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재명 정해진 운명

‘출구 없다’ 감방 말고 병원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검찰이 또다시 마주 앉았다. 이 대표의 앞길에는 헤쳐나갈 난관이 까마득하다. 단식투쟁이라는 최후의 패는 이미 써버렸다. 앞으로 여론과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 민주당의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18일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에 따른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조만간 국면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속 시기는?
단식 한계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을 두고 지난 2년 동안 검찰과 이 대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긴 시간 끝에 검찰 측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 대표가 돌연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시나리오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 조건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비롯한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방탄 단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조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단식을 시작하는 것은 동정 여론을 끌어내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당 대표가 식음을 전폐하고 투쟁하고 있는데 검찰이 끌고 가서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지 의심할만하다”며 “당의 내부 갈등을 반짝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법 리스크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을 포함해 6번째다. 지난 9일, 수원지검서 진행된 1차 조사는 8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 측이 건강상 이유로 조사가 어렵다고 밝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나 대북사업에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기도가 북한에 물품을 지원하기로 한 공문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을 거부한 채 귀가했다. 조사 당사자의 서명이 없는 피의자 신문 조서는 재판 과정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이 대표 측은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힘 받는 체포영장 가능성
방탄 스크럼 짜는 친명계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렸다”며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재출석을 통보했다.

두 번째 조사는 사흘 뒤인 12일 이뤄졌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두 번째 검찰 출석인데 오늘은 대북송금과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면서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명을 동원했다”며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사는 약 1시간50분 만에 종료됐다. 조사를 마친 직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형식적인 질문하기 위해 두 차례나 소환해서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검찰이 짜놓은 범죄 프레임에 민주당 대표를 끼워 맞추기 위한 시나리오일 뿐, 자신은 결백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방북비 대납과 관련한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이 대표는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생면부지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내주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3자뇌물 혐의에 관해서는 “아무 관계없는 혐의를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뒤집을 핵심 중 하나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다. 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연일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다.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진술을 이 대표와 쌍방울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압박에 따른 허위진술”이라고 전면 부인하면서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추석 전
끝낸다?

번복되는 진술에도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으로 범죄 혐의를 단정짓지 않았으며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법조계는 검찰이 쌍방울 사건에 백현동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백현동 사건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당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일주일 뒤인 18일 오전 이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200억원 백임과 대북송금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예상보다 날짜가 앞당겨지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기국회 일정상 국정감사 등으로 10월에는 본회의가 잡혀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9월을 넘기면 다음 본회의인 11월에 표결하게 되는데 이때는 시기상 너무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빨라진 시기에 민주당은 윤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단번에 높였다. 윤정부를 ‘검찰 독재’로 규정하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구축하는 등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스크럼 짜기에 나섰다.

이 대표가 ‘증거불충분’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검찰의 ‘부당한 수사’ 여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 역시 힘이 실린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7월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특별히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부당한 영장 청구’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들 때를 대비해 돌파구를 남겨놓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장과 궤를 함께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서 “간밤에 깊은 고민 끝에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안고 무겁게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처분은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사했다.

얄팍한
방탄복


조정식 사무총장도 “역대 야당 대표를 단식 중에 소환한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몸도 가누기 어려운 상태서 또다시 추가 소환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의 악랄한 사법만행”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관한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이 이 대표의 소명을 믿지 않고 기소를 전제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나선 만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부결을 위한 보이콧 조짐까지 가세하면서 이 대표의 단식 전략이 톡톡히 효과를 누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비회기가 아닌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두고 “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의 수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체포동의안이 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정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지금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300명 국회의원에 대고 투표하라고 한다”며 “이는 투표 강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를 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의 행위 자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필두로 동정론이 일면서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 갇힐 것을 염려하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분열의 조짐마저 보인다. 방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숨 건 대표에 보답?
한 편에선 ‘동정론’도

같은 당의 대표가 몸을 혹사하면서 투쟁하는 형국에 체포동의안 가결 표를 던지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서 국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다만 이 대표가 나서서 가결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민주당이 ‘부당한 영장 청구’만을 반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따라서 이번 영장에 동의하는 것은 ‘정당한 영장 청구’는 물론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비명계가 다시 입을 열자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붙여둔 당심에 다시 균열이 생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식이라는 최후의 패까지 꺼내든 이 대표의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당의 화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는 여론을 우회해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다.

당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지난 2월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 모두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의 부당함을 공식적인 자리서 호소하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1박2일 워크숍 만찬에 참석하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명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계파색이 옅은 의원뿐 아니라 비명계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2월24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다만 완벽한 부결을 자신한 것과 달리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이미 한차례 방탄이 얇아진 만큼 이번 표결 역시 근소한 차이로 이 대표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뼈를 주고
살도 줬다

18일 오전 이 대표는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19일에 접어든 이 대표는 이송 당시 간단한 의사 소통조차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단식은 10일~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신체에 손상이 가해지는 만큼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이 대표를 향한 동정의 여론이 우세하다. 이 대표 퇴진론과 비대위설도 당분간은 잠잠할 전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게 비명계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가 감춰둔 또 다른 패가 있을지, 꺼낸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김기현 언제 만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을 에둘러 거부했다.

지난 13일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한국의희망 양향자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던 도중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양 공동대표는 “당장 이재명 대표를 만나주시기 바란다. 이 대표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단식하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를 찾아갈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협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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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