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이재명 판세 굳히기

‘과반 넘게’ 따놓은 금배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4·10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생·안보·경제를 몽땅 심판대에 올렸다. 정부심판론 프레임을 확장해 용산의 힘을 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집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부심판론 성향이 강하다. 국회의 파수꾼과도 같은 야당이 그동안 정부·여당의 실정을 두루 살펴 성적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발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를 기회 삼은 민주당이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나섰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도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를 심판하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용산은 온 힘을 다해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일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채양명주’를 띄우면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정부 심판의 날’로 명명했다. 이채양명주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수습에 나섰지만 짧은 기간 내 악재가 겹치면서 진땀을 뺐다.


지난달 8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파 875원’ 발언을 하면서 민심과 엇나갔다는 질책을 받았다.

25일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1%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2.1%p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1%로 1.7%p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4주 41.9%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7.1%, 민주당이 42.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은 0.8%p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2.0%p 상승한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리한 진영이 형성되자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을 띄우며 도움닫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중도층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22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총선 공약의 콘셉트는 ‘삶의 질 수직상승’이다.

총선 디데이 카운트다운 돌입
중산층 집중 공략하는 민주당


이날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상임정책본부장은 “중산층·서민 정당이라는 지표를 전통적으로 가져 온 민주당은 중산층이 양극화로 무너지고 서민들이 고통받는 이 시점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정책을 모든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서 민주당이 앞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공약은 ▲국민 삶과 밀접한 실용적 정책 ▲삶을 바꿀 수 있는 필수적 정책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등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총 21개 핵심 공약이 공개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보 적용 ▲온 동네 초등 돌봄 ▲어르신 점심밥상 ▲저출생 종합대책 등 서민 중심 정책이 주를 이뤘다.

정태호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윤정부를 심판해야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 다시 선진국에 복귀하는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이번 공약집은 민생회복, 미래 희망, 민주수호, 평화복원이라는 4개의 비전을 바탕으로 10개의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빈틈없이 추진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은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앞세워 쌍끌이 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정부 경제민생 폭망죄’라며 30가지 ‘죄목’을 제시한 책자를 배포했다. 책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대비 1778달러 감소했으며 수출 역시 2022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선언한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지원금 정책이다. 이재명 대표가 “가계소득 지원을 통해 국민의 소비를 늘리고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겠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띄운 것이다.

민주당이 정책 공약집을 공개한 당일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취약 계층은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처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물가는 국민의 삶을 질식시키고, IMF도 코로나도 버틴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지원금 찬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 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13조원 안팎이다. 윤정부가 민생토론회서 밝혔던 선심성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의원이나 후보 개개인만 비판조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철마다 이 대표가 전매특허처럼 내놓는 복지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니냐?”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당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추 공동위원장은 “1인당 25만원 현금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결국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하게 되고, 물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원하자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채를 13조원 추가 발행할 경우 시중 금리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정부가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띄우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저격수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회의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 “이번 총선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이 민주당의 입장을 물었다.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은 “조세 공정성 차원서 여야 간에 도입이 합의됐던 것”이라며 “지금 상황서 어떤 게 바람직스러운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 때리기’는 정권 심판론을 외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에 군불을 때는 검찰의 움직임이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주목받을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같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아 기소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차례 법원을 찾아야 하며 선거 전날까지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는 선거를 약 2주 앞뒀던 지난 26일에도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측 변호인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당 나경원 전 의원은 재판이 사실상 공전 중인 상태서 (기일을)선거기간을 빼고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정 조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검찰·경제 ‘두 도끼’ 노렸지만…
또다시 설설 끓는 사법 리스크

이날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제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이 정치하는 검찰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검찰이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이 최소 2016년부터 각종 사건에 연루된 휴대전화, PC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습득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대검찰청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에 불법 수집하고 관리·활용해 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은 윤 대통령과 검찰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역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며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정부 출범 이후 언론을 대상으로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번 수사를 ‘조직적 불법사찰’이라며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고 언론을 통제해 검찰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무래도 윤 대통령은 언론을 제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팽팽한
긴장의 끈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민주연합의 의석을 더해 151석이 넘는 과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차례 당을 뒤흔들었던 공천 국면이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서는 심판론을 외치는 야당이 우위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유권자의 마음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설화가 중도층의 표심을 가를 중요한 지표로 제시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몰빵론’을 내세웠지만 당내서 이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대표와 손을 잡아 윤석열정부를 타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나누어졌다.

민주당은 몰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더 몰빵13 유세단’도 출범시켰다.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의 존재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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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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