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끝나지 않은 탄핵 시나리오

그런다고 얼마나 더 버틸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탄핵 열차가 멈춰 섰다. 시동이 걸릴 듯 말 듯 미적대던 열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동력 삼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차를 레일 위에 올린 것은 야권이지만 운전대를 잡은 여당이 브레이크를 잡았다. 탄핵 열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재가동이냐, 전복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7일까지 정치권을 비롯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하면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국민은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지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했다. 

숨가쁜 4일
쪼개진 국민

여야는 표결 전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 탄핵안’을 같이 표결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에만 표를 던지고 탄핵안 표결 때는 퇴장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 탄핵안은 정족수인 200석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무산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됐다. 2표차로 김 여사 특검법은 최종 폐기됐다.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안 표결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퇴장했다. 안철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김예지·김상욱 의원 등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를 던졌지만 정족수를 채우진 못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범야권 찬성 표를 192명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 8명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표면상으론 윤 대통령 부부가 ‘한숨 돌린’ 모양새다. 하지만 여론의 파도는 훨씬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서 보여준 모습이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여사 특검법 표결 후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생중계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모든 일은 지난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에서 시작됐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상황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계엄군과 국회의원, 시민 등의 대치로 국회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나오자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3일 오후 10시25분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오전 4시27분 해제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회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오후 11시께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최소 150명 이상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해야 했다.

여당, 표결 전 퇴장
직무 정지는 면했다

그사이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보좌진 등과 대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우 의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당시 모인 국회의원은 190명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시간30여분 만이다.

계엄 선포 해제 발표는 3시간 뒤인 오전 4시27분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6시간 만의 상황 종료였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계엄군이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시민과 충돌해 사상자가 나오는 등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79년 이후 처음 선포된 비상계엄이 한국 사회에 안긴 충격은 엄청났다. 여론이 들끓었고 특히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시계 제로(0) 상황이 됐다.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4일 오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고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 발의에는 야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했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지만 내부 상황이 요동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사실상 탄핵 찬성의 뜻을 밝힌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몇몇 의원이 당론과 상관없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이 더해졌다. 

7일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여야의 운명이 갈릴 판국이었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정부, 여당과 야당 그리고 당 대표까지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표결에 쏠린 관심이 컸다. 특히 칼자루를 쥔 국민의힘의 행보에 전 국민의 이목이 몰렸다.

여기에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선 게 변수로 떠올랐다.

45년 만에
6시간 종료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면서도 “그 과정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2분 남짓한 짧은 담화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였다. 일각에서는 탄핵 부결을 위한 ‘쇼’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국민의힘 표 단속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후 대통령실에서는 이날 담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폐기로 정치권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무산의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 쓸 상황에 처했다.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에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만 찬성에 표를 던졌으면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가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탄핵안 표결은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간 상황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표결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상대적으로 탄핵 표결 여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탄핵안이 가결됐다면 윤 대통령의 직무가 바로 정지되는 상황이었고 부결이어도 책임 소재는 국민의힘으로 향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탄핵안 발의가 민주당의 ‘꽃놀이패’라는 말이 계속 나온 이유다. 여기에 민주당은 표결 전부터 탄핵안이 부결되면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제출할 수 없는 만큼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10일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다시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가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탄핵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고립된 여
힘 받는 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결은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여사 논란과 고 채 상병 사건 등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실제 국민 사이에서도 1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대통령을 탄핵하는 상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20~40대 청년층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충격을 토로했고 1980년대 비상계엄을 겪은 50대 이상 장년·노년층은 40여년 만에 다시 일어난 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서 반대는 24%에 그쳤다. 


만 18~29세는 86.8%, 40대는 85.3%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50대 76.4%, 30대 72.3%, 60대 62.1%, 70세 이상 56.8%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서 찬성 비율이 79.3%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68.9%로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서도 탄핵 찬성이 66.2%로 과반을 넘어섰다. 

탄핵안이 표결까지 가지도 못하고 무산되면서 안 그래도 불붙은 대통령 퇴진 여론에 기름이 더해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겼어도 여전히 가시밭길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결국 소나기를 피했을 뿐 ‘식물 대통령’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여전히 야6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권의 192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난 5일 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발의·명태균 첩첩산중
국민 신뢰 완전히 잃어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서 이 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명태균 사건도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서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일부 여당 인사가 언급되고 있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8070만원을 받고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에게 유력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일각에서는 명씨가 현재 받는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명씨가 과시한 정치적 영향력이 윤 대통령 부부라는 ‘뒷배’로부터 나온 게 확인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명씨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수록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 여사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윤 대통령은 그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용해 김 여사에게 쏟아지는 공세를 막아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해제-탄핵안 발의-표결 무산 등의 과정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어 김 여사에 대한 공세를 더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도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검·경은 수사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여론이 더 악화되면 국민의힘서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잃어버린 권위와 신뢰다. 탄핵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후반을 오락가락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2명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지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전직하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표결 직전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성난 민심
극복 불가

대외적으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오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세계 곳곳서 전쟁이 계속되는 등 급변하는 국제 상황서 윤 대통령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탄핵 실패가 윤 대통령의 성공일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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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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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