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문정부 겨냥 사건 현주소

‘뭉개고 질질’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기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청와대 권세에 눌려 있던 사건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대립할 당시 한참 시끄러웠다가 소리 소문 없이 가라앉은 사건을 <일요시사>가 다시 조명해봤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모인 촛불시민의 지지로 탄생했다. 검찰은 그 연장선상에서 적폐청산의 칼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공격과 방어라는 정반대 상황에 놓인 검찰은 문정부 들어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적폐 청산
검찰개혁

문정부 첫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은 2년 임기를 다 채웠다. 1988년 2년 임기제 도입 이후 무사히 퇴임한 8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문 전 총장 시기의 검찰은 정부와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과 관련해 반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상황이 확 달라졌다. 정확히는 윤 후보가 취임 이후 두 달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조국 수호’ ‘조국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이와 동시에 문정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찰과 정부의 대립구도가 첨예해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정부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당시 검찰 인사의 파장은 상당했다. 


공수처 이첩 사건 지지부진
기소 이후 한참만에야 재판

특히 윤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법무부가 검찰 제도를 손보면서 검찰총장은 고립돼갔다. 윤 후보와 추 전 장관의 대립은 ‘전쟁’으로 일컬어질 정도였다.

추 전 장관은 윤 후보를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난 것이다.

검찰 내부에도 묘한 기류가 흘렀다. 윤 후보의 측근이 밀려난 자리를 친정부 인사가 채우면서 검찰 안에서도 대립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에서만 검찰 요직 빅4(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3자리를 차지할 만큼 승승장구했다.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윤 후보는 직무정지-가처분 소송 승소 등의 과정을 거치고 결국 올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지난달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단 한 번도 정치를 해본 적 없는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이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개월.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 엘리트 코스를 초고속으로 밟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추 전 장관과 문정부 겨냥 사건 수사를 꼽는다. 추 전 장관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면서 인지도가 늘어났고, 더 나아가 문정부와 맞서는 구도로 비쳐지면서 지지세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문정부와 관련된 사건에 칼을 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윗선 노린
검찰총장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문정부 관련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당시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역대급 승리를 거두면서 문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의 기세에 눌렸다는 것.

대표적으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등이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돼있거나 친정부 검사가 얽혀 있는 등 문정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건이다. 

실제 지난 6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관련 수사팀 검사가 대거 물갈이 됐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이동했다.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평가 의혹 사건을 맡았던 이상현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겼다. 당시 검찰 인사를 두고 문정부 겨냥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인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실무 기구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는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에 토대가 됐다. 과거사위는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고,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가 상당 부분 허위거나 왜곡·과장됐다고 의심했다. 청와대가 배후에서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이 있던 ‘버닝썬’ 사건을 덮으려는 목적으로 이 검사의 범행을 부추긴 게 아닌지도 들여다본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 검사와 수차례 연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공수처로 이첩된 이후 현재까지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이다. 지난 5월과 6월 이 검사를 소환조사하고, 7월 이 전 비서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더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도 수원지검의 이 고검장 기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역시 공수처가 들고 있다.  

엇박 나는
수사기관

공수처는 수사 무마 의혹보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5월12일 이 고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튿날 일부 언론에 공소장 내용 일부가 보도되면서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 지시로 즉각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7개월 만에 대검 감찰부는 수원지검 수사팀에 연루 정황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등 반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던 공수처로선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 두 건 모두 여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은 기소된 지 1년10개월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2014~2018년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당시 김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이던 박모씨를 수사했다. 

검찰은 송병기 당시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해당 첩보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보했고, 울산경찰청이 이에 따라 하명수사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원내대표의 주요 공약이던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이 선거 한 달 전인 5월에 발표된 점,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을 들고 나온 점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는 부정선거의 종합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전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여권 인사들을 기소했다. 

관련자 임기 다 끝날 듯
3개월 남은 대선 영향?


하지만 22개월 만인 지난 11월에야 첫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등 재판이 늘어지면서 송 시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원내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정부패 의혹의 중심인 것처럼 보도되면서 제 평판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울산경찰청의 수사가 울산시장 낙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월성 원전 경제성 관련 자료를 지우거나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한 바 있다. 그 첫 재판이 지난 14일 열린 것.

3명의 공무원이 기소된 지 1년 만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언급한 피의자의 진술이 공개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피의자 심문 조사 내용 등을 통해 월성 원전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과 관련해 산자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수 있는 자료 삭제와 정리에 대한 지시가 있었고 실제 이행됐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가운데 1명이 다른 사람과 SNS로 ‘청와대와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 실무자들만 감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대화한 사실을 밝혔다. 또 검찰은 이들이 삭제한 자료를 모두 공용전자기록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재판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정재훈 한수원 사장 사건과도 연관돼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에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기소했다. 

다음 정부로
넘어간 공?

대선은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문 대통령의 임기는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일부 사건의 경우 기소가 이뤄지고 1년(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1년10개월(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만에 재판이 시작된 만큼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결론이 나오기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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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