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촛불이 크게 지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 교수가 기말시험 취소 공지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 공지’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서 A 교수는 “수강생 여러분, 불행하게도 안녕하지 못한 밤”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주 강의 이후에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 강의의 매듭을 이렇게 짓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다음주 월요일에 예정된 기말 자필 시험은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대신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다. 평가 역시 강의의 일환이고, 강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그러나 교육과 사회를 연결 짓는 관점을 나누고자 했던 이 강의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지필 평가 형식은 지금 시점서 대단히 부적합하다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 작성 기한은 가능한 여유 있게 드릴 테니, 부디 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여겨 보시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번 사태를 정확하게 보시고 계신다” “저런 교수가 진짜 교수지” “참 교수님이시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겨 보라는 배려” “이게 대학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시험 취소 공지가 왜 이렇게 명문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날, 전국 31개 대학의 학생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학생들은 오후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윤 대통령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 제안자인 홍예린 동국대 학생은 “위기는 우리를 넘어뜨리지 못한다. 학우분들이 걱정해주시는 등 무서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이 섰다”며 “우리는 두려운 밤에 용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이제는 탄핵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학생들은 ‘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약 1200명의 학생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사·교수 등 교육계 종사자들 역시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헌법적 계엄 선포 윤석열 즉각 퇴진 촉구 교사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이 대통령인 나라서 더 이상 정의를 가르칠 수 없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전교조는 “우리 교사들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며, 윤석열 즉각 퇴진을 촉구하기 위한 시국선언에 나선다”며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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