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준 “외적 침입 시 비상계엄 가능하냐?” 질의 입길

4일 탄핵 직후에도 “안타깝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불과 5일 만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또다시 ‘비상계엄’을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관련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서 나온 발언인 만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송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갖고 있고,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 상태”라며 “대한민국 유사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든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 권한대행의 헌재 후보자 지명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두고 여야 법사위 위원들의 설전이 오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해 ‘월권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송 의원은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에게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를 두둔하며 “외적이 침입해 온다면 비상계엄이라도 발동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외적이 쳐들어왔을 때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하느냐?”고 거듭 질의했다.

해당 발언에 회의장 내 분위기는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법사위원들은 “그만하라”며 즉각 말렸고, 사회를 맡은 박범계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송 의원이 비상계엄을 운운한 것은 매우 큰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처장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제가 여기서 답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송 의원은 “외적이 쳐들어오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이 정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재차 강변했다.

송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은 온라인 상에서도 감지된다.

누리꾼들은 “헌재 재판 결과에 불복 중인 것 같다” “내란을 획책하고도 또 언급하는 수준 봐라” “저 정도면 내란 선동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또 계엄? 내란 공범이냐?” “계엄으로 나라가 몇 번이고 뒤집혔는데 저렇게 가볍게 입에 올릴 단어인가” 등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다.

야권에서는 더욱 강경한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비상계엄을 재거론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책임을 통감해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뻔뻔함을 다시 각인시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이 더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인 지난 4일에도 헌재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꿈꿨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로 부족했고, 방해하고 끌어내리려는 세력은 강하고 집요했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 더 잘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함께 공유하며 머리 숙여 모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법·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탄핵의 원인이 외부 세력의 방해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반복될 경우, 자칫하면 중도층의 표심을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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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