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추’ 거대 양당 손익계산서

영감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사사건건 대립하는 검찰과 법무부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추미애 장관의 ‘자충수’가 계속되면서, 비호했던 여권인사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추 장관을 대신해 검찰 개혁을 단행할 인사가 없다. 추 장관 리스크는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도껏 하세요, 좀!”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성호 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추 장관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근거가 없다면 위원장님이 제지해 달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에게 법무부 특수활동비 의혹을 재차 질의했다.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이에 불쾌함을 내비쳤던 추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해 말을 끊었고, 결국 정 위원장이 개입한 것이다.

단편적이지만 추 장관에 대한 여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의 국회 출석은 늘 신문 1면을 장식해왔다. 추 장관이 국회에 오는 날이면 여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언행 조심을 당부할 정도였다.

추 장관은 개혁 성향을 두루 갖춘 강골로 꼽힌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예민하고, 이에 엄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끝내 사퇴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닷새 만에 조 전 장관을 겨눴던 윤 총장 사단의 수족을 보란 듯이 잘랐다. 이는 사소한 기싸움에 불과했다.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안마다 충돌하며 지겨운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로도 계속된 ‘추-윤’ 갈등은 민심을 두 쪽으로 가르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문 대통령이 결국 둘 중 하나를 내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임기 내 물러날 인물들이 아니다. 윤 총장은 국회 국감에서 임기를 다 마치라 했다는 대통령의 말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전했다. 추 장관의 거듭되는 ‘때리기’에도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에 추 장관은 대통령이 비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분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청와대는 끝내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반복되는 추·윤 갈등 언제까지?
추나땡? 웃는 ‘야’ 속 타는 ‘여’

두 고래 싸움의 승자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판세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리면 때릴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위세는 더 커졌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망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17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은 42.5%의 지지율을 기록해 야권의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칼질’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는 대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감찰을 강행했다. 이례적인 행보다. 지금까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실제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즉각 사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추 장관의 인사권·수사지휘권·감찰권 행사가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휘권과 감찰권 행사는 추 장관 취임 이전까지 단 한 차례씩만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검찰총장들은 직을 내려놨다. 검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추 장관은 3주 동안 4번의 감찰 지시를 내렸다. 지휘권도 최소 2회 이상 발동됐다.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 시비 등 논란을 불식시켜주는 것이 맞고, 그러한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거취를)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갈등의 본질은 검찰 개혁이라는 큰 흐름에 검찰 기득권이 저항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추 장관이 흔들림 없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의무, 임무가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겨운 대립
그 결론은?

하지만 민심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무부-대검 갈등에서 ‘추미애 장관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36%로 나타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은 24%로 낮았다.

여당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키워주는 추 장관의 행보에 불만의 기류가 흐른다. 추 장관이 의도가 무엇이 됐건, 윤 총장의 정치 입문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감정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미애 장관에 대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 역시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한 평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다”고 응수했다.

현직 장관이 일개 평검사를 찍어 누르는 행태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원조 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경박한 짓’이라 했다. 지휘권자의 자제력을 잃은 모습이라는 비판 여론도 쇄도했다. 이 사건은 추 장관이 검찰 내부 구성원들과 척을 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특활비 논란은 추 장관을 엄호했던 민주당 내 기류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활동비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 현황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때 아닌 특활비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예산 심사에서 청와대 및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특활비 검증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실상 추 장관이 ‘자충수’를 둔 셈이다.

만약 제도가 문제라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냈으면 될 일이었다. 윤 총장을 향한 사사로운 악감정이 화근이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먹은 격이다.

대권 위한
자기 정치?

국민의힘에서는 추 장관이 움직이면 야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의도 정가에 요즘 ‘추나땡(추미애만 나오면 땡큐)'이라고 하는 말이 돌고 있다. 추 장관이 하도 논란을 만들고 또 연일 자살골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추 장관이 꺼낸 ‘비밀번호 자백법’ 카드는 결정적 패착이었다. 추 장관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동훈 검사장 사례를 들었다.

‘검언유착’ 사건의 당사자인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겪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제정되면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크다.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전혀 맞지 않다. 무엇보다 법이 도입되면 검찰의 권한이 상당히 커진다.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추 장관이 나서서 제정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사회마저 추 장관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 장관을 두고 ‘광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추 장관이 과민한 대응이 도드라진 시점은 추 장관의 아들 군복무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다.

추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과 관련된 보도가 31만건”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했다.

여권의 불만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추 장관은 아들 병가 연장 문제와 관련해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추 장관은 부대 관계자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알려줬고, 보좌관과 부대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개혁, 마땅한 인물 없다
국민 피로…청와대 결단 필요

하지만 추 장관은 국민들에게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거짓으로 여권의 엄호만 무색해진 셈이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 장관이 대권 행보를 위한 ‘자기 정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발판삼아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법무부에는 추 장관을 응원하는 수십 개의 꽃다발이 매일 배달되고 있다.

추 장관을 향해 “정도껏 하시라”고 했던 정성호 위원장은 이들로부터 거센 맹공을 받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미 “검찰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정치적 야망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관직을 그만둔 이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유보했다. 추 장관이 대선 출마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이다. 추 장관의 행보가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는 집토끼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중도층 섭렵이 관건인 싸움이다. 당 일부에선 추 장관의 언행과 행보가 선거판을 움직일 수 있으니 그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추 장관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검찰개혁을 성공시킬 마땅할 인물이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검찰 개혁의 하이라이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아직 출범조차 못했다. 검언유착 사건, 윤 총장 가족 및 측근 사건 등 추 장관이 수사지휘를 내린 사건 중 어느 하나 결론난 사건이 없다.

게다가 윤 총장은 최근 월성1호기 원전 수사에 칼을 들이댔다. 수사의 칼 끝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청와대를 향해 있다. 윤 총장이 더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를 대응할 여당의 공격수가 없다. 당에서 추 장관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지는
리스크

문제는 국민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사람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수만명이 동의하는 진광경이 펼쳐졌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추-윤 갈등이 여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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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