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상계엄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 수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어느 부분에 대해 송구한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헌법 제77조(계엄 선포)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선포 시 이유, 종류(경비계엄/비상계엄), 시행 일시, 시행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시행 지역 역시 공고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는 전시나 준전시도 아닌 상황이었다. 계엄법 제4조1항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엔 지체 없이 국회(의장)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으나, 현실은 참담했다. 기습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장을 넘어 경내 안으로 진입해야 했던 탓이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10명 중 7명 가까이 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이날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69.5%,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4.9%로 집계됐다. 탄핵 찬성은 73.6%, 반대는 24.0%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4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무선 97%, 유선 3% RDD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은 4.8%였다(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이번 계엄 사태가 비상계엄에 해당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엔 “이것은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라면서도 계엄의 적절성에 대해선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문 내용 중 “핵심은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표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엔 “제 동의 여부가 대통령 언급에 대한 평가가 되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냐?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을 겨눈 군사작전이었다’는 윤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비상계엄이 국민에게 총을 겨눈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담화문에 국회를 ‘반국가단체’로 표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서 “내란죄, 내란의 동조자, 내란의 피혐의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을 기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도 “계엄이 신중하지 않았는데?”라며 따져 물었다.
신 위원장이 “담화문에 국회를 반국가단체로 표현한 구절이 다섯 번 이상 나온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대통령이 쓰신 워딩 하나하나에 대해 의견을 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명했다.
또 ‘행안부 장관은 계엄법에 의해 계엄령이 법적 요건을 타당하게 갖췄는지 판단하고, 참모로서 본인의 의견을 표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평소에 계엄에 대해 생각이라도 했으면 계엄 요건 등 공부라도 해뒀을 것”이라며 “1979년 후 계엄이 없었는데 요건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윤건영 의원은 “내란죄는 대한민국 형법상 가장 중한 범죄행위다. 그 범죄행위를 다루는 자리”라며 “오늘 출석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내란죄에 동조한 범죄 혐의자”라고 직격했다. 이어 “당연히 국회사무처에선 범죄 혐의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증인들의 몸무색 문제 제기에 대해 받아쳤다.
당초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바 있다.
한편 이 장관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과 함께 형법상 내란죄 및 군형법상 반란죄 혐의로 검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