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기의 이혼소송’ 노소영-2심 판사 수상한 인연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23 11:08:11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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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판결이? 얽히고설킨 ‘3중 인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SK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김시철 부장판사의 특수관계가 드러났다. 1조4000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이끈 김 부장판사의 부친 고 김동환 변호사는 과거 ‘5·18 특별법’ 반대 등을 통해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을 미화한 인물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관장 이혼소송에 연관된 법조계 인맥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재판부 쇼핑’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는 이유다. 상고심서 본격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이혼소송의 2막은 ‘노태우 비자금’ 카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재판부는 비자금 실체에 관한 심리도 하지 않은 채 노 관장 측 주장만 받아들이면서 재산분할 판결을 냈다. 

1조4000억
재산분할

재판 승소의 절실함은 잠들어 있던 노태우를 깨웠다. 노 관장은 아버지의 비자금 카드를 꺼내 소송서 대승한 듯 보였다. 이후 비자금 불법 은닉 문제가 꼬리를 잡혀 3건의 고발이 접수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김시철 서울고법 가사2부 부장판사를 탄핵하라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지난 10월21일 ‘노태우 불법 비자금 노소영 재산으로 인정한 김시철 판사 탄핵해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탄핵 촉구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김 부장판사는 이혼소송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노 관장의 재판부 쇼핑의 결과로 만들어진 대승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토록 공교로운 핀셋 배당을 할 수 있는지, 그 재판부 배당 과정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봤다.

노 관장 이혼소송서 재판부는 3중 특수관계를 지닌 법조 마피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노태우는 취임 초기 본인 재산이 5억원 정도라며 ‘보통 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됐다. 그러다 돌연 퇴임 전후 본인이 만든 불법 비자금이 5000억원대에 달한다고 스스로 밝혀 국민의 공분을 샀다.

당시 국민들은 그가 제시한 ‘보통 사람’이라는 슬로건에 빗대어 ‘엄청난 돈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보돈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써야 할 대통령의 권한을 ‘불법 비자금 모금’에 사용한 것이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통해 아버지가 축적한 비자금 중 일부가 SK그룹 성장판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설립한 미래회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 

판사 부친, 노태우와 돈독한 사이
형은 노 관장과 국제미래학회 주축

노 관장에게 승기를 건넨 김 부장판사의 부친 김동환 변호사는 노태우의 경북고 1년 후배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 권익을 위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변호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동시에 노태우를 옹호한 인물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1934년 신의주 출신으로 부산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56년 7회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1957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군 법무관과 판사를 지낸 뒤 1963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또 김 변호사는 노태우 일당이 광주 사태를 일으킨 후 탄생한 5공화국 때부터 국가정책 자문위원, 선관위원, 공정거래위원, 소비자보호위원 등을 지냈다. 본격적으로 노태우가 집권한 6공화국 들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KBS 이사도 맡게 된다.


당시 김 변호사는 5·18 책임 문제로 곤경에 처한 노태우를 방어하는 최전방에 나섰다. 5·18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1995년 12월호 <한국논단>에 김 변호사는 ‘5·18 특별법 안 된다. 위험한 발상 5·18 특별법’이란 제목의 기고를 하게 된다. <한국논단>은 1989년에 창간되어 2014년까지 발행된 극우성향 월간 시사지다.

비자금 
꺼내다

이 기고서 그는 죄형법정주의와 공소시효 원칙 등을 주장하며 ‘적어도 나라와 국민 생활의 안정을 바라고 민주주의의 확고한 정착을 기원하는 국민이라면 5·18 특별법의 제정이라는 것을 곰곰이 따져보고 이에 관한 찬반의 태도를 결정해야 할 것’라며 5·18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5·18 특별법은 광주 사태를 일으켜 총칼로 진압한 노태우 일당들을 처벌하자며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법이었는데, 김 변호사는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절친인 노태우를 보호하기 위한 사수대 역할을 자진하며 미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1990년 12월 <매일경제>에 ‘냉전의 벽 아직 남아 있다’는 기고를 통해 ‘역사적으로 기록될 중대한 사건임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회담은 크게 평가되고 여러 각도서 분석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극찬했다.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는 김 변호사의 부모상에 현직 대통령이던 노태우가 직접 조문을 하며 공고히 했다. 1989년 9월 김 변호사 부친상에 노태우가 직접 조문을 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해석됐다. 지난 2022년 노태우가 사망했을 때 김 변호사도 직접 조문하며 마지막까지 빈소를 지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부장판사가 ‘노태우 비자금’을 엄격하게 파헤쳐 심리하지 않은 것에 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시철 부장판사가 노소영이 제기한 노태우 비자금 300억이 불법으로 은닉돼왔음을 재판 과정서 충분히 알았음에도 심리하지 않은 이유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노 관장과 김 부장판사의 형인 김시범 안동대 교수는 국제미래학회서 각각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국제미래학회는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롬 글렌과 김영길 한동대 총장이 초대 공동회장을 맡고 국내외 전문 영역별 미래학자 100여명이 함께 참여해 2007년 10월 국내에 본부를 두고 설립된 국제적인 학회’로 소개된다. 

빈소를 
지키다

홈페이지 임원 조직에 따르면 노 관장은 미래예술위원장을, 김 교수는 미래전통문화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특히 2015년 12월에 있었던 국제미래학회의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출판기념회’는 노 관장과 김 교수가 나란히 참석한 행사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노 관장의 변호사를 맡으면서 최 회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상원 변호사는 법무법인 평안 소속으로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인 박철언 전 정무장관 사위다. 박철언은 노태우와 같은 경북고등학교 출신으로 노태우 사망 당시 빈소를 지킨 사람이다.

이 변호사의 부인 박지영은 미래회 현 회장이자 박 전 장관의 큰딸로, 노 관장과는 6촌 관계다. 노 관장의 미래회는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겉으로는 봉사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 언급되는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부회장과 김방은 예화랑 대표가 소속됐던 단체다.

미래회는 노 관장을 지키는 사수대 역할도 했다. 전 미래회 회장이었던 김흥남은 노 관장 이혼 기사에 최 회장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부대를 주도했다. 광림교회 권사인 김흥남은 미래회의 2대 회장까지 지냈을 만큼 노 관장과 돈독하다. 

“이 비자금이 네 비자금이냐”
‘보통 사람’ 노태우의 모순

김 전 미래회 회장은 네이버 카페 ‘조강지처가 뿔났다’를 개설해 카페 회원들에게 사실이 아닌 악플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2019년 초 김씨에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최종 판결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사람도 노 관장의 이혼소송 변호를 맡은 이 변호사였다.


김 부장판사는 노 관장 측에 매우 유리하면서도 최 회장에겐 불리하도록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파경 과정, 최 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을 약 50분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가사사건 판결 시 일반적으로 판사들이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선고하고 판결 취지를 간략히 설명하는 것과 달리 김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을 비공개로 하지 않고, 일부 출입기자를 법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또 법정에 들어오지 못한 출입기자 50여명에게 중계 법정서 선고를 지켜볼 수 있도록 선심을 베풀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의 노력으로 이혼소송의 프라이버시가 담긴 판결 내용이 외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혼소송은 노태우 비자금서 촉발된 14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은닉 비자금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5·18 기념 재단과 환수위 등은 3건의 검찰 및 국세청 고발 등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결국 노태우 비자금을 개인 재산으로 인정한 김 부장판사를 탄핵해 달라는 탄핵 청원이 국회 법사위에 제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변호사 친족
재판부 쇼핑

법조계는 “노태우 비자금은 이미 1997년 대법원이 확정판결하면서 추징, 국고로 환수되도록 돼있는데, 노소영 등 그 가족에게 개인 재산으로 인정해 준 판결은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구조는 사법부 자체 시스템적으로 재판부 기피 대상이 돼야 할텐데, 그런 자정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아서 국민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재판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소영 이혼소송서 나타난 법조 마피아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수 밖에 없다”면서도 “사법부에 이 같은 연결고리가 나온 점에 대해 법조인들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았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소영의 아트센터 나비, 정부 보조금 횡령 의혹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관한 정부 보조금 부정 수령과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 18일 문화관광체육부에 아트센터 나비의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트센터 나비는 매년 국민 혈세인 7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왔지만, 방만 경영뿐 아니라 횡령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아트센터 나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보조금을 집행한 관련 기관과 해당 책임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국민 혈세 낭비의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아트센터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맞춰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전시 등 행사 활동 실적이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5년간 전시회를 연 기간이 총 230일로, 연평균 46일에 불과해 보조금 수령을 위해 형식적으로만 운영해온 합리적 근거가 된다는 게 환수위의 주장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34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환수위는 ”최근 불거진 직원의 20억원 횡령 사건과 임대료 미지급 소송 등을 감안할 때 내부적으로 자금 운용 실태가 매우 문제 있어 보인다”며 “핵심 사업이 예술작품 전시인데 1년에 고작 한 달 남짓만 전시를 할 정도로 활동도 없고 임대료도 수년간 미납된 상태로, 그 많은 지원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인지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5년간 약 34억원을 지원받았음에도 이 기간 누적적자가 48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자산도 200억원에서 145억원으로 급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그간 적자가 쌓이는 와중에도 이사진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총 6명의 이사진 중 노 관장을 포함한 3명은 5년 이상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2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16명에게 지급된 고정성 인건비가 7억7000만원에 달한다.

직전해 지원받은 정부보조금(7억8978만원) 전체와 맞먹는 액수다.

아트센터 나비가 정부 지원금을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환수위는 “노 관장이 지원금을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적자에 허덕이는 미술관이 지원금으로 운영 목적에 맞지 않는 투기성 돈 굴리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금융상품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으로 2022년 8억210만원, 지난해 6억688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2022년 80억7769만원이었던 아트센터 나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6억4959만원으로 급감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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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