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정국’ 내우외환 국힘 마지막 승부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14 14:02:46
  • 호수 1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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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은 살아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20명이 조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심을 얻기 위한 경쟁과 외부의 압력을 동시에 견뎌내야 하는 현 상황을 누가 보기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직후, 국민의힘 일각과 강경 보수 세력 사이에선 ‘윤 어게인’이란 구호가 등장했다. 이 구호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서신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서신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서신서 “이게 끝이 아닙니다. 시작입니다”라며, “RESET KOREA. YOON AGAIN!(한국을 원점으로. 다시 윤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시작”
후계자 물색

윤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법은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공무원법도 파면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5년 동안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명태균 게이트 등 각종 수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윤 어게인’이란 구호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물색해 지지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도 지난 6일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서신서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청년 여러분이니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달라”며 “대통령직에선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중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구절은 정치 관여 의사로 해석되고 있다.

이후 주목받은 국민의힘 대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8일 장관직을 사퇴한 후, 다음날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서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내 조직이 부실하다.

국회의원 활동은 지난 2008년까지 했고, 지난 2020년엔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현실적으로 대선 경선·본선서 후보로 활동하려면,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개월여 동안 조성한 강경 보수 세력이 반드시 뒷받침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상왕 정치를 하면서 형사재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설령 유죄가 확정된다고 해도 사면·복권을 도모하려면, 정치적 견해가 비슷하면서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묶어둘 수 있는 대선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거론된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지도부의 거취를 당에 일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부를 재신임했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일부 사퇴 의견을 낸 분들도 있지만, 현 지도부가 남은 대선 일정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의미서 재신임을 박수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강성 친윤(친 윤석열) 성향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윤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김 전 장관은 빈약한 조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대권 경쟁 가장한 당권 경쟁
윤심 경쟁·외부 압력 동시에


다만 김 전 장관이 윤심(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음)을 독점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군은 무려 20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친윤 성향 후보군은 ▲윤상현 의원 ▲나경원 의원 ▲김기현 전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다. 특히 윤 의원은 강경 보수 세력과의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윤심과 거리를 두는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밖에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강성 친윤 대선후보·지도부의 결합은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본격적으로 경선에 뛰어들면 김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단 생각 때문에, 김 전 장관과 만나길 꺼린다”고 주장했다.

꺼리는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대선캠프 참여와 도움을 요청할 것이고,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우려를 토대로 제시됐던 대안은 ‘한덕수 대망론’이다. 이 주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후 구체적으로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고, 법제처장으로서 김건희 특검법 반대·윤 전 대통령 체포 반대 등 목소리를 키웠다.

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피의자로 입건돼있다. 따라서 “이 후보자 지명 자체가 국민의힘을 통한 한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 측은 “대선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거나 “국정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취지로 대망론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막산이’로, 한 권한대행을 ‘갓생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안동 출신 막산이 VS 전주 출신 갓생이”라고 적었다.

“전북 전주 출신 한 권한대행을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로 옹립하면,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선후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강성 이미지의 김 전 장관이 아닌, 권한대행 재임 중 주요 사안을 국민의힘에 우호적으로 결정하는 경제 관료 출신이란 점도 부각할 수 있다.

한덕수
대망론?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바로 그 “주요 사안을 국민의힘에 우호적으로 결정했다”는 점 때문에 김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중도층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친윤 성향 대권주자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실은 윤 전 대통령에겐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자신을 향해 어필을 하려 경쟁할수록 자신의 존재감이 확인돼 당내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윤심을 놓고 최대한 다자 구도가 형성되고, 주자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진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흐뭇한 그림이 된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그 흐뭇한 그림이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임자와 후임자는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전임자는 최대한 고분고분한 후임자를 물색하려고 하지만, 후임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설령 조기 대선서 패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가 무려 20명이나 거론되는 이유를 비교적 낮은 본선 승리 가능성과 맞물려 판단하면,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비판을 받는 상황도 연결 짓는다면, 서울 내 일부 지역구와 대구·경북 등 핵심 지지기반 공천을 장악하기 위한 현실적인 속내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엔 조기 대선을 둘러싼 ‘내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외환도 있다. 국민의힘이 재집권하지 못하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대통령도 없고, 권한대행도 없다. 현재까지 연루 의혹이 있다고 거론된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윤한홍 의원 ▲추경호 의원 ▲조은희 의원이다.

명태균씨는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명씨의 휴대전화엔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정치인 140명의 연락처가 저장된 것으로 확인된다. 정권을 잃은 후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특검에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명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명씨의 주거지를 제한했지만, 최소한 명씨의 입은 자유로워졌다.

특검이 아니더라도,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도 정권교체 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경선은 더더욱 생존 경쟁이 된다.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최대한 체급을 높여 ‘정치 탄압’이란 주장이라도 제기할 수 있어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최대한
고분고분

아울러 야권에선 지난해 12월 이후 국민의힘을 향해 꾸준히 제기했던 정당해산심판 카드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는 알베르 카뮈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내란당은 대선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가? 내란당은 해산시켜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지난달 14일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제일 먼저 후보자 등록을 하는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지난 4일 “국민의힘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조기 대선이 아니라 정당해산심판”이라며 “국민의힘 제1호 당원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자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도 같은 내용이 규정돼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주장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내란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1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이대로 가면 해산당해도 할 말 없는 정당의 모습”이라며 “헌재도 해산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꾸준히 “민주당이 집권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무위원 전원 탄핵소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스스로 해체하거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서 심판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 의원 등 72명에 대해 내란음모죄·내란선동죄 고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지난 2015년 진행된 통합진보당 해산과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현행 거대 양당 중심 정치의 한 축이다. 따라서 실제로 진행될 경우, 판 자체를 뒤엎는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 천 권한대행도 “헌재도 ‘이 정도 되는 정당을 해산해야 하나’ 싶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는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성 정치 공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의 입장에선 내란 특검과 함께 꾸준히 이어질 정치적·사법적 공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단 문제가 남는다.

살기 위한 몸부림 어디까지?
김상욱이 뜨면 게임 끝난다?

국민의힘을 어렵게 할 요소로 초선 김상욱 의원도 거론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다가 윤 의원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구에선 후원회가 해체되는 등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졌고, 울산시당위원장도 사퇴했다. 광주서 진행된 탄핵 반대 집회를 놓고, 사과 차원서 광주 방문을 주장했다가 친한(친 한동훈)계서도 축출된 듯한 양상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김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정치적 지명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외부에 비치는 김 의원은 탄압당하는 희생자의 모습이다. 김 의원도 다양한 언론 인터뷰서 자신의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김 의원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나아가는 ‘보수의 예수’ 형상이 그려진다. 국민의힘서 김 의원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사람은 6선 조경태 의원밖에 없었다.

조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초선 의원으로서 소신 있는 발언과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김 의원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고 있다”며 “다수의 잘못된 생각에 매몰돼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김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고,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대변인도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등 비판을 가했으며, 권 원내대표도 탈당을 권유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지난 6일 비상 의원총회서 “당론을 무시하고 당론을 알길 깃털 같이 안다”면서 조 의원과 김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김 의원을 비토할수록, 국민의힘은 예수 바라바를 살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일 것을 요구한 유대인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1월 김 의원을 일컬어 “우리는 히틀러고, 김상욱은 유대인이냐”고 질타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강경 보수층 바깥에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일 것을 요구했단 이유로 2000년 넘게 나쁜 이미지가 이어지는 당시의 유대인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실제로 이어지면, 김 의원은 스스로 짊어진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십자가형이 완성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권 원내대표도 조 의원과 김 의원을 거론하면서 “당원들의 마음마저 건드리는 말을 인터뷰서 하는 건 삼가야 한다”는 말만 할 뿐, 실질적 조치는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스스로 정치적 소신을 멈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외부로 표출된다면, 김 의원의 소신 행보와 더욱 대비될 것이다. 김 의원이 주목받을수록 국민의힘의 존재가 어두워지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해산 압박
어떻게?

조기 대선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내우외환이 터지는 국민의힘은 마치 우리나라 후삼국 시대 같은 난세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20명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현 상황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암투가 난무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서 윤심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했다. 아직 살아있는 윤심과 외부의 해산 위협까지 버텨내야 하는 현 상황을 누가 보기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살기 위한 각자의 몸부림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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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