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놓는’ 국회의원 특권 대해부

“금배지 달았는데…좀 누리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 대표들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난 여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롭게 발언해 비리를 파헤치라고 준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사람도 있다. 과거의 과오를 씻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화두도 이미 던져졌다.

20대 국회가 열리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같은 기류와 맞물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마련할 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면책 불체포
손보기 작업

해당 기구를 국회 내 특별위원회 형태로 설치할지,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이 갈렸다. 정 국회의장이 기구 신설 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이에 3당 원내대표들도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헌법학자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악용 금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도 개혁 등 국회법 개정안과 구속된 국회의원의 수당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에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더라도, 재차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다른 토론을 하지 않고 다른 안건보다 먼저 표결로 처리되도록 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체포동의안의 표결 지연으로 인한 ‘제식구 감싸기’ 등의 비판을 해소하고, 표결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 특권 중 대표적인 것으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들 수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면책특권을 의미한다.

이 특권은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반대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 본래의 기능을 보장하려면 면책 특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함 전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조사 기능 과정에서 강한 발언이나 상대 모욕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라며 "면책특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국회에서 말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면책특권 폐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면책특권 이용해 허위사실 유포
불체포특권 이용해 법 피하기도

불체포특권은 면책특권보다 폐지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면책특권은 감시와 비판이라는 순기능이라도 있지만 불체포특권은 원래 취지와 달리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돼 왔다는 것이다. 헌법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비리 혐의가 있는 동료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방탄 국회는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임시국회는 국회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방탄국회는 열리기 쉬운 상황이다.

지난 2014년 9월4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 레일체결장치를 납품하는 AVT 업체대표로부터 관급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체포영장이 청구됐던 새누리당 소속의 송광호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일 오후에 표결에 붙여져 총 투표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되어 그 당시 제식구 감싸
기의 소위 ‘방탄국회’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려는 현재의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면 수사 속도가 대폭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 논의 방향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일부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 폐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지난 11일 불체포특권에 대해 “국회 내부조사권을 발동해 사건의 중대성, 체포 필요성 등을 파악해 희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면 마땅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회의원에게는 면책·불체포특권만 주어지지 않고,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 국가이익 우선과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의 의무, 지위남용 금지의 의무가 있다”며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헌법적 권리가 남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서 폐지 또는 권한 줄이기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 모양새다.

과도한 세비
눈먼 돈도

국회의원 세비도 과도한 특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사무처가 발행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와 사례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79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영국, 프랑스 보다는 높고 미국, 일본, 독일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2억3698만원, 1억9488만원으로 우리나라 세비의 50%이상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 대부분이 겸직을 통한 부수적인 수입을 허용하고, 퇴직 급여를 3년 이상 주는 등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지원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반면 국회사무처 자료가 아닌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개 주요국 중 세비 상위 3위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단순 수치로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높았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하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국 국회의원의 세비는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총생산의 2~3배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5.6배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 주요 국가 중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라며 “국민 소득 대비 의원 세비를 독일 수준으로 받으려면 세비를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세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쓴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대 국회 원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선 내려놓을까
의원들은 여전히 갑론을박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국회의원의 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혁신비대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세비 동결은 특권 내려놓기나 개편 차원에서 올린 안건이 아니라 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솔선수범으로 제안됐다”며 “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을 이날 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야당에 제안한 세비 삭감안과는 차이를 보였다. 동결 수순을 밟는 이유는 소속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세비를 가지고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게 상당 수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세비 동결은 야당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확정된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더민주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비동결에 대해)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라며 “비대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의견을 취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눈먼 돈’으로 불리는 비상설 특별위원회 활동비도 특권으로 꼽힌다.

국회는 지난 6일 저출산대책특위, 정치발전특위, 평창동계올림픽특위, 지방재정분권특위, 민생경제특위, 남북관계개선특위, 미래일자리특위 등 7개 특위를 구성했다. 비상설 특위는 과거에 구성해 놓고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나 기존 상임위에서 다룰 수 있는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33개의 비상설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이 중 대부분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는 16개월 동안 단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한 번은 위원회 구성, 다른 한 번은 위원회문을 닫으려고 소집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당시 심재철 특위 위원장은 특위 활동 기간 받은 활동비 9000만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하기도 했다.

특위 위원장은 여야 각 당의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상임위원장이나 주요 당직을 배정받지 못한 의원에게 돌아간다. 특위 위원장에게는 월 600만원의 활동비가 별도 지급되고, 위원들도 회의비나 수당 등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없어진
특권도 있는데…


국회사무처는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되고 있는 국회의원 특권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특권 200가지는 잘못 알려진 이야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의원은 항공기, 철도, 선박을 무료로 이용한다’에 대해서는 과거 국회법에는 ‘의원은 국유 철도 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승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된 이후 국회의원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국유의 교통수단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이 규정은 지난 2014년 3월 삭제됐다는 것이다.

‘의원 가족까지 국회 내 치과, 내과, 한의원 등의 진료가 무료’라는 주장에 “의무실에서의 간단한 진찰과 상담 서비스는 무료”라며 “진료 행위 관련 실비가 소요되는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의원 뿐 아니라 국회 직원, 국회 출입기자 등도 이용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 강원도 고성 연수원이 완공될 예정이다. 면적만 39만4139㎡로 축구장 크기의 55배에 달하고 35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해당 시설은 강의실, 토의실, 간담회실은 물론 80여실의 숙소와 식당, 매점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숙소에서는 근처 해수욕장이나 대형 워터파크, 골프장까지 차로 10∼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연수원도 취지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국회 전용 콘도’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이에 국회 사무처는 “해당 연수원은 5000여명의 국회직원, 지방의회 의원 및 직원, 시민에 대한 연수를 위한 교육·연수시설”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뜯어 고칠까 그냥 넘길까
본전 생각에 “다음부터∼”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평생 연금이 나온다’는 특권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국회의원 연금은 19대 국회부터 사라졌다.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은 19대 국회에서 폐지됐다.

즉 18대 국회의원까지만 적용받는 셈이다. 국회의원 재직기간도 1년이 넘어야 하고 재직 시 제명 처분을 받았거나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면제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5조’를 특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에는 ‘국방부장관은 예비군이 그 임무수행을 위하여 출동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비군 대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 이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소집에 응하도록 동원을 명령할 수 있다’ ‘국회의원, 외국에 여행 중이거나 체류 중인 사람, 국외를 왕래하는 선박의 선원 또는 항공기의 조종사와 승무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해 동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민방위기본법’ 제18조 및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에 따른 것으로 국회의원만의 특권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차관급 대우
반 정치 우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게 돼 있다. (같은 논리면) 장·차관 특권도 폐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특권을 고리로 국회의원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 혐오감 등 반(反)정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1명에 투입되는 돈은?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1명 당 연 6억7000만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5월7일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개원일인 지난 5월30일 기준으로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원이다. 월로 나누면 1149만6820원이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일반수당 646만4000원, 입법활동비, 관리업무 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과 함께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까지 총 775만6800원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사무실 운영비 월 50만원, 차량 유비지 월 35만원, 차량 유류대 월 110만원 등 의정활동 경비로 지금되는 금액 역시 연간 9251만 8690원으로 집계됐다. 의원 본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한해 2억3048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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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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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