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으로, 언론 참사와 다르지 않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의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한 발언을 보도한 한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기자는 제 말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하며 ‘액셀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돼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송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그의 워딩을 살펴보면 일부를 잘라낸 것도 아니고 특정 대목만 키운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이라는 적절치 않아 보이는 표현까지 쓰면서 붕괴사고를 비유하기도 했다.
언론보도가 나가고 논란이 일자 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버스정류장 앞에 큰 위험한 5층짜리 건물 해체작업을 방치한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광주동구청장을 질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건물 해체작업을 대로변에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버스정류장을 동구청이 10m, 20m라도 공사현장에서 옮겼다면, 버스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됐다면, 그 순간 인간의 본능으로 버스기사가 조금이라도 본능적으로 액셀을 밟았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버스기사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위험한 건물을 일반 대로상에 방치하면 안 되는데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방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지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광주 건물 철거 현장 붕괴 사고는 명백한 인재”라며 “이런 사고가 벌어진 것에 대해 집권 여당 대표가 사고를 당한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사고 현장을 가리켜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도 했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이게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인식이냐. 경우도 없고 염치도 없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참담하다. 절망이다. 집권 당 대표의 문제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냐”며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든 구조적 참사를 두고 시내버스 운전자를 탓할 생각을 어찌 상상해내느냐”고 맹공했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해 6월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대포로 폭파하지 않은 게 어디냐?”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그는 집권 여당의 4선의 중진 의원으로 당시 국회 상임위 중 외교,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외교통일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한국과 북한을 잇는 유일한 물리적인 건물로 폐쇄도 아닌 북한의 일방적인 폭파로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해당 연락사무소는 문재인정권에서 북한과 연락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혈세를 들여 2018년 9월에 개소식을 열었는데 폭파되자 외통위원장이었던 송 대표가 ‘대포 망언’을 내놨던 것이다.
같은 해 12월14일에는 국회 본회의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찬성토론서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현장을 방문해 불탄 가게에서 소주병을 들어 올리며 “이게 진짜 폭탄주네”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