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호’ 민주당 불안한 동거 내막

한 지붕 두 가족…도로 친문당?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송영길호’가 출항했다. 쇄신을 외쳤던 만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시작부터 계파 갈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묵은 ‘친문 대 비문’ 구도다. 실제로 지도부 간 이견이 관측되기도 했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순항할 수 있을까.

0.59%포인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차기 당권을 가른 표차다. 민주당 송영길 신임 대표는 간발의 차로 홍영표 후보를 이겼다. 앞서 강성 친문(친 문재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만큼, ‘비문(비 문재인)’ 송 대표와 ‘친문’ 홍 후보의 대결에 이목이 쏠렸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쇄신을 앞세웠지만 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도로 친문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비문?

가까스로 송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민주당은 가까스로 ‘쇄신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최고위원 투표에서는 친문 의원들이 약진했다.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친문으로 분류된다.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17.73%)이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친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됐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 ‘처럼회’에서 활동하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등 민주당 검찰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비문 대표-친문 위원 미래는?
첫 회의부터 균열 가능성 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인물은 민주당 강병원 의원(17.28%)이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강 의원은 친문 그룹인 ‘부엉이 모임’과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4.0’의 창립 멤버다. 강 의원은 서울 은평구을에서 내리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마지막 친문은 민주당 김영배 의원(13.46%)이다. 김 의원은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성북갑에 공천됐고, 국회 문턱을 넘었다.

나머지 두 위원은 계파색이 흐릿한 편이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17.21%)은 득표율 3위를 기록했다.

백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 ‘검찰개혁 1호 인사’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백 의원은 20대·21대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역임했다. 여기서 백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12.32%)은 18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 이후 광진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종합해보면, 친문 3명 그리고 비문 3명으로 1:1 비중이 맞춰진 꼴이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가 강성 친문으로 여겨지는 만큼, 수적으로 봤을 때 친문이 한 명 더 많은 구조다. 그래서인지 지도부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첫날부터 미묘한 온도 차가 엿보였다. 지난 3일 지도부 첫 회의에서 송 대표는 민주당의 변화를 언급했다.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확보, 부동산 문제를 지목했다.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최대 현안으로 꼽은 셈이다.

이어 송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 강화와 국민 소통 확대를 내세웠다. 이른바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김용민 최고위원은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생과 개혁은 다르지 않다”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부동산 투기 근절 등을 예고했다.

송 대표는 코로나19 등 민생에 집중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검찰개혁 등에 속도감을 불어넣었다. 또 민심과 당심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선명했다.

민생·개혁-민심·당심 봉합?
변수 관측…예단은 시기상조

친문 색이 옅은 백 의원은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개혁에 대한 속도조절을 언급했다. 이어 “본인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며 “발전적 논의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은 필수고,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강성 지지층들의 문자폭탄 논란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송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지 않은 만큼, 특정 사안을 두고 최고위원과 충돌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다만, 송 대표가 비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라는 해석도 있다.

송 대표는 86세대 운동권 맏형이자 5선 중진으로 소신을 잘 굽히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송 대표는 2명의 최고위원을 지명할 수 있고,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를 선임할 수 있다. 이른바 ‘송영길 체제’가 완성된다면 지도부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송 대표는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 수석 대변인에 박완주, 윤관석, 고용진 의원을 임명했다. 이들은 당내에서 비주류로 꼽힌다.

그럼에도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례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2015년부터 두 전직 대통령을 찾았다. 하지만 송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방명록을 처음으로 남겼다.


친문?

당장 당원들 사이에서는 송 대표를 향해 “야당 대표냐”며 비판이 일었다. 게다가 송 대표는 전날 현충원 참배 과정에서 “아들이 이야기를 하더라. 유니폼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는 것”이라며 "세월호는 그렇게 챙기면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가 친문 당원들과 시작부터 갈등을 빚으면서, 친문 최고위원들과의 갈등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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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