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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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