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마지막 국감 관전 포인트

‘치고 박고’ 총성 없는 총력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야 간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이번 국정감사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열린다. 10월의 첫날부터 3주간 이어질 여야 간 공방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쟁점들을 미리 짚어봤다.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매년 추석 명절 직후 열리는 국감에서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여당은 정부의 실적을 치켜세우는 데,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인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감에서의 발언 이후 인지도가 확연히 높아진 바 있다. 

21일간
치열한 공방

여야는 정기국회 초입부터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전운은 지난달부터 감돌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은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재논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여야의 대립 상황은 국감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열리는 여야 간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열리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정치·사회·경제·복지 등 각 분야에서 불거진 이슈가 국감장 한복판에 끌려들어 올 것으로 보인다.

▲‘표적’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해 정치권과 정부가 휘두르는 칼끝이 매섭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이번 국감에서 난타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이슈는 이번 국감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네이버의 한 직원이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최인혁 대표와 고인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리더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근 또 다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 산하 공익재단인 해피빈에서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접수됐다.

직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지난 2월 한 카카오 직원이 블라인드 앱에 ‘안녕히’라는 제목의 유서 글을 작성해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한 바 있다. 다행히 해당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카카오 내부의 동료 평가 방식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대선 5개월 앞두고 
극한 대립 이어질 듯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벼르고 있는 문제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개에 이른다. 김 의장이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사업을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여론은 부정적이다. 

국감에서는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을 두고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상생안은 내놓았지만 ‘어떻게’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공수처 첫 등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 2021년도 국감 계획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다음달 12일 국감에 등장한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5명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쟁점이 될 사안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선 전
기업 잡기

공수처는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대구 사무실과 서울 자택,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국회‧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8월11일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동석한 특정 선거캠프 소속 성명불상자를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건 역시 공수처가 수사를 맡았다.

야당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택진이형’ 이번에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2009년부터 매년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주목해야 할 감사 주제를 다루고, 전년도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시정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조치 결과를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다룰 가능성이 높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올해 초 게임업계를 덮쳤다. 많은 돈을 쓰고도 아이템을 뽑을 확률은 매우 낮은 현재 국내 게임의 구조가 마치 도박판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업체들은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 규제하는 법안을 여럿 내놨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큰 지탄을 받았다.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가 확률형 아이템의 대표격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엔씨가 최근에 출시한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고액 과금 시스템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게임 출시 이후 엔씨의 시가총액이 5조 이상 증발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8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확률형 게임은 아이템을 가장 공정하게 사용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한 바 있다.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을 옹호한 발언이다. 그때와 비교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이라 김 대표의 증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대 문제
또 도마에

▲<D.P.> 언급될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1년의 임기 동안 총 7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 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 사망 사건(6월9·10일·7월7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7월20일), 해군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 사건(8월13일) 등이다. 

성 비위 문제, 기강 해이 등 군 관련 논란은 하루 이틀 제기된 게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더 잦았다. 병영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 내부 사정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여기에 공군에서 일어난 여군에 대한 성범죄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해군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D.P.> 열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D.P.>는 2014년 육군 헌병대를 배경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가 담겨 있어 군 수뇌부에선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고공행진’ 부동산= 일반적으로 국감에서는 야당이 공격 포지션을, 여당이 수비 포지션을 잡는 경우가 많다. 국감의 취지 자체가 국회가 행정부가 한 일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 전반에 대해 다루는 대형 이벤트여서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임기 내내 20번이 넘는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만족할 수 없는 대책으로 전 세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코로나19·부동산 정책 비판
네이버·카카오·엔씨 정조준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문재인정부에 치명상을 입혔다. 

여기에 국책 연구기관마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 전략> 보고서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국감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부동산은 민생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LH 사태 혁신안에 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끝 안 보이는’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가 2년여가량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 수는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넘고 있는 상황.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확산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이 180도 뒤바뀐 만큼 이번 국감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백신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백신은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때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신 수급 문제 이외에도 2년여간 의료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 동안 그에 걸맞은 처우가 보장되지 않아 의료보건노조를 중심으로 파업 움직임이 일었다.

실제 총파업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간신히 봉합돼 의료대란은 막았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재명 국감?= 경기도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석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경기도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이 지사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지사가 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 야당의 십자포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계부채와 가상화폐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빚은 18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대선 정국
흐지부지?

올 상반기를 달궜던 가상화폐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실명확인 계정 개설을 의무화하라고 했다. 국감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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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