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4개월 전부터 예견된 사태

뜬구름? 현실이 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4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느닷없이 ‘계엄설’에 연기를 지폈다. 당시 여당은 코웃음을 쳤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비상계엄이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면서 여당이 쳐둔 온갖 방어막이 무색해졌다. 민주당이 자신 있게 계엄설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민주당이 계엄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했을 때였다. 당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레 교체하는 이유는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윤석열정부는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 계엄령 준비 시도는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무한 자신

김 최고위원은 각종 매체를 통해 ‘계엄 1타 강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5분 최고 특강을 시작한다”며 첫 번째 주제로 계엄을 선택했다. 영상서 그는 “윤 대통령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총 8번에 걸쳐 ‘반국가 세력’을 얘기했다”며 “이는 북한 친북 세력 내지는 그 파견 세력, 즉 간첩과 다른 세력이다. 교집합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중에 어떤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세력, 김건희 여사가 문제 있다고 보거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문제 있다는 주장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은 모든 국민이 계엄 시에 반국가 세력으로 척결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른바 ‘충암고 라인’으로 새롭게 채워진 안보 인사를 지적하며 “군을 동원해 계염령을 선포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충암고 라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후배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동문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주요 인물이다.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 전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이런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맡으면 군령이 제대로 설지 의문”이라며 “이러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상하다” 슬슬 움직인 충암고 라인
제2의 하나회? 계엄설에 미리 준비?

지난 9월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후보자의 관계를 꼬집으며 “정부는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을 지휘 체계에 채워 넣었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9월 <일요시사>와 진행한 인터뷰서 ‘계엄령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행안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하거나 충암고 출신 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비밀 모임이 있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이런 것들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떠한 동기, 그리고 (계엄을) 실행할 수 있는 세력을 막을 제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은 “계엄설에 대한 제보가 있다”면서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이재명 방탄’을 위한 음모론자 취급을 받았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 규정에는 설사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가 과반으로 의결하면 즉각 해지하게 돼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계엄 가능성 언급 그 자체가 극단적 망상이라고 지적했으며 대통령실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용산 속내 꿰뚫은 민주당
김민석 과거 발언 재조명

정부·여당이 괴담이라고 선을 긋던 계엄설은 지난 3일 밤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5분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와 감사원장 탄핵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몰더니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며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로써 계엄설은 더 이상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번 계엄령 선포 배경을 놓고 국방부가 “김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취지로 밝히면서 충암파가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4개월 동안 모아둔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니 ‘비상계엄’이라는 그림이 완성됐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를 통해 “경호처장 공관서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이 비밀 회동을 한다든가 행안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한다든가, 그런 것들은 다 비정상적이었다”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계엄을 (대통령에게)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두 명인데 모두 충암고 출신”이라고며 “그런 경우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든가 중간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고 구조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역시 같은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부터 굉장히 수상쩍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계엄론의 논리적인 밑밥을 까는 것이고 빌드업”이라며 “거기에 동원될 세력으로 충암파들을 재배치하는 게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핵심적인 동기가 ‘김건희 감옥가기 싫다’였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은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겠다는 대통령의 ‘광적 집착’이며 결국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무리수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보 있었나?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는)채 상병 문제와 관련돼있는데 아마 대통령을 포함해 국방부 장관 등등이 다 연루돼있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은 진실이 규명되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자들이 자기 보존을 위해 사고를 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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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