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병기 공천 헌금, 왜 ‘MBC’에 제보됐나

제보 방향이 신뢰 만드는 정치의 역설

정치에서 의혹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는가다. 사람들은 흔히 사실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누가 말했는지, 어디에 말했는지, 왜 그곳이었는지를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늠한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폭로라도 제보의 방향에 따라 국민의 신뢰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관련 공천 헌금 의혹 수사는 이 같은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금품수수 탄원서가 당 대표실을 거쳐 윤리감찰단에 접수됐고, 이후 김 의원 측이 이를 인지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안은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봉합됐고, 정치적 파문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6년 같은 사안의 연장선에 있는 공천 헌금 의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폭발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위기로 비화됐다. 내용이 더 자극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 제보했는가’였다.

2020년 당시 탄원서는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즉 윤리감찰단으로 향했다. 이는 제보자가 최소한 정파적 공격보다는 내부 시정 가능성을 기대했음을 시사한다. 반대 진영에 제보하면 정치 공세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사실 여부가 희석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점은 2026년 사태에서도 반복된다. 이번 공천 헌금 의혹은 보수 성향 매체가 아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MBC>를 통해 집중 조명됐다. 만약 같은 내용이 <TV조선> 같은 보수 매체에서 처음 보도됐다면, 상당수 국민은 정치적 의도를 먼저 의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제보는 여전히 적군에게 넘기는 폭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제보가 반대 진영을 향할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집단이나 언론에 제보할 경우, 사람들은 사실 여부보다 동기부터 의심한다. “저쪽을 죽이기 위한 공격 아니냐”는 질문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그 순간 제보는 정보가 아니라 무기가 된다.

반면 이번 사안처럼 아군으로 인식되는 언론이나 조직에 제보가 이뤄질 경우, 그 효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반대태도 출처 효과(counter-attitudinal source effect)’라고도 부른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 집단과 동일한 진영에 불리한 정보를 제공할 때, 그 정보는 오히려 더 신뢰받는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할 유인이 적고, 내부 비판은 외부 공격보다 더 큰 개인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조직사회학에서는 이 현상을 ‘내부 고발(whistleblowing)’의 한 유형으로 본다. 특히 ‘인그룹 내부 고발(in-group whistleblowing)’은 조직의 도덕성과 자정 능력을 시험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내부에서 터져 나온 문제 제기는 외부의 공격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갖는다. 조직 스스로의 정당성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서 <MBC>의 보도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진보 성향 언론이 여권 인사의 의혹을 다룰 때는 덮거나 더 철저히 파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자를 택할 경우 ‘정치적 하청 언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후자를 택해야만 언론으로서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이번 보도가 상대적으로 상세하고 집요하게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의 의도가 아니라 구조다. 언론 역시 자신을 향한 감시의 눈을 의식한다. 진보 언론이 여권 비리를 외면하면, 그 순간 언론의 도덕적 자산은 급격히 소진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언론의 결단이라기보다 시스템의 작동이다.

이 같은 제보 구조의 장점은 분명하다. 정치적 음모론을 최소화하고, 사안의 실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국민은 ‘저쪽이 공격해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우리 쪽에서 나온 문제’로 인식하며, 사실 여부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권력 내부의 자정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내부 제보는 종종 조직 전체를 마비시킨다. 방어 논리가 작동하지 않고, 내부 신뢰가 급속히 붕괴된다. 사실 여부가 완전히 규명되기 전에도 정치적 책임이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안에서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공화당 내부 인사들의 증언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키웠고, 일본 정치권에서도 여당 내부 고발이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가 반복돼 왔다. 공통점은 하나다. 적이 아니라 우리 편의 말이었기에, 국민은 더 쉽게 믿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공천 헌금 의혹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무엇이 진실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제보를 더 신뢰하는가다. 그리고 그 신뢰는 의외로 내용이 아니라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정치는 늘 의혹을 안고 움직인다. 문제는 의혹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정치 싸움으로 소모되느냐,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느냐다. 아군을 향한 제보는 불편해 보이지만, 민주주의에서는 가장 건강한 자기 정화다. 이번 사태를 개인의 잘잘못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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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