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 X맨 한덕수 국무총리 기행 후일담

더 이상 윤정부에 득 될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라가 평화로우면 백성이 ‘나랏님’ 동향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제 할 일을 잘하면 국민 역시 제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기준에 맞춘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좋은 상황이 아닌 듯하다. 국무총리의 이름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4월3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전 총리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
두루 중용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총리는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중용된 정통 경제관료다. 김대중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고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한 총리의 지명은 여소야대 청문회를 돌파할 ‘묘수’로 여겨졌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인 장관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다. 총리 인준이 안 되면 내각 구성이 어려워진다. 윤 대통령이 이 부분을 고려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5월21일 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한 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총리로서 국익과 국민을 우선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다. 윤 대통령의 묘수로 여겨졌던 한 총리에 대한 여론은 최근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부터 한 총리가 윤석열정부의 ‘X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실패에 가까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에 계속해서 ‘구실’을 던져주고 있는 점은 여당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3차례
구설수 오르고 해명 반복

지난 19일 한 총리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가족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 총리가 무단횡단을 한 것. 반대편 도로에 정차 중인 전용차를 타기 위해 빨간불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포착됐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한 총리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가 취재진과 유튜버의 질문을 피하려 무단횡단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덕수 국무총리 도로교통법 위반(무단횡단) 경찰에 신고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총리의 무단횡단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용산서는 “한 총리와 관련된 국민신문고 신고 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무단횡단을 하면 범칙금 3만원 부과 대상이다.


국무총리실은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 경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한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안타까운 마음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반대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정부서울청사로 복귀했다”며 “이 과정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총리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태원 참사 당시 함께 간 친구는 숨졌고 A군은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말실수에
무단횡단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총리는 A군의 죽음에 대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들끓었다. A군 사망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망언’ ‘2차 가해’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며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충격적 망언”이라고 SNS에 적었다. 

한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이태원 참사를 농담거리로 받아치던 그 모습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제 그만하실 때가 됐다. 내려오십시오”라고 직격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도 “망언과 눈치 없음, 공감능력 제로를 뽐낼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무총리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비판이 쇄도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입장을 내놨다. 총리실은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안 몰라?
패싱 논란

총리실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진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 총리의 발언이 문제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농담 섞인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기간이었다는 점도 기름을 부었다.

한 총리는 지난달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 질문 과정에서 통역에 문제가 생기자 ‘잘 안 들린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그러자 기자는 “(사람들이)거기 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고 한국어로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했다. 


한 총리는 “주최자가 좀 더 분명하면 그런 문제들이 좀 더 체계적‧효과적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없을 때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제도적으로 개선점 해야할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그 다음이다.

이후 “통역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왔다. 여기에 한 총리는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빗대 농담성 발언을 한 것. 한 총리의 답변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채 닷새도 안 돼 국무총리가 말장난을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겪은 국민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시기랑 맞물리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계 조작으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항의하고 회견이 지체되자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책임총리 역할 한다더니
식물·신문총리 불명예만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언행으로 비판이 제기되면 총리실을 통해 해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만 세 차례나 같은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임기 초반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던 한 총리의 포부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국무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 총리는 ‘식물총리’ ‘신문총리’ 등 불명예스러운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때는 핵심현안을 모르고 있거나 신문에서 봤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한 총리는 대통령 헬기가 나무에 부딪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전날에도 영빈관 신축 계획과 예산에 대해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대통령 헬기가 망가지거나 영빈관을 새로 짓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총리 패싱’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2인자로서 국정운영에 있어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옅어졌던 존재감이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설화로 뚜렷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조짐은 임기 초부터 있었다. 윤석열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면서 첫 행보부터 삐끗했던 것. 당시 한 총리가 윤 행장을 직접 추천했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지난 5월 일어난 일로 윤정부 출범과 동시에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윤 행장의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을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지난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윤 행장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한 총리는 초장부터 당정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처음부터
힘 없었나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총리가)나이를 먹었나보다. 원래 늘공(공무원 시험을 거친 직업 공무원)들, 특히 고위직까지 간 직업 공무원들의 특징은 아주 지나치게 공손한 게 대개 주특기고 저 친구도 그랬던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비서실장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 못 하는 총리 자리는 간다고, 연봉 좋은데 그냥 거기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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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