구속되는 건 아닌 만큼 의원 개개인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대장동 의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만큼 본회의 부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집결해 ‘윤석열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이날 규탄대회 참석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김건희 수사 언제 하나’ 등의 손피켓과 파란색 풍선을 들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했다.

다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무조건 이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히 맞서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오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다.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성남시민들에게 되돌려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 없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사 독재정권이 야당 죽이기 본색을 드러냈다. 정부 실정, 무능을 덮기 위한 카드로 야당 정적 제거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민주공화국인 선진 대한민국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현대판 사화”라며 “국가 공권력은 최소한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 제1당 현직 대표이자 대선 당시 유력 경쟁자를 체포, 구속하려는 의도는 야당을 무력화, 분열시키려는 치졸한 정치탄압이자 법치주의, 민주주의 파괴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당시 내놨던 공약이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선거 유세 도중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된다는 주장에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불체포특권 같은 것은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이 탈탈 털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죄 짓지 않은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가 과연 과거에 뭘 했느냐가 고려되지 않고, 그의 범죄행위와 사법처리의 필요성에 따라 다른 국민과 똑같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인과응보가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국민들의 꿈인데 이 꿈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높은 지위와 많은 돈을 가졌으므로 혜택을 받고 예우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나라를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도 말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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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