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민주당 조기 대선 로드맵

시동 거는 대선 열차…승객은 1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변론기일이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승부수로 개헌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최후 변론이 오히려 탄핵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이라고 주장하며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거짓말과 궤변”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제 발에
넘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서 열린 11차 변론서 최후진술을 통해 탄핵 기각을 전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책임총리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 관계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데 마지막 40분을 할애했다. 이 과정서 ‘간첩’이라는 단어는 25번이나 등장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 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들은 가짜 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 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을 일삼아 국정이 마비됐다”며 비상계엄의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놓고 반응은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개헌 문제와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했다”며 개헌에 초점을 맞췄다.

탄핵 인용 시 60일 내 대선 가능성
‘이재명 올인’ 한 우물에 일사불란

야당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탄핵 불씨를 지폈다고 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앞세워 정권교체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개헌, 선거제 운운하며 복귀 구상을 밝힌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군·경을 동원해 헌정을 파괴하려 한 내란범이 다시 권력을 쥐고 헌정을 주무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빠른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대교를 폭파한 후 국민에게 ‘이상 없다’고 방송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판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서 이런 이야기(대통령 임기단축 개헌)부터 하다니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며 “최근 보수 언론이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기대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하는 윤 대통령과 달리 야당은 탄핵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 각종 간담회를 통해 정치 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탄핵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반드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부터 (윤 대통령)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치르고 그 이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을 오는 11일 전후로 예상한다. 윤 대통령의 파면과 5월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는 상황서 60일이란 시간은 짧기만 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미 조기 대선은 시작됐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의 입에 쏠려 있을 뿐, 여기저기서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선 출마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연설서 이 대표는 ‘국민’을 46번 언급했다. 산업, 성장, 노동 또한 20회 이상이었다. 거대 야당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연설과 달리 이 대표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싶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등 차기 집권당의 면모를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진해지는
밑그림

이날 이 대표는 “새롭고 공정한 성장동력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 삶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 두툼한 사회 안전망이 지켜주는 나라여야 혁신의 용기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해서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기본 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후 민주당은 각종 위원회와 포럼을 발족하며 당 정열에 나섰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6일 잠시 멈춰있던 집권플랜본부를 재가동하면서 대선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 전략’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선 선장 후 복지’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청년이 광장에 나선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아울러 이 대표의 먹사니즘을 지역의 특성에 맞춘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 유보 통합 대안을 논의하는 ‘보육특별위원회’, 직능단체별 정책개발과 입법 과제 해결 등을 골자로 한 ‘전국직능대표자회의’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최근에는 ‘내란 종식과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人(인)포럼’ 출범을 예고하며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가 주축인 ‘더민주혁신회’도 인천, 전남, 전북 등지서 기지개를 켰다.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이 아직 나오기 전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집권 여당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풀이했다.

한때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과 ‘경제 우클릭’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출범한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 주요 기업 책임자를 비롯한 경제 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날 민주연구원은 바이오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빅테크와 성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친기업 행보에 속도를 냈다.

앞서 막고
뒤서 밀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광폭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사실상 이슈 주도권을 빼앗겼다. 최근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띄우자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은 눈앞의 권력에 눈이 멀어 경제 위기는 외면한 채 경제의 정치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이재명식 양두구육(양 머리를 놓고서 개고기를 파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경제 우클릭을 연타하는 동시에 집토끼를 단속하기 위한 이 대표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대표는 지난 한 달간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를 만나 통합 메시지를 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를 선대위에 합류시켜 정치 공간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오찬 회동을 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실장을, 하루 뒤인 28일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남을 가졌다.

압축적인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지난 총선서 공천을 놓고 벌어진 갈등의 골이 큰 만큼 당의 통합 과정 또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27일 회동서 임 전 실장은 “앞으로도 저는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를 많이 하고 싶고 가까이서 못 하는 소리, 여의도서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가감 없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의 구조서 이 대표와 경쟁해보려고 용기를 내고 이재명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며 “통합과 연대도 더 담대하고 절실하게, 누구도 예상 못하는 범위로 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당에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얘기도 해야 한다”며 “그걸 제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와의 악연을 털었다”면서도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주장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통합을 요구했다.

여당에 짙게 깔린 명 그림자
‘시장님 정조준’ 특검법 압박

임기 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도 숙제 중 하나다. 비명계는 앞다퉈 개헌 논의를 띄웠지만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유력 대선주자가 되자 개헌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개헌을 요구한 인사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난하는 움직임이 양쪽서 일면서 또다시 갈등이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서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통합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좁힐 듯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열리면, 지난 패배를 교훈 삼아 대동단결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외연 확장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의힘 기선 제압 방식으로 특검법을 택했다. 특히 국민의힘 인사가 깊게 얽혀있는 ‘명태균 특검법’은 여권 대선 잠룡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지난달 11일 야6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본희의 상정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재석 의원 274인 중 182인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민주당이 요즘 명태균에게 의존한다”며 “민주당의 아버지가 이재명인 줄 알았더니 명태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홍 시장도 “명태균 특검이든 중앙지검 검찰조사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니들(너희들) 마음대로 해라”며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기소된 사람이 뻔뻔하게 대선 나오겠다고 설치면서 ‘김대업 병풍 공작’을 하는데 국민이 또 속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민주당 조기 대선 전략’으로 규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낱 선거 브로커가 쏟아낸 허황된 말을 신의 말씀처럼 떠받들면서 특검으로 여당과 보수진영을 무차별적 초토화하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자신이 살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적 판단을 내린, 민주당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착착 스텝을 밟아가는 민주당의 조기 대선 계획에 유일한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시계와 이 대표의 법원 시계가 동시에 달리는 만큼 먼저 결과가 나오는 사람이 패배다.

만에 하나
뒤집히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26일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선고 기일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 결과가 먼저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실었지만, 만에 하나 헌재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조기 대선 판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릴 경우, 이 대표의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는 헌법 제84조를 언급하며 “법의 취지는 국가원수이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걸 전제로 한다. 당연히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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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