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원픽’ 줄대는 민주당 빅3 믿는 구석

제대로 눈도장 찍을까 눈감고 주사위 던질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번 지도부는 차기 대선 후보를 배출하게 된다. 민주당 잠룡 3인의 시선이 지도부로 향한다. 각자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손익계산서를 살피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당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311일 대장정 승리’를 다짐했다. 송 대표는 “우리 함께 제4기 민주정부를 여는 311일의 대장정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1년 남았다
대장정 시작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후보 선출은 대선 6개월 전이다. 내년 대선은 3월9일로 예정돼있는 만큼 적어도 9월 초까지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결국 대선 경선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치열한 대권 경쟁에 앞서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이재명계로 불리는 정성호(4선), 임종성(3선), 김영진(재선), 김병욱(재선), 이규민(초선) 의원과 중진의 조정식(5선)·안민석(5선)·노웅래(4선) 의원 등이 성공 포럼에 참여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7재보선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대선 조직 ‘신복지 포럼’이 문을 열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광화문 포럼’과 함께한다. 김영주(4선), 안규백(4선), 이원욱(3선) 의원 등 SK계 의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신임 지도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운신의 폭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선 경선 연기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서 제기된 목소리였다. 대선 일정을 따져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두 달 일찍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 만큼 공격 받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목소리로 해석하기도 했다. 비문(비 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가 다른 여권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경선 연기론 공개 발언으로 일촉즉발 
이재명, 원칙 말하면서도…내부 반발

당장 잠룡들의 반응은 제각각으로 나뉘었는데 이 지사로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경선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각각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출마 선언 역시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5말6초’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선 연기 가능성에 이들은 6월 이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이 지사 측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선 경선 연기론은 지난 2월 친문 진영 내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당 지도부는 논의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경선 연기 가능성은 결국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6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캠프의 입장이 아니라면 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빨리 정리돼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 지사는 대선 연기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다면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캠프 내에서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지 오래다.

경선 연기
신경전?

다시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송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선거 등을 앞두고 당 대표의 결단에 따라 내부 갈등이 폭발한 사례는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송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 잠룡들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인지 잠룡 3인과 송 대표의 관계가 언급되고 있다. 

이 지사에게 송 대표의 당선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송 대표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리했다. ‘홍영표 대표-윤호중 원내대표’ 조합으로 민주당 투톱에 모두 친문이 자리 잡았다면 이 지사에게는 불리한 구도였다.

송 대표가 호남 출신 비문 인사라는 점도 이 지사에게는 플러스다. 이 지사는 영남 출신 비주류 정치인으로 꼽힌다. 호남 당 대표와 영남 대권주자인 만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친문 후보의 당 대표 낙선으로 당내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지사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달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언급하면서 이 지사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송 대표는 “지금 (당내에)이재명, 반이재명 지지 진영 간의 치열한 상호 논쟁과 비판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진압하려는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 당내를 그렇게 만들어가야 다가올 대선 갈등을 원팀 민주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 가느냐를 정확히 해낼 수 있는 당 대표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당 대표 선거가 당심과 민심을 통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가깝나

이 전 대표는 송 대표 체제를 반기기 어려운 것으로 점쳐진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모두 호남 인사다. 당 대표와 대권 주자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면 괜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가까운 관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 당시 송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송 대표 역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우리 당의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후보의 출마가 확실시됐다”면서 “그런데 제가 당 대표가 되려면 논리상 우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당권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송 대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아직까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공고하다는 평가다.

또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김영배 의원 역시 이 전 대표의 정무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지도부의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민주당 전·현직 당 대표다. 현재 비문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 간의 균열 가능성이 점쳐진 가운데, 송 대표는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문·비주류 의원으로 임명했다.

앞서 송 대표는 민주당 쇄신을 언급한 바 있다. 송 대표의 결정을 ‘친문 색 빼기’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이후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들이 충돌한다면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 체제가 나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쇄신을 외치다가 집안싸움으로 좌초될 바에는 결집력이 높았던 이 전 대표가 언급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송 대표와 접점이 맞닿아있다. 지난 2007년 정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이었던 당시 송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았다. 또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송 대표가 인천시장에 도전했을 때, 정 전 총리가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낙연, 출마 선언 6월 이후에?
정세균, 지지율 확보 시간 벌까

정 전 총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인사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의 관계처럼 호남 인사를 대권주자까지 내세우는 건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정 전 총리의 경우는 다소 결이 다르다.

계파 갈등이 엿보이는 민주당 내에서 정 전 총리 입장는 오히려 자유롭다는 관측이다. 정 전 총리는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문재인정부 등에서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 만큼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자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정 전 총리는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위원장과 임시 당 의장을 맡았다. 당시 추대 배경에는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 만큼 정 전 총리는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반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전 총리가 이른바 ‘제3후보론’의 중심에 선 이유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 앉아있는 것도 정 전 총리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호남으로 겹치는 만큼, 이 전 대표가 확실한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 전 대표의 대체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송 대표와 접점이 있고, 계파로 나뉜 최고위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만큼, 특별한 거부감은 서로 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순위는 변동이 없었으나 다만 세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4명을 대상으로 4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32%)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이 지사(23.8%)로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이 지사는 2.4%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1.9%P) 밖이지만, 지난달 13.0%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좁혀졌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9.0%로 내려앉았다. 이 전 대표가 리얼미터 조사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 이 지사, 이 전 대표로 이어지던 구도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그보다 더 뒤에 위치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0%), 오세훈 서울시장(4.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4.1%), 정 전 총리(4.0%) 등이었다.

최종 후보
누가 될까?

이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2%, 유승민 전 의원 2.1%, 원희룡 제주지사(1.3%), 민주당 이광재 의원(1.3%), 정의당 심상정 의원(0.8%),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0.7%), 민주당 박용진 의원(0.4%)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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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