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발의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불발되자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지역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배현진(10일)·김재섭·조정훈(9일) 의원을 규탄하는 화환이 지역구 사무실로 배달되고 있는 것.
10일, 송파구 주민 등으로 구성된 송파연대회의 회원들은 오전 서울 송파구 배 의원 사무소 앞에서 ‘배현진·박정훈 의원 탄핵 투표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투표 참석을 요구했다.
이날 송파연대회의는 국민의힘 배현진·박정훈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것에 대해 규탄했다. 그러면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본회의 표결에 참가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일 김재섭(서울 도봉갑)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내란 공범! 부역자!’ ‘내란 동조! 부역자!’ ‘김재섭은 도봉을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였다. 사무실 문에는 계란과 밀가루, 케첩 등이 뿌려지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배승희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 의원이 ‘(표결 불참으로)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에 “지금은 그럴 수 있지만,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며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때 나 욕 많이 먹었는데 1년 후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 (하며)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라고 언급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내 이름이 언급되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나간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원총회서 윤 의원에게 악화한 민심을 전하고 당의 대응을 촉구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성난 민심은 신동욱(서울 서초을)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쯤 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대학생 전모씨가 작성한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한 전씨는 대자보에서 “지난 7일 국회에서 보인 모습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출신이다.
조정훈(서울 마포갑)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도 ‘마포를 떠나라’는 문구가 새겨진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계란이 투척됐다. 건물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조 의원 측은 고소나 수사 의뢰 등 법적 절차를 밟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도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이 적힌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에는 지난 7일부터 ‘내란 공범 국민의짐’ ‘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등이 적힌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현재는 당직자들에 의해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앞에도 ‘국민에게 총 겨눈 자, 용서 없다’ ‘국민의 힘으로 해체시킨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근조화환이 등장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항의는 쇄도했다. SNS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공유된 것. ‘표결 불참’ 의원들에게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전화·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취지에서다.
아이돌 팬덤에서 연예인 소속사에 항의할 때 쓰여지는 이른바 ‘팩스 총공’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X(구 트위터)에는 “팩스 총공은 어떠신가요”라는 글과 함께 국민의힘 당사 전화번호 및 팩스 번호가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자 폭탄 등과 같은 불법적 행태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과 업무방해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일부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근조화환이 배달되는 사태와 관련해선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을 향한 분노가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는 항의 방식이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김 의원의 자택 앞에는 누군가 흉기를 놓고 갔다. 흉기 옆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문구가 담긴 손팻말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 당론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만 참여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108명 의원 가운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만 자리에 남아 투표했고,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뒤늦게 돌아와 투표에 동참했다.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재적 의원 300명 중 총 195명만 투표에 참여하면서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탄핵소추안은 표결 불성립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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