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이재명 판세 굳히기

‘과반 넘게’ 따놓은 금배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4·10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생·안보·경제를 몽땅 심판대에 올렸다. 정부심판론 프레임을 확장해 용산의 힘을 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집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부심판론 성향이 강하다. 국회의 파수꾼과도 같은 야당이 그동안 정부·여당의 실정을 두루 살펴 성적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발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를 기회 삼은 민주당이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나섰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도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를 심판하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용산은 온 힘을 다해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일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채양명주’를 띄우면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정부 심판의 날’로 명명했다. 이채양명주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수습에 나섰지만 짧은 기간 내 악재가 겹치면서 진땀을 뺐다.


지난달 8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파 875원’ 발언을 하면서 민심과 엇나갔다는 질책을 받았다.

25일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1%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2.1%p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1%로 1.7%p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4주 41.9%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7.1%, 민주당이 42.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은 0.8%p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2.0%p 상승한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리한 진영이 형성되자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을 띄우며 도움닫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중도층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22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총선 공약의 콘셉트는 ‘삶의 질 수직상승’이다.

총선 디데이 카운트다운 돌입
중산층 집중 공략하는 민주당


이날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상임정책본부장은 “중산층·서민 정당이라는 지표를 전통적으로 가져 온 민주당은 중산층이 양극화로 무너지고 서민들이 고통받는 이 시점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정책을 모든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서 민주당이 앞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공약은 ▲국민 삶과 밀접한 실용적 정책 ▲삶을 바꿀 수 있는 필수적 정책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등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총 21개 핵심 공약이 공개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보 적용 ▲온 동네 초등 돌봄 ▲어르신 점심밥상 ▲저출생 종합대책 등 서민 중심 정책이 주를 이뤘다.

정태호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윤정부를 심판해야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 다시 선진국에 복귀하는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이번 공약집은 민생회복, 미래 희망, 민주수호, 평화복원이라는 4개의 비전을 바탕으로 10개의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빈틈없이 추진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은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앞세워 쌍끌이 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정부 경제민생 폭망죄’라며 30가지 ‘죄목’을 제시한 책자를 배포했다. 책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대비 1778달러 감소했으며 수출 역시 2022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선언한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지원금 정책이다. 이재명 대표가 “가계소득 지원을 통해 국민의 소비를 늘리고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겠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띄운 것이다.

민주당이 정책 공약집을 공개한 당일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취약 계층은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처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물가는 국민의 삶을 질식시키고, IMF도 코로나도 버틴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지원금 찬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 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13조원 안팎이다. 윤정부가 민생토론회서 밝혔던 선심성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의원이나 후보 개개인만 비판조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철마다 이 대표가 전매특허처럼 내놓는 복지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니냐?”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당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추 공동위원장은 “1인당 25만원 현금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결국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하게 되고, 물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원하자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채를 13조원 추가 발행할 경우 시중 금리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정부가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띄우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저격수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회의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 “이번 총선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이 민주당의 입장을 물었다.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은 “조세 공정성 차원서 여야 간에 도입이 합의됐던 것”이라며 “지금 상황서 어떤 게 바람직스러운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 때리기’는 정권 심판론을 외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에 군불을 때는 검찰의 움직임이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주목받을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같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아 기소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차례 법원을 찾아야 하며 선거 전날까지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는 선거를 약 2주 앞뒀던 지난 26일에도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측 변호인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당 나경원 전 의원은 재판이 사실상 공전 중인 상태서 (기일을)선거기간을 빼고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정 조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검찰·경제 ‘두 도끼’ 노렸지만…
또다시 설설 끓는 사법 리스크

이날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제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이 정치하는 검찰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검찰이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이 최소 2016년부터 각종 사건에 연루된 휴대전화, PC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습득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대검찰청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에 불법 수집하고 관리·활용해 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은 윤 대통령과 검찰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역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며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정부 출범 이후 언론을 대상으로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번 수사를 ‘조직적 불법사찰’이라며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고 언론을 통제해 검찰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무래도 윤 대통령은 언론을 제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팽팽한
긴장의 끈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민주연합의 의석을 더해 151석이 넘는 과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차례 당을 뒤흔들었던 공천 국면이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서는 심판론을 외치는 야당이 우위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유권자의 마음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설화가 중도층의 표심을 가를 중요한 지표로 제시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몰빵론’을 내세웠지만 당내서 이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대표와 손을 잡아 윤석열정부를 타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나누어졌다.

민주당은 몰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더 몰빵13 유세단’도 출범시켰다.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의 존재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정보사 ‘북풍 공작’ 못 건드리는 내막

정보사 ‘북풍 공작’ 못 건드리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헌정사상 처음 개입된 정보사 전·현직 간부들까지 구속 기소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만 남은 상황이다. 검찰은 불법 계엄의 명분으로 꼽히는 ‘북풍 공작’ 의혹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계엄에 처음 개입됐다. ‘북풍 공작’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베일에 싸여야만 하는 업무와 안가 위치까지 언급되고 있다. 검찰은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 기소했으나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선 규명하지 못했다. 수사할 단서가 부족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내용 전무 수사 못해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경 수뇌부는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뿐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2·3 계엄 사태 관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NLL)서 북의 공격 유도’ 등 북풍 공작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를 시작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문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 전 사령관 등 군·경 지휘부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통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규정하고,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군·경 수뇌부 공소장서 윤 대통령을 내란 공범이자 우두머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서 북의 공격을 유도’ ‘오물 풍선’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 내용은 윤석열정부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비상계엄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다. 이 내용이 김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지휘부서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면 외환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근거로 그가 사실상 김 전 장관에 이은 ‘계엄 2인자’라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서 파악한 근거와 증거만으로는 수첩에 적힌 내용이 군 수뇌부 논의 내용을 적은 것인지 노 전 사령관 혼자만의 생각이나 상상을 적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과정서 관련 내용을 노 전 사령관에게 여러 번 물었으나 진술거부권 행사로 인해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물적 증거 부족…노, 진술거부권까지 행사 계엄 당시 상황만 수두룩 “추가 수사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입증을 위한 ‘스모킹건(결정적 직접 증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김 전 장관에게 인사를 건의하고, 계엄 준비 과정서도 문 전 사령관 등에게 적극적으로 지시하는 등의 정황이 조사 과정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을 재판에 넘기긴 했으나 수첩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수사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아직 규명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규명하지 못한다면 야권서 재발의한 ‘내란 특별검사법’도 또 하나의 규명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풍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자는 게 특검법 취지지만, 외환죄 적용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외환죄 역시 내란죄처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이 발의한 ‘윤석열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수사 범위로 명시됐다. 야권에선 외환죄 중 이번 사안에 적용 가능한 혐의로 형법 제92조(외환유치죄) 또는 제99조(일반이적죄)를 꼽고 있다. 외국과 통모해 전투 행위를 개시하거나 항적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외환유치죄다. 일반이적죄는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 이를 준비하거나 음모하는 단계에 그쳐도 처벌 대상이다. 왜 빠졌나 문제는 외환죄 적용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한 데다 실제로 처벌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면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일반이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북한을 외국 또는 적국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검찰 공소장을 보면 지난달 3일 오후 11시59분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조 청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서 한동훈 체포조 5명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는 내용 등을 보고했다. 윤 기획관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에게 “경찰청장에게 보고가 됐으니 방첩사에 (체포조)명단을 보내주라”고 지시했고,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에게도 전화해 조치 내용을 보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앞서 오후 11시32분 이 계장은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2차례 “방첩사 5명, 경찰 5명, 군사경찰 5명이 한 팀으로 체포조를 편성해야 한다. 경찰관을 국회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계장이 “도대체 누구를 체포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구 과장은 “이재명, 한동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은 이 계장의 보고를 받고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군과 합동수사본부를 차려야 하는데 국수본 자체적으로 인원이 안 되니 서울청 차원서 수사관 100명, 차량 20대를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체포 대상이 된 인원들을 납치한 후 사살하려 한 이른바 ‘백령도 작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라는 표현과 민주당 이성윤 의원 등 일부 대상자의 실명을 나열하고 정치인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한 국방위원은 “계엄 계획 단계서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이나 서해 NLL을 맡은 평택 해군 2함대와의 협조 요청 문건 등이 발견되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령도 작전 의혹 보니… 군은 NLL 일대서 재개된 포사격 훈련이 대남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서해상의 대규모 훈련은 9·19 합의 효력정지 이후 계획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올해는 서해 NLL이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됐던 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합참의장도 지난 14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풍이나 외환유치라는 말을 하는데 군은 그렇게 준비하거나 계획한 게 절대 없다는 것을 제 직을 걸고 말한다”면서 “외환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비밀을 유지한 상태서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선택을 제한해 혼란을 주고, 그래서 이익을 얻는 전략”이라며 “누군가가 제가 카드를 뭘 들고 있는지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수사해서 정확하게 보겠다고 하면 이 게임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북풍 공작과 관련한 수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부승찬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 가능한 문서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최근 모든 컴퓨터를 포맷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는 국군의 드론(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국방부 직할부대다. 101드론대대는 김포와 백령도 지역의 드론 작전을 총괄한다. 드론교육연구센터는 드론 전문 인력 양성과 드론 전술 개발 등을 위해 드론사 산하에 설치한 교육기관이다. 검, 관련자 기소 후 보완 수사 중…특검 필요성도 군, 평양 무인기·드론사 은폐 의혹 확인 안 해줘 공수처는 드론사의 대규모 자료 파기 의혹 제보가 최근 불거진 평양 무인기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1일 북한 외무성은 남한서 보낸 무인기가 같은 달 3일과 9일, 10일 밤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무인기가 백령도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지역을 관할하는 드론 부대는 101드론대대다. 공수처가 파악한 내용과 101드론대대의 대규모 문서 파기가 사실이라면 평양 무인기 사건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합동참모본부와 드론사는 관련 사실 일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김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군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사 등의 문서 폐기 정황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증거 은폐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공수처가 가장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건 비상계엄 실행 과정서 윤 대통령의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경고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에 가담한 군·경 수뇌부 다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체포 등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공수처도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국회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엔 이 전 사령관에게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이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실제로 체포조가 운영된 사실도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