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원픽’ 줄대는 민주당 빅3 믿는 구석

제대로 눈도장 찍을까 눈감고 주사위 던질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번 지도부는 차기 대선 후보를 배출하게 된다. 민주당 잠룡 3인의 시선이 지도부로 향한다. 각자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손익계산서를 살피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당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311일 대장정 승리’를 다짐했다. 송 대표는 “우리 함께 제4기 민주정부를 여는 311일의 대장정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1년 남았다
대장정 시작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후보 선출은 대선 6개월 전이다. 내년 대선은 3월9일로 예정돼있는 만큼 적어도 9월 초까지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결국 대선 경선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치열한 대권 경쟁에 앞서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이재명계로 불리는 정성호(4선), 임종성(3선), 김영진(재선), 김병욱(재선), 이규민(초선) 의원과 중진의 조정식(5선)·안민석(5선)·노웅래(4선) 의원 등이 성공 포럼에 참여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7재보선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대선 조직 ‘신복지 포럼’이 문을 열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광화문 포럼’과 함께한다. 김영주(4선), 안규백(4선), 이원욱(3선) 의원 등 SK계 의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신임 지도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운신의 폭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선 경선 연기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서 제기된 목소리였다. 대선 일정을 따져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두 달 일찍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 만큼 공격 받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목소리로 해석하기도 했다. 비문(비 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가 다른 여권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경선 연기론 공개 발언으로 일촉즉발 
이재명, 원칙 말하면서도…내부 반발

당장 잠룡들의 반응은 제각각으로 나뉘었는데 이 지사로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경선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각각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출마 선언 역시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5말6초’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선 연기 가능성에 이들은 6월 이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이 지사 측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선 경선 연기론은 지난 2월 친문 진영 내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당 지도부는 논의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경선 연기 가능성은 결국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6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캠프의 입장이 아니라면 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빨리 정리돼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 지사는 대선 연기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다면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캠프 내에서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지 오래다.

경선 연기
신경전?

다시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송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선거 등을 앞두고 당 대표의 결단에 따라 내부 갈등이 폭발한 사례는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송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 잠룡들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인지 잠룡 3인과 송 대표의 관계가 언급되고 있다. 

이 지사에게 송 대표의 당선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송 대표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리했다. ‘홍영표 대표-윤호중 원내대표’ 조합으로 민주당 투톱에 모두 친문이 자리 잡았다면 이 지사에게는 불리한 구도였다.

송 대표가 호남 출신 비문 인사라는 점도 이 지사에게는 플러스다. 이 지사는 영남 출신 비주류 정치인으로 꼽힌다. 호남 당 대표와 영남 대권주자인 만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친문 후보의 당 대표 낙선으로 당내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지사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달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언급하면서 이 지사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송 대표는 “지금 (당내에)이재명, 반이재명 지지 진영 간의 치열한 상호 논쟁과 비판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진압하려는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 당내를 그렇게 만들어가야 다가올 대선 갈등을 원팀 민주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 가느냐를 정확히 해낼 수 있는 당 대표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당 대표 선거가 당심과 민심을 통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가깝나

이 전 대표는 송 대표 체제를 반기기 어려운 것으로 점쳐진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모두 호남 인사다. 당 대표와 대권 주자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면 괜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가까운 관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 당시 송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송 대표 역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우리 당의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후보의 출마가 확실시됐다”면서 “그런데 제가 당 대표가 되려면 논리상 우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당권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송 대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아직까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공고하다는 평가다.

또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김영배 의원 역시 이 전 대표의 정무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지도부의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민주당 전·현직 당 대표다. 현재 비문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 간의 균열 가능성이 점쳐진 가운데, 송 대표는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문·비주류 의원으로 임명했다.

앞서 송 대표는 민주당 쇄신을 언급한 바 있다. 송 대표의 결정을 ‘친문 색 빼기’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이후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들이 충돌한다면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 체제가 나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쇄신을 외치다가 집안싸움으로 좌초될 바에는 결집력이 높았던 이 전 대표가 언급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송 대표와 접점이 맞닿아있다. 지난 2007년 정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이었던 당시 송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았다. 또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송 대표가 인천시장에 도전했을 때, 정 전 총리가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낙연, 출마 선언 6월 이후에?
정세균, 지지율 확보 시간 벌까

정 전 총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인사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의 관계처럼 호남 인사를 대권주자까지 내세우는 건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정 전 총리의 경우는 다소 결이 다르다.

계파 갈등이 엿보이는 민주당 내에서 정 전 총리 입장는 오히려 자유롭다는 관측이다. 정 전 총리는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문재인정부 등에서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 만큼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자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정 전 총리는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위원장과 임시 당 의장을 맡았다. 당시 추대 배경에는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 만큼 정 전 총리는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반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전 총리가 이른바 ‘제3후보론’의 중심에 선 이유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 앉아있는 것도 정 전 총리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호남으로 겹치는 만큼, 이 전 대표가 확실한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 전 대표의 대체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송 대표와 접점이 있고, 계파로 나뉜 최고위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만큼, 특별한 거부감은 서로 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순위는 변동이 없었으나 다만 세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4명을 대상으로 4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32%)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이 지사(23.8%)로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이 지사는 2.4%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1.9%P) 밖이지만, 지난달 13.0%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좁혀졌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9.0%로 내려앉았다. 이 전 대표가 리얼미터 조사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 이 지사, 이 전 대표로 이어지던 구도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그보다 더 뒤에 위치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0%), 오세훈 서울시장(4.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4.1%), 정 전 총리(4.0%) 등이었다.

최종 후보
누가 될까?

이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2%, 유승민 전 의원 2.1%, 원희룡 제주지사(1.3%), 민주당 이광재 의원(1.3%), 정의당 심상정 의원(0.8%),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0.7%), 민주당 박용진 의원(0.4%)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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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