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 X맨 한덕수 국무총리 기행 후일담

더 이상 윤정부에 득 될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라가 평화로우면 백성이 ‘나랏님’ 동향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제 할 일을 잘하면 국민 역시 제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기준에 맞춘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좋은 상황이 아닌 듯하다. 국무총리의 이름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4월3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전 총리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
두루 중용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총리는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중용된 정통 경제관료다. 김대중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고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한 총리의 지명은 여소야대 청문회를 돌파할 ‘묘수’로 여겨졌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인 장관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다. 총리 인준이 안 되면 내각 구성이 어려워진다. 윤 대통령이 이 부분을 고려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5월21일 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한 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총리로서 국익과 국민을 우선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다. 윤 대통령의 묘수로 여겨졌던 한 총리에 대한 여론은 최근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부터 한 총리가 윤석열정부의 ‘X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실패에 가까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에 계속해서 ‘구실’을 던져주고 있는 점은 여당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3차례
구설수 오르고 해명 반복

지난 19일 한 총리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가족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 총리가 무단횡단을 한 것. 반대편 도로에 정차 중인 전용차를 타기 위해 빨간불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포착됐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한 총리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가 취재진과 유튜버의 질문을 피하려 무단횡단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덕수 국무총리 도로교통법 위반(무단횡단) 경찰에 신고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총리의 무단횡단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용산서는 “한 총리와 관련된 국민신문고 신고 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무단횡단을 하면 범칙금 3만원 부과 대상이다.

국무총리실은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 경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한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안타까운 마음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반대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정부서울청사로 복귀했다”며 “이 과정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총리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태원 참사 당시 함께 간 친구는 숨졌고 A군은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말실수에
무단횡단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총리는 A군의 죽음에 대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들끓었다. A군 사망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망언’ ‘2차 가해’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며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충격적 망언”이라고 SNS에 적었다. 

한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이태원 참사를 농담거리로 받아치던 그 모습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제 그만하실 때가 됐다. 내려오십시오”라고 직격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도 “망언과 눈치 없음, 공감능력 제로를 뽐낼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무총리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비판이 쇄도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입장을 내놨다. 총리실은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안 몰라?
패싱 논란

총리실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진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 총리의 발언이 문제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농담 섞인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기간이었다는 점도 기름을 부었다.

한 총리는 지난달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 질문 과정에서 통역에 문제가 생기자 ‘잘 안 들린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그러자 기자는 “(사람들이)거기 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고 한국어로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했다. 

한 총리는 “주최자가 좀 더 분명하면 그런 문제들이 좀 더 체계적‧효과적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없을 때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제도적으로 개선점 해야할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그 다음이다.

이후 “통역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왔다. 여기에 한 총리는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빗대 농담성 발언을 한 것. 한 총리의 답변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채 닷새도 안 돼 국무총리가 말장난을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겪은 국민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시기랑 맞물리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계 조작으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항의하고 회견이 지체되자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책임총리 역할 한다더니
식물·신문총리 불명예만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언행으로 비판이 제기되면 총리실을 통해 해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만 세 차례나 같은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임기 초반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던 한 총리의 포부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국무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 총리는 ‘식물총리’ ‘신문총리’ 등 불명예스러운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때는 핵심현안을 모르고 있거나 신문에서 봤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한 총리는 대통령 헬기가 나무에 부딪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전날에도 영빈관 신축 계획과 예산에 대해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대통령 헬기가 망가지거나 영빈관을 새로 짓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총리 패싱’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2인자로서 국정운영에 있어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옅어졌던 존재감이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설화로 뚜렷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조짐은 임기 초부터 있었다. 윤석열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면서 첫 행보부터 삐끗했던 것. 당시 한 총리가 윤 행장을 직접 추천했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지난 5월 일어난 일로 윤정부 출범과 동시에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윤 행장의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을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지난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윤 행장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한 총리는 초장부터 당정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처음부터
힘 없었나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총리가)나이를 먹었나보다. 원래 늘공(공무원 시험을 거친 직업 공무원)들, 특히 고위직까지 간 직업 공무원들의 특징은 아주 지나치게 공손한 게 대개 주특기고 저 친구도 그랬던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비서실장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 못 하는 총리 자리는 간다고, 연봉 좋은데 그냥 거기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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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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