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계엄이 삼킨 이슈들

2024년 빨아들인 6시간 블랙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무슨, 말도 안 돼’라며 괴담 취급을 받을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같은 인식을 깨뜨렸다. 동시에 국민의 일상도 무너졌다. 그날의 나비효과가 만든 소용돌이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원래라면 묵은 해를 뒤로 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분위기로 사회가 들썩여야 한다. 하지만 연말 풍경은 사라졌다. 송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한 자영업자는 빗발치는 예약 취소 문의를 감당하고 있다. 8년 만에 다시 일어난 사건에 체감경기가 얼어붙었다.

사라진
연말 대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2주다.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4일 국회의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같은날 오전 4시27분 6시간 만에 최종 해제됐다. 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6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지난 7일 1차 표결은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폐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당 192표 외에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지난 14일 2차 표결은 가결됐다. 


국회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두고 심리하고 있다. 청구인 국회와 피청구인 윤 대통령은 헌재서 단판 승부를 가려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서 나타나는 갈등이다. 이미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서류를 수취하는 문제로 1주일 가까이 진통을 겪었다. 

3명이 공석인 헌재 재판관 구성을 두고도 여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헌재는 6명의 재판관으로도 심리와 변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이 중대사인 만큼 ‘완전체’의 결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후에 생길 가능성이 있는 논란서도 그편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헌재법상 탄핵 심판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민생·경제 다 뒷전으로
4대 개혁은 좌초 직전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한국 사회는 엄청난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기각돼도 6개월,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8개월가량 갈등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들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기간까지 합치면 국민은 1년여 동안 정쟁과 대립 구도를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모양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이슈가 비상계엄 사태에 쓸려가고 있다. 특히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만 옴짝달싹 못하는 중이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는 암울한 지적도 나온다. 

먼저 민생이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 12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경기전망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연말 대목을 기다렸던 자영업자들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연말 경기에 대한 전망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90.1%)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서도 정부나 국회는 민생을 뒷순위에 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서 이미 외면받던 국민의 삶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완전히 쓸려나가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매주 진행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서 부정 응답의 1순위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경제/민생/물가’였다.

체감경기가 이미 바닥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언제쯤
끝날까?

여야는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서 비쟁점 민생 법안 28건을 처리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명시한 AI 기본법 제정안, 단통법 폐지안 등이 통과됐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 차가 있는 쟁점 법안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곡법 개정안은 입법 발의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반도체특별법은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여야 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과반 의석을 무기로 정부 부처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당 대표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 여당은 당내 정리조차 안 되고 있다.

정치권 자체가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와 조기 대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국민의 삶을 지탱할 지지대가 없는 상태다. 

외교 쪽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당장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라 외교 무대에 나설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내달 출범할 트럼프 2기 정부와 접촉면을 넓혀야 할 시기에 비상계엄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국에 밀리게 됐다. 

수장 없는
외교 폭망

여기에 미국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3일 <한국 정치 위기,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윤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국민의힘 정부가 주요 외교 정책 계획에 참여할 능력이 약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 가능성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여러 외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기술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억지력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북 정책 ▲세계 중추 국가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동맹·동반자관계망에 한국 통합 ▲중국 행위를 향한 공개적 비판 ▲일본과 관계 개선·한미일 관계 확대 등을 꼽았다. 


정책 이슈도 실종됐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윤정부의 4대 개혁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 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다”고 언급할 만큼 4대 개혁에 공들였다. 

특히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은 의정 갈등만 야기한 채 표류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정책이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윤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정책 중 하나였지만 탄핵소추로 동력이 완전히 꺾였다는 분석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문도 닫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노총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서 다뤄졌던 ‘계속 고용’ 의제는 논의 재개 시점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고용은 정년을 연장·폐지하거나 정년을 넘긴 노동자를 지속해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연내 로드맵 수립이 목표였다.

사상 최초 노벨문학상까지
국민이 갚아야 할 빚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노동약자 보호’ 등의 정책도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 민생토론회 의제 등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정책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여야 간 합의, 노동계 참여가 요원해짐에 따라 법안 제정 등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문화계 이슈도 관심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올 한 해 한국 문학계의 최대 쾌거라고 할 수 있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탄핵 정국에 묻혔다. 지난 10월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 열풍’이 서점가를 강타했지만 비상계엄 선포-탄핵 표결이 이어지면서 잠잠해진 모습이다. 


다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오버랩된다는 말이 나왔다. 또 한강이 노벨문학상 시상식서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한 수상소감을 남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한 작가는 “이런 시국이 아니었으면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4월부터 올 한 해를 달궜던 민희진-하이브 간의 갈등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아이돌인 뉴진스 멤버 하니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정도로 ‘핫한 이슈’였다. 연예인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던 차였다.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하이브 일부 임직원 사이서 공유되던 문서에 K-팝 팬덤과 연예기획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른바 ‘하이브 사태’는 모기업과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음반 밀어내기, 음원 사재기, 굿즈 갑질 등 각종 의혹도 터져 나왔다. K-팝 업계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암흑기
시작되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블랙홀’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더해지고, 여기에 윤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죄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사회 모든 이슈가 비상계엄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경우의 수’에 빠진 상태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기각, 이 대표의 유죄와 무죄, 내란죄 처벌과 무혐의 등 어떤 결과가 나오든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를 일이 산재해 있다. 결국 비상계엄의 여파는 국민의 어깨에 얹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서 언급했듯 ‘5100만명의 국민이 갚아야 할 할부’로.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